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에는 출퇴근 할 때 차 안에서 간혹 FM을 듣곤 했다.. 물론 1FM을 들었는데 그 시간 대의 프로그램들이 대개는 진행자가 소소한 얘기를 주로 하는 편이라.. 개솔말구 걍 음악이나 틀어줘~ 라는 나으 취향하고는 사맞디 아니하는 경우가 많았다.. 그래서 주로 테잎이나 CD가 내 주요 음원이었고 FM은 일종의 보조재 역할을 했는데.. 간혹가다 신기한 음악을 듣게 되는 재미있는 경험을 하는 적이 있었다.. 요즘이야 오로지 타이달만 연결해서 카플레이로 듣고.. 그러다보니 당연히 내 의식대로 음악을 선택하게 되기 마련인데.. 이런 식의 라디오 프로그램은 뭔가 뽑기를 하는 듯한 그런 느낌이라는 것.. 언제였던지 기억은 까리한데 하여간 라디오를 틀었더니 무슨 피아노 협주곡 같은게 흘러 나오는데.. 이게 도대체가 족보를 모르겠는 곡을 틀어 놓았더라.. 대충 겐또를 때려봐도 라흐마니노프 정도 될라나 했는데.. 내가 이 양반 피아노 협주곡은 대충 다 들어 보았지만 이런 곡은 아니었던 것 같고.. 그렇다고 차이코프스키나 프로코피에프 같지도 않고.. 암튼 번지수는 거의 그 동네일 것 같은데.. 어케 들음 쇼팽 같기도 하고.. 음악이 나름 분위기가 있는 것이 마치 쇼팽의 영화음악 버전 정도라고 할까.. 뭐 암튼 그랬던고로 졸라 궁금해서 환장할 지경이 되었는데.. 1악장이 끝나고 나온 진행자의 멘트에 깜놀하구 말았다.. 스크리아빈의 피아노 협주곡 중 1악장이었음돠.. 헐~ 스크리아빈 하면 당시 내가 알고 있는 지식 상으로는 무슨 법열의 시라는 둥 별 되두 않는 괴상한 음악을 썼던 잉간이고.. 내가 그런 전위적인 음악에 관심을 가질 만큼 진취적 기상이라곤 1도 없는 잉간이기에 아예 이런 양반하고는 담을 쌓구 있었는데.. 어디서 이런 음악이 튀어 나왔을까 했던 그런 기억이 새겨져 있는 음악이다.. 물론 그 이후에 당연한 수순으로 이 곡이 실려 있는 LP를 구했는데.. 그 판 껍닥의 표지가 하두 어이상실로 기가 차서리 한 번 듣고는 걍 내깔겨 놓구 있었던 것 같다.. 얼마 전에 골방에 있는 판을 좀 정리하다가 스크리아빈의 피아노 협주곡이 실려 있는 이 판이 기어 나와서 그 때의 기억이 떠오른 김에 오늘 올려본다.. 스크리아빈의 피아노 협주곡과 프로메테우스가 실려 있는 판으로.. 아쉬케나지가 피아노를 맡았고.. 마젤이 이끄는 런던 필하모닉이 협연한다.. 껍닥을 보면 마치 열랩전사의 아스트랄한 그림체로 그려진 듯한 존나 기가 찬 그림이 보인다.. 이거 미쿡넘들 런던 판이라 그런가.. 아마 영국넘들 데카 판은 좀 다르겠지라고 생각은 들지만 실물은 못 봐서 모르겠다.. ㅋ 하긴 이 양반 자체가 무슨 신비주의가 어떻고 저떻고 하면서 지가 도사를 넘어 신적인 존재가 되었다고 믿었다는 얘기도 있으니 범상한 양반은 아니었던 듯 싶다.. 하긴 요즘 세상에도 도사를 자처하는 새끼들도 널린 판국이니.. 무한동력 만드는데 가르침두 주시구 말이다.. ㅅㅂ 후지기가 꼭 중세시대 같어.. -_-;;
피아노 협주곡은 스크리아빈의 첫 번째 완성된 관현악 악보였고.. 이 판에 커플링되어 있는 프로메테우스는 그의 마지막 악보였다.. 협주곡은 1896년에서 97년 사이에.. 프로메테우스는 1909년부터 10년 사이에 작곡되었으니 약 13년의 시간 차이가 있는 셈인데.. 똑같은 잉간이 쓴 작품이라고는 믿을 수 없을 정도로 두 곡에서 나오는 느낌이 다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판 뒷 면의 해설에서는 두 곡 사이에 둘 다 F샵 장조로 끝난다는 조성 사이의 연결점이 있고.. 피아노 부분이 어쩌구 저쩌구 블라블라 하는 공통점을 어떻게든 연결해 보고자 떠드는데.. ㅅㅂ 내가 보기엔 걍 발가락이 닮았다는 수준이다.. -_-ㅋ 달라도 너무 다르다.. 스크리아빈은 프로메테우스를 첨부터 오케스트라와 피아노를 위한 시라고 생각했고.. 대부분의 초기 연주에서 독주 파트를 본인이 직접 연주했다고 한다.. 근데 이 곡 프로메테우스의 복잡한 하모니가 본인이 생각하기에도 좀 지랄맞은 구석이 있다고 생각해서 그랬는지.. 청중에게 조금이나마 안도감을 주기 위한 목적으로 피아노 협주곡도 프로그램에 끼워 넣곤 했다고 한다.. 그런거 보면 나름 자기 객관화를 할 줄 아는 잉간이었던 것 같은데 어째 그리 삿된 길로 빠졌을까.. ㅋ 스크리아빈의 피아노 협주곡은 협주곡으로서의 강력하고 화려한 그런 작품은 아니지만 그의 초기 독주 피아노 음악의 맥락에서 볼 때 매우 매력적인 작품인 것은 분명하다고 한다.. 암튼간에 독주 악기인 피아노를 위해 아름답고 사색적이면서도 낭만적인 멜로디를 잔뜩 사용해서 작곡되었으며.. 마치 보석 세공인이나 금 세공인의 손길이 느껴지는 세밀한 기교가 돋보이는 곡이라 하겠다.. 오케스트라는 피아노가 아라베스크를 수놓을 수 있도록 동반자 역할을 하거나 기반을 제공하는 역할을 하는데.. 특출난 아름다움을 들려주는 악장은 해설에도 언급되어 있지만 2악장이 아닐까 싶다.. 이 2악장은 작곡가의 어린 시절부터 당시까지의 네 가지 변주곡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그 꿈결같은 아름다운 흐름을 따라가노라면 이 잉간이 1904년부터 걍렬한 과대망상증을 발전시켜 모든 예술과 철학, 종교가 불가분의 관계를 가진 하나의 통합된 전체를 꿈꾸게 되었다는 그런 똘끼하고는 맥이 닿지 않는 느낌이다.. 무엇이 이 잉간을 글케 맛탱이가 가게 했는지는 모르겠지만 참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읍다.. ㅋ
연결시키는 링크는 21년 5월 로열 콘서트 홀에서의 연주로 폴란드 출신의 영국 피아니스트인 에디타 미들롭스카와 로열 스코티시 내셔널 오케스트라의 협연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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