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이 엄청 내렸다.. 아침에 조금 오다 말겠지 했는데 낮에 창 밖을 보니 베란다 밖으로 보이는 개천변이 아예 보이지가 않을 정도.. 헐.. 이게 웬일이람.. 머 생각하기에 따라서 쌓인 눈이 갬성과 운치를 불러 일으키는 매개체가 될 수도 있겠고.. 다른 한편으로는 쌍욕을 불러 일으키는 쓰레기가 될 수도 있겠지만.. 적어도 낮에 밖으로 보이는 풍경은 휴일이라서 그렇기도 하겠지만 대낮에 느끼는 조금은 어색한 고요함이랄까 느긋함이랄까 머 그런 묘한 분위기를 불러 일으켰던 것 같다.. 오늘 아침에 좀 일찍 일어나서 밖이 캄캄한 와중에 기분이 동한 김에 골방에서 한 장만 꺼내 들었던 판인데.. 낮에 눈이 쏟아지는 모습을 보고 있자니 이게 딱이다 싶은 생각에 거실에서 나머지 한 장을 올려 놓군 마저 들었다는.. 라모의 하프시코드 작품집인데.. 제목은 "클라브생을 위한 4개의 대모음곡" 정도 되겠다.. 크리스티 옹이 연주하는 2장 짜리 아르모니아 문디 프랑스 판이다.. 이 판에서는 두 대의 하프시코드가 각각 사용되고 있는데.. D장조와 G장조 모음곡은 루커스-타스킨을 사용했고.. E단조와 A단조의 모음곡은 구욘-스와넨을 썼다고 한다.. 이들은 18세기 파리에서 가장 잘 나갔던 하프시코드 제작자였던 블랑셰와 구욘이 제작하고 그 이후 다양한 변형이 이루어졌던 악기들로 추정된단다.. 잼있는 것은 두 악기 간의 소리 차이가 좀 있는 것으로 들리는데.. 구욘-스와넨이 루커스-타스킨에 비해 소리가 좀 가볍고 명징한 느낌이 든다.. 말하자면 루커스-타스킨이 좀 점잖은 소리를 들려준다면 구욘-스와넨은 어째 좀 애들 촐싹거리는 느낌의 소리랄까 머 그렇다..
라모는 1722년경 파리에 정착하게 되는데 이듬해 극작가 알렉시스 피롱과 협력하기 시작하면서 극장에 올려지는 피롱의 작품에 음악을 붙이는 일을 지속적으로 하게 되었고.. 따라서 그 후 10년 동안 그가 열정을 쏟아부은 주요 관심사는 연극이었을 것이라 한다.. 그러한 노력의 결과로 1733년 라모는 '이폴리트와 아리시' 를 제작함으로써 프랑스 오페라의 새로운 시대를 열 수 있었다.. 그치만 라모는 하프시코드를 연주하는데도 지속적으로 많은 노력을 기울였고 1724년과 1728년 두 번에 걸쳐 하프시코드 모음곡 컬렉션을 출판하기도 했다.. 이 판에 담겨 있는 4곡 중 두 곡은 1724년 컬렉션에 실려 있고 나머지 두 곡은 1728년 컬렉션에 속해 있다.. 이들은 쿠프랭의 하프시코드 작품 컬렉션처럼 오랜 기간 동안 축적되어 온 것이 아니라 출판 후 불과 몇 년 안의 단기간 내에 완전한 구성을 갖추었을 것으로 추정된단다.. 왜냐면 라모의 젊은 시절 그니깐 1706년의 하프시코드 음악 모음집과 1724년의 컬렉션 사이에는 라모가 구사하는 스타일과 음악적 기법에서 엄청난 수준 차이를 보여주기 때문이라고 한다.. 심지어는 1724년 작품집과 1728년 작품집 사이에도 그 사이에 상당한 수준의 음악적 성숙이 있었다고 하는데.. 솔직히 나같은 허접이 듣기에는 머 잘 모르겠다는.. ㅋ 앞서서 라모가 연극 음악에 정성을 꽤나 기울였다고 했는데 그 영향인지 여기 실려있는 모음곡 중에서 상당 부분이 그의 오페라나 연극 무용 등에 적합한 경쾌한 음악들을 그대로 사용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1724년의 작품들에 비해 1728년 A단조 모음곡의 알르망드, 쿠랑트, 사라방드는 주제별 상호 연관성에 치중하기 보다는 보다 넓고 깊은 규모를 지니고 있으며 그 지적인 무게와 표현의 깊이가 특출나다고 하는데.. 거듭 말하지만 난 잘 모르겠다는.. -_-ㅋ 실제로 A단조 모음곡의 가보트는 라모의 작품 중 가장 많이 연주되는 곡일텐데.. 케네스 길버트에 의하면 처음의 세 변주곡이 1720년 헨델의 세 번째 하프시코드 모음곡 세트와 유사하다는 점을 지적하면서.. 이 곡이야말로 당시 가장 위대한 프랑스 음악가가 가장 위대한 영국 음악가에게 경의를 표하는 행위였다는 썰을 풀었다고 한다.. 머 꿈보다 해몽이겠지만 말이다.. 암튼간에.. 밖에는 눈이 내려서 온통 흰색의 천지이고.. 그 위로 번져나가는 오만가지 색깔의 하프시코드 소리가 졸라 꿈인지 현실인지 헷갈리게 만드는 그런 음악인데.. 그러다 보니 어느덧 퍼져서 낮잠을 때리고 있는 꼬라지를 발견하구 말았다는.. -_-;;
연결시키는 링크는 세르게이 타닌이라는 젊은 피아니스트의 피아노 연주인데.. 1728년 컬렉션 중 A단조 모음곡 되겠다.. 비록 피아노 연주지만 곡 자체가 선사하는 아름다움은 그게 하프시코드건 피아노건 별로 상관 없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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