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람들 사는 방식 참 가지가지다.. 어느 유명하신 관종 덕에 짧은 출장을 다녀왔는데 진짜 그 잉간은 내가 애시당초 생각했던 대로 관종이 맞음을 다시 한 번 확인할 수 있었고.. 그에 빌붙은 오만가지 잉간 군상들의 행태를 보고 있노라니.. 야 증말 열심히들 산다.. 열심히들 살어.. 머 이런 생각이 들기도 하지만.. 그보다는 야 진짜 존나 다양하게 사는구나.. 하는 생각이 더 많이 들더라.. 내 취향이나 익숙함과는 완전 다른 잉간들하고 비록 짧은 시간 같이 출장을 가긴 했지만.. 그 짧은 시간이 꽤나 불편하더라는.. 머랄까.. 도대체 저 잉간들은 저게 무슨 부가가치가 있다고 저런 행태를 보일까.. 하는 그런 생각.. 하긴 뭐 모든 행동을 부가가치의 관점에서 바라볼 수야 없겠지만.. 회사라는 구체적 정체성을 생각하면 참 싱기방기한 방법으로 그 안에서 먹고살구 있다는 느낌이다.. 암튼 짧지만 피곤했던 출장을 마치고 돌아와서 저녁을 먹고서는.. 와이프와 애새끼가 T1 경기 본다구 시끄럽길래 오히려 좋아.. 라는 심정으로 골방에 들어와서 음악을 들었다.. 왜냐면 서덜랜드 PHD 포노가 배터리가 맛이 갔길래 지난 주부터 이넘을 시스템에서 제외시키고서는 새로운 실험을 하고 있는 중이라 그 소리를 계속 들어보구 싶어서였다.. 머 오디오 얘기는 하도 밀린게 많아서리 나중에 천천히 하기로 하구.. 오늘은 저녁 때 오랜만에 들었던 판 중에서 하나를 올린다.. 브람스의 현악 4중주 2번.. 클리블랜드 4중주단의 연주로 녹음된 RCA 판이다.. 이 음반은 클리블랜드 4중주단의 초기 대표작 가운데 하나라는데.. 실제 판 껍닥의 마빡에 보면 "졸라 머찐 데뷰 레코딩" 이라고 박혀 있음을 알 수 있다.. 이 녹음은 브람스의 현사 3곡이 모두 포함되어 있는 2장짜리 세트반인데.. 녹음 연대는 1970년대 초로 알려져 있고.. 그 시기는 클리블랜드 4중주단의 원년 전성기 라인업이라 한다.. 이 시기의 이들은 줄리어드 4중주단의 미쿡적 전통.. 어떤게 미쿡적 전통인지 난 모르겠다만.. 암튼 그 전통을 계승하면서도 훨씬 현대적인 정확성과 강렬한 에너지를 보여준다는 평가를 받았다고 한다..
브람스는 교향곡에서만 베토벤의 그림자에 시달린게 아니라 현악 4중주에서도 마찬가지였다고 한다.. 하이든, 모짜르트, 베토벤, 슈베르트로 이어지는 독일-오스트리아 현악 4중주의 계보는 사실상 작곡가의 진짜 실력을 검증하는 분야로 여겨져 왔고.. 그러다 보니 부담감 만땅의 브람스는 젊은 시절에 현악 4중주를 수십 곡이나 썼다가 죄다 폐기해 버렸다는데.. 알려진 것만 해도 20곡 가까이를 불살라 버렸다고 한다.. 그 정도로 이 양반은 이 장르를 후달려 했고.. 그래서 실제로 1번과 2번이 세트로 되어 있는 Op.51이 출판된 시기가 1873년.. 브람스가 이미 40세를 넘긴 시기였다.. 그때까지 그는 피아노 작품, 실내악, 독일 레퀴엠 등으로 나름 명성을 얻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그 특유의 자기검열과 우유뷰단함이 짬뽕이 되어서리 현악 4중주와 교향곡을 계속 미루어 왔던 셈이었다.. 그리고 나서야 태어난 1번과 2번 4중주는 그가 젊은 시절부터 품고 있던 아이디어들을 수십 년 동안 다듬어서 내놓은 결과물이라 할 수 있겠다.. 내가 그의 현악 4중주 중에서 제일 좋아하는 곡은 2번이고.. 그게 다 이유가 있는데.. 그의 1번부터 3번까지의 여정을 보면 부담감과 중압감에서 오는 긴장을 후까시로 어떻게든 때워 보려는 1번과 이제는 내가 굳이 모가지에 힘을 주지 않아도 난 일케 유유자적 하는 성숙한 잉간이야라고 말하는 경지에 이른 것으로 보이는 3번 사이에 놓여 있는 작품이 2번이라 하겠다.. 근데 이 2번이야말로 내 생각에는 비로소 브람스가 본인의 꼬라지를 정확하게 인식하고 자신의 강점을 제대로 살린 작품이라는 생각이 들어서이다.. 그럼 그 강점이라는게 뭐냐.. 뭐긴 뭐겠냐.. 가을 빛의 텁텁하고 촌스러우면서 우수어린 낭만이지.. 특히 느린 악장과 3악장은 정말 브람스를 느끼기에 딱 좋은 악장이 아닐까 싶다.. 1번에서처럼 음 하나하나에 의미를 부여하면서 동기를 끊임없이 변형해대는 그래서 나도 베토벤 만큼 치밀하게 쓸 수 있어.. 라고 되도 않게 주장하면서 보여주려 하지 않고.. 2번은 훨씬 사적이고 내면적인 그의 특유의 정서가 드러나는 곡이라 하겠다.. 굳이 베토벤과 비교하려 하지 않고.. 그저 그냥 난 이런 사람이야.. 라고 말하는 그런 작품이 아닐까 싶고.. 그래서 내 개인적으로는 2번을 가장 좋아한다..
연결시키는 링크는 슈만 4중주단이라는 단체의 연주가 올라와 있길래 걍 이걸로다 걸어 놓는다.. 2022년 3월 8일 연주라니 상당히 최신판이라 하겠는데.. 연주는 무쟈게 우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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