
감상주의라고는 어디 개새끼한테나 던져 주라는 연주를 듣고 나면 귓구녕이 좀 뻑뻑해지는 느낌이 든다.. 이전에 올렸던 굴드의 모짜르트가 딱 그런데 머 나름의 재미는 있다지만 이걸 드라이 하다고 해야할지 아님 똘끼 작렬이라고 해야할지 모르겠는 그런 연주를 듣고 나면 그에 대한 반작용도 생기게 마련이다.. 세상만사라는게 다 그런 것 같다.. 작용이 있으면 반작용이 있는.. 암튼 오늘 올리는 판은 곡 뿐만 아니라 연주까지도 그야말로 낭만성 그 잡채인 음반 되겠다.. 쇼팽의 피아노 협주곡 1번인데.. 알렉산드르 브라일로프스키가 피아노를 맡고 오먼디가 지휘하는 필라델피아 오케스트라가 협연한 판이다.. 컬럼비아 여섯 개의 눈깔 판인데 두툼한 중역대에 거칠거칠한 시원함이 느껴지는 녹음이다.. 이 판도 연주가 좀 골때리는 축에 속한다고 할 수 있겠는데.. 요즘의 매끄럽고 균일한 범생이 스타일의 쇼팽 연주와는 완전히 대척점에 서 있는 졸라 지 꼴리는 대로의 연주 스타일이라는 점이 그렇다.. -_-ㅋ 듣다 보면 브라일로프스키의 피아노 연주가 무쟈게 독특함을 느낄 수 있는데 한마디로 종잡을 수가 없다.. ㅋ 어쩔 때는 무쟈게 스케일이 크면서 대범한 심지어는 쇼팽을 일케 쳐도 되나 할 정도로 무뚝뚝한 연주를 들려주다가 또 어쩔 때는 이 양반이 왜 일케 갑자기 정서 과잉이 됐을까 싶을 정도로 낭만적이고 여리여리 하게 간드러지는 연주도 보여준다.. 근데 자료를 찾아 보니 그게 이 양반의 특징이란다.. ㅋ 브라일로프스키는 1920년 파리에서 역사적인 데뷔를 했고 1943년 필라델피아 오케스트라와 첨으로 협연한 이래 오랜 세월 동안 정기적인 협연 무대를 가졌다고 한다.. 브라일로프스키는 커리어 전반에 걸쳐 항상 쇼팽과 밀접하게 연관되어 왔으며 독보적인 쇼팽 해석자의 위치를 차지했는데.. 1924년 봄 쇼팽의 피아노 독주곡 전체를 연속 연주하겠다는 아이디어를 구상하여 역사상 최초로 이를 실행한 기념비적인 인물이라고 한다.. 총 6회에 걸치는 독주회 시리즈를 통해 그는 쇼팽의 독주곡 172곡을 연주했는데.. 이는 그 이후로도 브라일로프스키가 수없이 많이 반복해 온 작업이란다.. 흔히 쇼팽의 스페셜리스트라고 하면 섬세하고 가녀린 루바토를 떠올리기 쉽지만 브라일로프스키는 안톤 루빈스타인 학파의 후예답게 기본적으로 스케일이 크고 강인한 타건을 가졌다고 한다.. 근데 우끼는건 이 양반이 리스트의 직계 제자인 에밀 폰 자우어를 사사했는데.. 당시인 19세기 말부터 20세기 초에 이르는 동안 비르투오소들의 특징인 자유롭고 감각적인 루바토와 귀족적인 정서가 뼛속까지 베어 있는 연주자이기도 했다는 것이다.. 그니까 1악장의 제시부나 발전부의 전개에서 시원시원한 타건을 들으면 쇼팽을 일케 선이 굵게 치다니 말이 되냐 싶다가도 같은 악장의 서정적인 2주제나 2악장의 로망스에 진입하면 언제 무뚝뚝했냐는 듯이 극단적으로 간드러지는 낭만성을 뿜어낸다.. 정말 쩔어주는 태세 전환이고 그 정도가 워낙 드라마틱하다 보니 듣는 입장에서는 아 ㅅㅂ 이거 뭐지 하는 당혹감이 드는 그런 판이라 하겠다..
