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간만에 베토벤의 교향곡을 들었다.. 주로 음악을 듣는 시간이 이른 아침이나 야심한 시각이다 보니 볼륨을 왕창 올려 놓고 꽝꽝거리기는 졸라 쫄리기 땜에 평상시에 자주 듣질 못하는 것 같다.. 하긴 뭐 나야 원래 그리 큰 음향을 선호하는 것도 아니라서 굳이 그럴 필요가 없을 수도 있지만 굳이 그런 시간에 베토벤 교향곡을 틀어 놓지 않더라도 들을 음악은 천지삐까리로 널려있는 고로 그랬던 듯.. 암튼 낮 시간에 여유가 널럴해서리 간만에 베토벤 교향곡을 1번부터 4번까지 연달아서 들었다.. 전부 다른 지휘자의 연주로 들었는데.. 그 중 가장 맘에 들었던 판을 한 장 올린다.. 베토벤의 교향곡 2번.. 카라얀의 네 가지 베토벤 교향곡 사이클 중에서 두 번째인 60년대의 전집 중에 속해 있는 판이다.. 참 나도 많이 변했다는 생각이 드는게.. 예전 젊었던 시절 같았으면 어디 언감생심 카라얀 따위를 듣고 있냐 하면서 개무시 했을텐데.. 그게 나이를 먹어가면서 생각해 보니 졸라 멍충한 치기와 무지에서 오는 오만함의 산물이었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특히 대딩 시절에는 카라얀의 녹음은 손도 안 댔는데.. 당시 카라얀을 가리켜 지휘계의 제왕이네 황제네 하는 병신 같은 문구로 도배하는 것에 졸라 재수가 없었고.. 더구나 그 특유의 눈을 감고 거들먹거리는 지휘 꼬라지는 정말 꼴보기 싫었다.. 글구 결정적인게 내가 고딩 시절부터 열씨미 보던 음악동아 같은데서 나오는 카라얀 혐오증 환자 비평가들의 개소리에 현혹되어서리.. 그런저런 이유로 되도 않는 카라얀 기피를 했더랜다.. 그럼 나중에 나이 먹음서 어떻게 이 기피증을 극복할 수 있었는가.. 하면 별거 아니다.. 녹음 잘 된 판을 듣다 보니 그 중에 카라얀의 녹음들도 끼어 있게 되더라.. ㅋ 전에도 그런 얘기를 했지만 내가 음악을 무슨 쥐뿔이나 안다고 연주자들을 함부로 재단하고 평가할 수 있겠는가.. 그저 내 취향에 맞고 안 맞고의 차이는 있을지언정 그들을 평가하고 심지어 순위를 매기고 하는 것은 정말 유치하기 이를데 없는 짓이라는 생각이다..
카라얀은 50년대 모노 녹음을 제외하면 베를린 필과 60년대, 70년대, 80년대 세 차례를 베토벤 교향곡 녹음을 했다는데.. 졸라 많이도 했다.. 돈독이 올랐구만.. -_-ㅋ 어쨌거나 사람들의 평가나 호불호는 많이 갈리는 듯하다.. 일반적으로는 1960년대의 녹음이 카라얀 베토벤 해석의 정점으로 평가 받는다고 하는데.. 난 잘 모르겠다.. 80년대 녹음은 내가 안 들어봐서 모르겠고.. 녹음 상태의 영향인지 아니면 연주 자체가 그런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60년대 녹음이 70년대 녹음에 비해 좀 더 날 것에 가까운 싱싱함과 예리함이 있다고 해야 하나 뭐 그런 느낌이다.. 그치만 적어도 2번 교향곡의 해석은 뭐 별 차이를 못 느끼겠다는.. 확실히 70년대의 녹음은 소리가 뭔가 더 풍성하고 윤기 있는.. 그니깐 인공 조미료를 팍팍 친 느낌이 들기는 한다.. 베토벤이 2번 교향곡을 작곡한 것은 1801년에서 1802년 사이의 기간으로 그의 생애에서 가장 극적인 위기의 시기였다.. 청력 상실이 돌이킬 수 없음을 깨달은 바로 그 시점.. 하일리겐슈타트의 유서를 작성했던 1802년 10월의 시기와 겹치고 있다.. 절망과 자살 충동을 고백한 그 유서와 이 2번 교향곡의 밝고 활기 넘치는 에너지 사이의 괴리는 졸라 이해가 안 가는 시추에이숑이 아닐까 싶다.. 뭐 베토벤이 절망을 음악으로 표출하는 대신 오히려 의지로 억누르고 극복의 기쁨을 선택하는데서 오는 긴장감이 이 2번 교향곡을 감싸고 있다는데.. 그건 어째 꿈보다 해몽인거 같고.. 내 생각에는 이 양반의 천성이 제대로 표출되기 시작한게 2번 교향곡부터가 아닌가 싶다.. 사실 1번 교향곡은 하이든이나 모짜르트의 연장선 상에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그들의 영향력이 상당한 것처럼 느껴지는데 반해.. 이 2번 교향곡부터 베토벤의 졸라 똘끼 충만한 개성이 고개를 쳐들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_-;; 특히 4악장은 나중에 7번의 4악장을 예고할 만큼 폭발적인 에너지와 예측 불가함으로 넘쳐 나는데.. 당대의 비평가들은 "길들여지지 않은 괴물" 이라고 혹평을 할 정도였다고 한다.. 무식한 생퀴들.. ㅋ 그치만 2번 교향곡이 전반적으로 미친 것 같냐 하면 그런건 아니고.. 뭔가 통제되고 억제되고 있는 표면 아래에 잠재적인 긴장감이 감싸고 돈다고 해야 하나 곡은 전반적으로 그런 느낌이다.. 이 연주 녹음은 어떻게 보면 DG 초기 스테레오 녹음이고 해서 다소 건조하고 직접적인 음향으로 들릴 수도 있는데.. 이럴 때 아쉬움을 해소할 수 있게 하는데 딱 맞는게 루비와 클라인이라 하겠다.. 적당한 윤기와 질감을 자연스럽게 살려주기 때문에 현의 일사불란함이 돋보이면서 각 악기들의 성부가 선명하게 들리는데 그 느낌이 아주 좋다.. 70년대 녹음에 비함 나름 상당히 근육질의 연주를 들려주는 것으로 보여지는데.. 사실 전체적으로 보면 카라얀의 연주는 무쟈게 정제되어 있기 때문에 바늘로 찔러도 어디 들어갈 데가 없는 그런 연주라 하겠다..
연결시키는 링크는 카라얀 얘기가 나온 김에 카라얀의 80년대 영상물로 올려 놓는다.. 눈 감고 거들먹거리는 뽀대는 하여간 끝내주고 원래가 영상물로 제작을 해서 그런지 쵤영 솜씨도 음악에 맞춰서 기가 막히다.. 옛날에 동숭동의 오디오월드 같은데 가면 레이저 디스크로 틀어줬던 예의 그 연주 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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