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예전에 대딩 시절에 아마도 학생회관 3층이던가로 기억하는데 거기에 고전음악 감상실이 있었다.. 공강 시간이라던가 암튼 시간 때우러 잘 가던 곳이었는데.. 간혹가다 이 곳에서 감전되듯 삘이 확 오는 음악을 만나곤 했다.. 물론 당시 이 곳을 운영하던 서클의 구성원들이 워낙에 수준이 천차만별이라 음악을 틀고 앞에 있는 칠판에다 백묵으로.. 이거 얼마만에 쓰는 단어인지.. ㅋ 곡명과 연주자를 써 놓군 했는데.. 어떤 잉간은 세상에 존재하지도 않는 필라델피아 필하모니라는 단체를 써 놓는다던가 그러기도 했지만.. 간혹 내가 듣도 보도 못한 음악을 틀고서는 곡명과 연주자명을 졸라 유식한 듯 써 갈기고는 홀연히 사라지는 잉간들도 있었다.. 그렇게 만나게 된 음악 중 지금도 기억이 나는 음악이 바로 바하의 푸가의 기법이었다.. 물론 당시는 내가 글렌 굴드라는 연주자한테 퐁당 빠져 있어서.. 글구 보니 퐁당 빠지기도 많이 빠졌네.. 익사하지 않은게 다행이다.. -_-;; 그의 오르간 연주로 나오던 음악에 귀가 확 땡겨진 케이스이긴 했지만.. 암튼 당시 푸가의 기법은 글렌 굴드의 연주였고.. 그래서 당시 지구 레코드에서 나온 라이센스 판을 사서리 정말 많이도 들었던 기억이 난다.. 새해 첫 날 판을 좀 정리하다가 굴드의 푸가의 기법이 눈에 띄길래 정말 간만에 꺼내서 들었는데.. 기왕 들은 김에 담에는 평소에는 그리 즐겨 듣지 않는 편인 오늘 올리는 판으로 옮겨와서 마저 들었다는.. 뮌힝거가 지휘하는 슈투트가르트 실내악단의 관현악 연주로 녹음된 판인데.. 어째 좀 옛날스럽다고 해야 하나 뭔가 좀 둔중한 무게감이 느껴져서리 그리 좋아하는 연주는 아니었다.. 근데 간만에 다시 들어보니 머 소리가 좋아선지 일단 용서가 되고.. 데카 와이드밴드의 위엄이랄까.. ㅋ 이런 연주도 그 나름의 맛이 있는 느낌이 들어서리 별 거부감 없이 두 장을 연속해서 완주할 수 있었다.. 역시 선호도라는 것은 영원한 것이 못 된다..
잘 알려져 있다시피 이 곡은 바하의 마지막 작품으로 연주 악기에 대한 바하 자신의 어떤 지시도 없다.. 판의 내지에 있는 해설에 의하면 바하가 그의 마지막 작품에서 증명하고자 한 것은 자발적인 규율에서조차도 올바른 유형의 주제에 대한 음악적, 지적, 감정적 가능성에 경계를 만들지 않았다는 점이란다.. 그니깐 푸가를 통해 바하는 지금까지 상상할 수도 없었고 그 이후로는 시도조차 할 수 없었던 경지에 도달한 것이라는데.. 사실 바하를 그 정도까지 신격화 내지 신성화 한다는 것이 좀 오바라는 생각이 들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따지구 보면 이 정도 경지를 보여준 양반이 동시대에 있었나 생각해 보면 그리 말이 안 되는 것도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는.. 특히나 이 푸가의 기법을 듣고 있노라면 분명히 이 음악은 졸라 논리적인 규칙에 의해 움직이는 뭔가 꽉 짜인 구조물 같은 느낌이 들어서 감정적인 측면으로 보자면 걍 정나미가 뚝 떨어져야 맞는데.. 그게 아니라 이넘으 음악이 감정을 불러 일으키고 있다는 점이 졸라 이율배반적인 면이라 하겠다.. 내가 느끼기에는 그래서리 바하의 음악이 위대한 것이 아닐까 싶기도 하고.. 따지구 보면 음악에서 상당한 부분이 특정 악기의 음색이나 효과에 의존하는 면이 강한게 사실인데.. 바하는 그런거 읎다.. 걍 니 꼴리는 대로 해도 내가 나타내고자 하는 바는 드러나게 되어 있다.. 라는 자신감인지.. ㅋ 사실 푸가의 기법의 의도된 악기 편성에 대한 표시가 어디에도 없다는 사실은 상당한 양의 논의를 불러 일으켰고.. 150년이 넘도록 여기에 대한 왈가왈부가 있었고 관련 연구가 수행되었다고 한다.. 그치만 결론은 결국 개인 취향에 달려 있을 수 밖에 없다는 것이었고.. 그러다 보니 오늘날은 오만가지 악기가 동원되거나 심지어는 사람의 목소리로 불러 재끼는 경우도 있다.. 푸가의 본질은 추가적인 규칙으로부터의 자유라는 것이 이론적인 전제일 수 있겠는데.. 이의 목적은 미리 선택된 하나 이상의 주제 단편을 기반으로 일관되고 통일된 다성 음악 작품을 만드는 것이라고 한다.. 이러한 전제하에 결국 푸가의 진정한 목적은 주어진 주제를 활용하는 건설적이고 성공적인 방법을 발견하는 것이라는 결론이 나온댄다.. 머 그건 됐고.. 내가 느끼기에는 바하가 세상을 졸하기 전에 본인이 세상에 쏟아내고 싶었던 말이라기 보다는 어떻게든 폼나게 후대에 남겨주고 싶었던 유산이 바로 이 작품이 아니었을까 싶다..
판 껍닥의 아스트랄한 그림은 해설지를 보면 이해가 되는데.. 이 녹음에 포함된 악장 중 하나의 구조와 주제 분포를 정확하게 구현한 것이라고 한다.. 그래서 이 그림은 푸가의 기법 중 열한 번째 푸가를 나타내고 있는데.. 반복되는 주제와 관련 모티프를 나타내는 지속적인 패턴과 색상을 통해 그 성분을 드러내고 있는 것이다.. 그니깐 득정 테마를 특정 기호로 표시하고 이의 미러 이미지가 되는 테마는 거꾸로 바꿔서 해당 기호를 반전시키는 등 작품의 184마디를 정확한 비율로 재구성한 것이란다.. 재미있는 시도이기는 한데 굳이 이렇게까지 해서 나타내고자 하는 의도가 뭔지는 잘 모르겠다.. -_-;; 연결시키는 링크는 다닐 트리포노프의 연주.. 푸가 1번부터 14번 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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