사실 쇼팽의 피아노 협주곡은 그게 1번이건 2번이건 아무리 그의 작품이 낭만주의의 정점을 찍고 있다고는 하더라도 관현악 자체가 워낙에 조악한 느낌이 들어서 듣다 보면 이건 쫌.. 하는 경우가 왕왕 생기는 그런 곡이라 하겠다.. 그치만 이 곡을 그런 구조적인 관점에서만 보는 것은 넌센스라는 생각이다.. 이 양반 특유의 고독과 쓸쓸함 그리고 뭔지 모를 대상에 대한 아련하면서도 달콤 쌉사름한 동경 같은 것이 곡의 전반에서 흘러 나오고 있기 때문에 이를 충분히 만끽하는 것만으로도 들을만한 곡이라 생각한다.. 물론 나는 이 곡을 젊었던 시절 그니깐 좀 유치찬란했던 시절에는 별로 안 좋아했었지만.. 지금은 무척이나 좋아한다.. 특히 연주자에 따라 천차만별의 해석이 있기 때문에 그런 재미를 쏠쏠하게 느끼기에도 무척 좋은 곡이라는 생각이 든다.. 쇼팽은 그의 나이 스무 살이던 1830년 봄에서 여름에 이르는 기간 동안 이 E단조의 피아노 협주곡을 작곡했다.. 잘 알려져 있다시피 이 곡은 그가 작곡한 두 개의 피아노 협주곡 중 두 번째로 완성된 곡이지만 출판이 1833년에 먼저 이루어졌기 때문에 1번 협주곡으로 명명되고 말았다.. 이 곡은 1830년 10월 바르샤바 국립극장에서 열린 세 차례의 콘서트 중 마지막 무대에서 처음으로 연주되었는데.. 쇼팽 자신이 독주를 맡았다고 한다.. 머 이 곡에서 나타나는 감정의 편린들이 어째 좀 소녀 취향의 닭살스런 면이 있다고는 하더라도 2악장 로망스는 특히나 각별한 악장이 아닐수 읍다.. 쇼팽이 바르샤바 초연을 열흘 앞두고 지인에게 쓴 편지에는 이 아디지오가 낭만적이고 차분하면서도 다소 우울한 성격을 띠고 있어서.. 마치 아름다운 풍경 예를 들면 봄날의 달빛 가득한 밤을 바라볼 때 맘 속에 떠오르는 아름다운 기억들의 인상을 주도록 의도되었다고 써 있었단다.. 이 악장이 보여주는 파스텔조의 서정성은 미쿡의 비평가였던 제임스 기번스 후네커라는 양반이 쇼팽을 일컬어 폴란드의 튜베로즈라고 불렀던 표현을 떠오르게 해준다고 한다.. 이 튜베로즈라는 넘이 아마도 한국말로는 월하향이라고 불리는 것 같은데.. 달콤하고 크리미한 진한 플로랄 향이 특징이고 밤에 향이 더 강해지는 경향이 있어 밤의 꽃으로 언급되기도 한다고 하니.. 머 딱 맞는 말이 아닐까 싶다..
유튭에 보니 브라일로프스키가 오먼디와 협연한 이 녹음은 보이질 않는다.. 그래서리 내가 각별히 조아라 하는 연주자인 피레스 할매의 젊었던 시절 연주를 걸어 놓는다.. 에마뉘엘 크리빈이 지휘하는 유럽 체임버 오케스트라와의 파리 실황 되겠다.. 이 누님의 연주는 브라일로프스키 류의 호방함과 섬세함을 오가는 밀당이라든가 아님 서슬퍼런 완벽주의적이거나 범생이스런 쇼팽하고는 다른 궤에 있는 쇼팽을 들려 주신다.. 그게 기교가 됐건 해석이 됐건 그녀의 연주는 나대지 않는 섬세함이 있다는 생각이 든다.. 마치 관객에게 내가 ㅅㅂ 일케 잘났어 라고 보여주는게 아니라 걍 혼자 방 안에서 내밀하게 독백하는 듯한 느낌.. 그치만 그게 무척이나 자연스럽고 타건 자체가 그야말로 은쟁반에 옥구슬 굴러가는 듯한 정제된 톤을 만들어 내기 때문에 듣는 사람의 숨을 죽이게 만드는 마력이 있는 연주가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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