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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반

로카텔리.. 합주 협주곡..

by rickas 2012. 12. 25.

 

 

밖이 하두 추운데다가 기분도 개같아서리 돌아다니구 싶은 생각도 전혀 안 들고 해서 걍 하루종일 음악만 듣다가 퍼져 자다가 그랬다.. 그래서리 크리스마스이고 해서 이때 아님 굳이 꺼내 들을 일도 없겠다 싶은 김에 오전에는 바하의 크리스마스 오라토리오를 간만에 완주했다.. 이제는 젊었던 시절과 달리 체력과 정신력이 현저히 딸리는 고로 졸라 힘들더라.. ㅋ 암튼 그 김에 바하의 크리스마스 오라토리오 판을 올리려다 보니 사진을 찍어 놓은 것이 없더라.. 근데 카메라 밧데리두 나갔어.. -_-;; 굳이 충전하기두 귀찮구 그래서 언제가 될지 기약은 없지만 이 판의 포스팅은 나중으로 미루고 오후에 들었던 판 중의 하나를 올린다.. 로카텔리의 크리스마스 협주곡이 실려 있는 판.. 이 무지치의 연주다..


로카텔리가 태어난 해에 관해서는 꽤 오랜 기간 동안 제대로 알려진 사실이 없이 불분명했었다.. 꽤 최근의 연구를 통해서야 그가 성 아가타 교회에서 세례를 받았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그 날짜가 1695년 9월 4일이었던 고로 그가 태어난 해는 1695년으로 밝혀졌다.. 머 옛날 우리나라처럼 태어나서 바로 죽는 일이 많았기 땜시 몇 년 키워 보구나서 호적 신고를 한다는 식으로.. -_-;; 그렇게 세례를 받지 않았다면 아마도 그가 태어난 해가 1695년이라는 것은 꽤 정확한 사실일 듯하다.. 그러나 사실 그것 뿐이고 그의 어린 시절이 어땠는지에 대해서는 여전히 알려져 있는 바가 거의 없다.. 그는 로마에서 코렐리에게 바이올린을 배웠을 것으로 생각되는데 이는 아마도 1713년 전까지로 추정된다고 한다.. 1725년에는 헤센-다름슈타트의 필립 영주 밑으로 들어 갔는데 이 양반은 만토바에 자리를 마련했다.. 이 당시 문서에 의하면 이 양반의 영지에서 로카텔리는 이례적으로 특출난 바이올리니스트였고 대중의 평판 역시 각별했다고 한다.. 로카텔리는 1733년 네덜란드에 터를 잡기 전까지 부유한 영주를 따라 독일과 프랑스를 거쳐 상당히 다양한 곳을 여행했는데 결국 1764년 3월 30일 그가 마지막으로 자리를 잡은 암스테르담에서 세상을 떠난다.. 그는 베라치니, 제미니아니, 타르티니와 같은 뛰어난 바이올린 연주자였을 뿐만 아니라 다양한 분야에서 학식과 교양을 갖추려고 노력한 사람이었다.. 그가 죽은 후 세일을 위해 나온 그의 소장 도서 목록에는 수천권에 이르는 신학, 사학, 철학 주제에 관련된 책 뿐만 아니라 시집, 여행 관련 서적, 자기 작품과 동시대 다른 작곡가 작품의 인쇄본이나 필사본, 그림과 판화 등이 우글거렸다고 한다.. 증말 엄청난 지적 호기심이 있는 책덕이었거나.. 아님 장난 아닌 과시빨일 수 있겠는데.. 요즘 같은 세상이 아닌 담에야 아마도 지적 호기심이 범상치 않았던 듯.. 또한 로카텔리는 작곡가로서도 상당한 명성을 누렸는데 제미니아니나 타르티니처럼 그의 거장적 바이올린 솜씨를 작곡에 녹여낸 경우였다.. 형식적으로는 소박한 코렐리 악파의 영향을 그대로 이어 받은 12개의 합주 협주곡이 그의 첫 번째 작품이 되겠고.. 예전에 소개했던 바이올린의 예술이라는 작품 번호 3번에 이르게 되면 그의 형식이 로코코 양식으로 방향 전환이 이루어지는데.. 여기서 그는 엄격한 오선지의 라인을 벗어나서 기교적인 비르투오시티를 한껏 과시하려는 경향을 보인다.. 이 판에는 그의 첫 번째 합주 협주곡 작품집에 있는 열 두곡 중에서 8번, 11번, 12번이 실려 있다.. 이 합주 협주곡들은 1721년 암스테르담에서 쓰여졌고.. 이들은 8개의 교회 소나타 형식과 4곡의 실내 소나타 형식으로 나누어지는데 교회 소나타의 현악 악보가.. 두 대의 바이올린과 두 대의 비올라가 사용되는 등.. 좀 더 복잡한 특성을 지닌다..


8번 협주곡은 아무런 장식이 없는 현의 화음으로 고요하게 시작되는데 이 첫 악장은 피아니시모로 조용히 사라져간다.. 이어서 그라베-비바체-그라베의 세 부분으로 이루어진 악장이 나오는데 무쟈게 엄숙하면서도 침통한 듯한 느낌이 드는 가운데 가운데의 비바체는 푸가 형식의 전개를 보여줘서 먼가 엄숙한 분위기를 가일층 더한다.. 다음의 라르고 안단테는 이 협주곡의 핵심이랄 수 있겠는데 계속 나오는 바이올린 솔로 패시지에 의해서 분위기가 조금은 밝아진 듯하다.. 마지막으로는 안단테가 두 번 등장하는데 먼저 나오는 심각하고 꿀꿀한 분위기의 안단테에 비해 뒤에 등장하는 안단테는 분위기를 일신해서 정신적으로 포근해지는.. 화사하고 따스한 느낌의 전원곡으로서 토렐리나 코렐리 또는 만프레디니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교회의 성탄 전야 기념 행사를 위한 사족이라고 할 수 있겠다..
다른 두 작품은 전형적인 합주 협주곡 형식의 실내 협주곡인데 코렐리의 스타일을 그대로 따르고 있다.. 두 곡 중에는 11번이 독주자에게 더 재량이 주어지는 관계로 12번보다는 화려한 맛이 더 느껴진다.. 12번의 오프닝은 그야말로 졸라 심각한 진지함 그 자체인데 좀 희한한 것은 사라방드 악장이 비바체로 연주된다는 점이다.. 아마도 이는 실질적인 템포를 나타낸다기 보다는 정서적인 강렬함을 표현하기 위한 수단이 아닐까 싶단다.. 결말은 우아한 가보트로 맺고 있는데.. 듣고 나면 먼가 잡힐 것 같지만 잡히지 않는 것을 본 듯한 허전한 아쉬움이 남는다..


사족.. 껍닥의 그림은 16세기 초반 플랑드르 화가가 그린 동방박사의 경배라는 작품.. 그림 중앙의 인물과 양 끝에 있는 인물들이 입고 있는 옷의 색깔이 붉은 색이라 그런지 균형이 잡혀 있는 느낌이 들면서 가운데 아기 예수의 이미지가 무척 도드라져 보인다.. 필립스의 리빙 바로크 시리즈의 판들은 쟈켓이 꽤나 멋진 것들이 많은데 이 판 역시 쟈켓의 바탕색과 그림이 기가 막히게 잘 어우러져 졸라 폼이 나는 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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