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벌써 한 해가 다 지나갔다.. 해가 갈수록 가속이 붙는 듯한 그런 느낌.. 뭔가 좀 일을 벌여 보려고 해도 이래저래 상황이 안 좋다보니 거기에 발목이 잡혀서 걍 제자리 걸음만 한 느낌이다.. 내년에는 환경이 올해보다는 좀 나아져야 할텐데 이래저래 글로벌하게 시끄럽고 오만가지 변수가 도사리고 있다보니 글쎄 어케 될지 모르겠다.. 머 그래도 낙관적으로 봐야 하지 않겠나.. 올해가 하두 나하구 관련 있는 산업 환경이 그지 발싸개 같은 상황이었기 때문이니 말이다.. 하긴 해마다 연말에는 소위 식자층이라는 분들이 그 해의 사자성어를 뽑는 관례가 있었는데.. 글구 보니 요즘에는 그런거 안 하나.. 내가 뽑아 보자면 올해의 사자성어는 "지랄발광" 이 아닐까 싶다.. -_-ㅋ 머 이게 사자성어가 아니라면 그니깐 넘 전문적인 용어라면 다시 이걸로 하겠다.. "目不忍見" 머 워낙에 냉철한 이성과 드높은 품위를 가지신 양반들은 전혀 못 느꼈을지 모르겠지만 나같은 경우는 올 한 해 가능하면 속세의 소식하고는 거의 연을 끊고 살려고 노력했는데도 불구하고 적어도 내가 가진 상식 선으로는 지랄발광을 보고 있자니 정말 목불인견 그 자체였던 한 해가 아니었나 싶다.. 머 어쨌거나 오늘이 또 한 해가 마무리되는 날이니 걍 무지성적으로다 베토벤의 9번을 꺼내 들었다.. 여기다 포스팅 하지 않았던 판들 중에서 고르다 보니 토스카니니 옹의 연주가 눈에 띄길래 오늘은 그 판으로다 올려 본다.. 1952년 3월 31일과 4월 1일에 걸쳐서 이루어진 녹음이니 엄청 쉰내 나는 연주 되겠다..
예전에 어렸던 시절에는 토스카니니의 베토벤을 잘 듣지 않았다.. 녹음 연대로 치자면 똑같이 졸라 구린 녹음인데도 당시는 그런 허접한 녹음 상태에 연연해 하지 않고 아무 거리낌 없이 음악을 들을 수 있는 머랄까 호기심이랄까 아님 천진함이랄까 그런게 있었던 시절이라 푸르트뱅글러의 베토벤은 나에게 있어서는 거의 스탠다드 급으로 여겨지고 열씨미 틀어댔지만.. 토스카니니는 별루 와서 닿는 느낌이 없었다.. 물론 토스카니니가 연주하는 3번 교향곡을 듣고서는 당시에 뻑이 간 적도 있었지만 그 이후 차례로 들었던 5번, 6번, 7번, 9번은 그리 매력적이라는 느낌은 들지 않았다는.. 그치만 이제는 그런 호불호가 거의 없어졌다.. 그냥 내키면 듣고 안 내키면 안 듣는다.. 그니깐 녹음이 좋은 넘한테 손이 더 간다는 사실.. ㅋ 머 이 곡에서는 누구의 연주가 쵝오라는 등의 그런 유치찬란한 얘기들은 걍 하품만 하고 마는 지경이고 더구나 내가 뭐라고 그걸로 밥먹구 사는 프로 연주자들의 연주를 재단할 수 있겠냐.. 단지 그냥 내 꼴리는 대로의 선호도가 좀 있을 뿐이지.. 암튼 그런 의미에서 오늘의 9번은 토스카니니 옹의 연주를 들었다.. 근데 이 판이 일본 라이센스 판이다 보니 판의 뒷면에 있는 해설이 좀 아스트랄 한데.. 내가 이런 스탈의 해설을 어디서 봤나 했더니 아주 옛날 음악동아 같은데다 해설을 쓰던 연세 좀 지긋하신 분들의 스타일인거 같더라.. 어쨌거니 해설을 좀 옮겨 보자면.. 이 토스카니니의 9번 연주는 오늘날 기록되고 있는 또다른 9번 연주 중에서도 그 음악적 표정이 매우 엄격한 것이다.. 음악은 시시때때로 심상이 아닌 추진력으로 직진해 나간다.. 그리고서는 마지막까지 이 기조를 철저하게 관통시키고 있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이것을 토스카니니가 억지로 만들어낸 연주라고 생각하는 것은 틀린 일이다.. 그의 연주는 여기서 비음악적인 일은 일절 하고 있지 않다.. 이는 토스카니니가 이 작품을 소리로 만들어 내는데 있어서의 방법에 조금의 타협도 없이 철저히 하고 있기 때문에 표면적으로 볼 때는 꽤나 골동품적인 연주로 오해되기 쉽다.. 그치만 부수적인 곁가지에서 나오는 표정은 제거하고 하나하나의 소리가 모두 거기에 있어야 하는 것으로서 흩어지고 있다.. 라는데 솔직히 대충 감은 느껴지지만 졸라 추상적인 표현으로 범벅을 해 놓아서리 그리 맘에 들지는 않는다.. 그런데 바꿔서 생각해 보면 토스카니니의 이런 스탈의 연주야말로 졸라 현대적인 스탈의 연주가 자리 잡는데 있어서 선구자적인 역할을 한 것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 하여간에 이 연주.. 간결하고 명쾌하면서 끊임없는 추진력이 타오른다.. 소리는 꼬졌어도 나한테는 졸라 머찐 연주 되겠다..
연결시키는 링크는 토스카니니와 NBC 심포니의 1948년 4월 3일 TV 방송 연주이다.. 아마도 소리를 스테레오로 복원시킨 듯한데.. 굳이 그럴 필요가 있었을까 싶기도 하지만 머 그럭저럭 들을 만하다.. 딴 것 보다도 이 영상의 제일 잼있는 점은 시작하기 전 리허설에서 이 영감님이 발작하듯 쏟아내는 욕지거리이다.. ㅋ 이태리어로 하는 것을 아마 구글을 통해 번역한 것 같은데.. 좀 옮겨 보자면.. "이런 염병할.. 콘트라베이스.. 넌 항상 늦어.. 항상 늦는다고.. 니가 연주자야.. 넌 귀도 없고 눈도 없는 화상이야.. 너 너 너 말야 이 새끼야" 내가 좀 의역을 하긴 했지만.. ㅋ 대충 뉘앙스는 이렇다는.. 이 정도면 ㅅㅂ 직장 내 괴롭힘 아니냐.. 그래도 꾿꾿이 연주하는 사람들을 보면 이 영감쟁이의 발작은 늘상 있는 일이었던 거 아닌가 싶다..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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