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침에 일어나서부터 오늘 종일 들은 음악.. 왜 그랬는지는 모르겠는데 다섯 장짜리 박스반이다 보니 걍 오기로 끝까지 들었다.. ㅋ 헨델의 오르간 협주곡 전집인데.. 아우구스트 벤징거가 지휘하는 바젤 스콜라 칸토룸과 에두아르드 뮐러가 오르간을 연주하는 아르히브 녹음이다.. 이 판은 그리 자주 듣지도 않은데다가 하긴 뭐 내가 음악의 엄마를 그리 자주 찾질 않다 보니 사실 첨에 꺼냈을 때는 예전에 많이 듣던 아르농쿠르의 판을 생각해서 한 석 장 쯤 되겠거니 했는데.. 꺼내서 듣다 보니 다섯 장 씩이나 되더라.. 헐.. 아니 그럼 예전에 내가 포스팅까지 했던 걸로 기억하는 아르농쿠르의 박스반은 뭘 좀 많이 빼먹은 판인가 했는데.. 오늘 들은 판의 곡목 리스트와 해설을 읽다 보니 이 헨델 슨상의 오르간 협주곡이라는 것이 워낙에 개족보라서 작품 번호가 있는 넘하고 없는 넘하구 뒤죽박죽 되어 있는 것 같더라는.. 그래서 오늘 들은 박스반은 이넘 저넘 다 끼워 넣다 보니 다섯 장까지 불어난 것 같다.. 녹음 연도는 1966년이라는데 아무리 바젤 스콜라 칸토룸이 고악기 연주 단체라고 하더라도 워낙 고리짝이다 보니 요즘의 시대악기 연주 단체들의 날렵한 연주와는 거리가 있다.. 초큼은 둔중한 느낌이 든다고 할까.. 머 그렇다고는 해도 현대 대형 오르간의 압도감 보다는 바로크 악기적 감각과 앙상블의 투명함을 기본으로 하고 있고.. 그래서 독주 오르간이 지나치게 두텁게 부각되기 보다는 현악과 통주저음 위에서 살포시 그치만 선명하게 떠오르는 느낌이 드는 연주를 들려준다 하겠다..
헨델은 당시 바하와 비벼볼 정도로 당대 최고의 오르간 연주자였다.. 그는 전통적인 오르간 음악.. 그니깐 푸가나 코랄 전주곡 등과 같은 작품 대신 하프시코드 음악처럼 보이는 독창적인 오르간 협주곡 양식을 만들어냈다.. 1735년경 헨델은 오라토리오 공연을 하던 중 막간에 자신의 뛰어난 오르간 즉흥 연주 실력을 보여주기 위한 간주곡 형태로 이 협주곡들을 작곡하기 시작했다.. 그는 페달이 없고 스톱이 적은 영국 오르간의 특성에 맞춰서 주로 소규모 오케스트라와 협연하는 실내악적 성격의 작품을 작곡했다.. 이들은 남부 유럽의 고전적인 평온함이 특징이지만 대형 오르간으로 연주되면서 북유럽 개신교풍의 장중한 음악이라는 오해를 사기도 했다고 한다.. 헨델의 연주는 당대 청중들에게 깊은 감동을 주었고.. 음악사가 존 호킨스는 "신성하고 정교한 터치와 완벽한 즉흥 연주 능력을 가졌다" 라고까지 헨델을 극찬했다.. 이 음반은 보통 헨델의 Op. 4와 Op. 7 계열의 오르간 협주곡을 중심으로 묶어 놓았는데 그 중 상당 수는 작품 번호가 없는 작품들도 섞여 있다.. 헨델은 악보를 완벽하게 적어두기 보다는 본인의 기억을 돕는 메모만 남기거나 솔로 파트의 상당 부분을 임의대로 즉흥 연주를 했고.. 이 때문에 지휘용 총보가 온전히 남아 있지 않은 경우가 많다고 한다.. 또한 출판업자였던 월시는 헨델의 오르간 협주곡들을 묶어 출판하려다 헨델의 비협조로 그의 다른 악기들을 위한 곡을 오르간 곡으로 편곡하거나 다른 작곡가의 엉성한 하프시코드 편곡 버전을 섞은 다음에 억지로 세트를 맞춰서 출판하기도 했다.. 더구나 사후에 출판된 Op. 7의 작품들은 필사본이 흩어져 있는데다 악장이 임의로 섞여 있기도 해서 오늘날의 인쇄된 악보와 헨델의 실제 원본 사이에는 상당한 불일치의 오류가 존재할 수 있다는 얘기가 있다.. 그니깐 오늘날 이 음악을 완벽하게 재현하고 연주하는데는 역사적, 학술적 고증의 어려움이 뒤따른다 하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헨델의 작품 자체는 뭐랄까.. 헨델 특유의 밝지만 가볍지 않고 유장하게 흐르는 선율이 도배되어 있는 머찐 작품이라 생각한다.. 어쨌거나 이 판에 있는 곡들의 전반적인 매력은 화려한 기교보다는 헨델이 가진 긴 호흡의 선율 감각이랄 수 있는데.. 선율이 끊기지 않고 앞으로 밀고 나가면서도 오르간이 오케스트라 위에 무겁게 얹히지 않고 밝음과 품위가 함께 살아난다는 점이 특기할 만하다..
연결시키는 링크는 유명한 F장조의 협주곡인데.. 물론 이 곡 말고 뻐꾸기와 나이팅게일이라는 부제가 붙은 F장조가 있기도 하지만 더 찾기도 귀찮고 해서 걍 이걸로다 걸어 놓는다.. 근데 이게 내가 가진 판에서는 Op. 4의 5번곡으로 나오는데 유튭에는 Op. 5의 5번곡으로 나온다.. 잘못 적은 것 같다.. 세바스찬 비난드의 오르간과 프라이부르그 바로크 오케스트라의 2022년 협연 영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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