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크리스마스 때 집구석에서 뒹굴면서 들었던 판 중에 듣다가 개깜놀했던 판.. 이 판은 내가 언제 사서 쳐박아 놨었는지 기억도 안 날 정도로 오래된 판인데.. 원래 이런 잡다한 소품 모아 놓은 판을 예전에는 잘 사지 않았던 내 속성 상 좀 의외인 판.. 그나마 요즘은 이런 식으로 만든 판을 전혀 거부감 없이 사기도 하고 듣기도 하고 그러는데.. 한때는 무신 고귀하신 영혼이라도 났다고 이넘 저넘의 잡다구리 곡들을 모아 놓은 판들은 어린 것들이나 듣는 것으로 치부했던 유치뽕을 쳐 떨었던 적도 있었긔.. -_-;; 근데 이 판을 듣고서는 왜 깜놀을 했냐면.. 소리가 좋더라.. 여기 실린 곡들이 대개가 화려한 관현악이 질알을 해대는 그런 곡들이 대부분인데.. 마치 데카 와이드 밴드의 관현악을 듣는 듯한.. 아니 어쩌면 더 현대적으로 윤곽이 뚜렷하면서도 실제의 깊이감이 느껴지는 그런 녹음이다.. 아마도 각별히 녹음이 잘 된 곡들을 따로 모아서 다시 찍어낸 시리즈물 중의 하나인 것 같은데.. 그 잘난 와이드 밴드나 블루 앤 실버의 귀빵맹이를 올려 부치는 소리다.. 판의 뒷 면에 이 스튜디오 투라는 기획물에 대한 안내가 되어 있는데.. 궁극의 스테레오 사운드니 어쩌니 하는 지덜 잘났다는 소리를 조낸 쏟아 놓고 있다.. -_-ㅋ 아마도 요즘으로 치면 중량반 LP처럼 먼가 한 번 더 애호가들을 등쳐서 울궈먹을 궁리를 하다 나온 것이 아닐까 싶고.. 그래서리 클래식이건 팝이건 가리지 않고 무쟈게 대중적인 곡들을 골라서 찍어낸 것인 듯..
실린 곡들을 대충 보자면.. 샤브리에의 에스파니아 랩소디.. 그리그의 페르귄트 중 노르웨이 해안의 폭풍우가 몰아치는 밤.. 요한 슈트라우스의 트리치 트라치 폴카.. 생상스의 죽음의 무도.. 레즈니체크의 돈나 디아나 서곡.. 마스카니의 카발레리아 루스티카나 간주곡.. 머 이런 곡들이 되겠다.. 전부 흔해 빠진 곡들인데.. 이 중에서도 눈이 땡그래질 정도로 귀가 곤두서는 곡은 에스파니아 랩소디와 죽음의 무도.. 특히나 죽음의 무도는 아마도 유나 킴의 그야말로 살아 있는 아트 그 자체였던 프로그램에서 쓰이면서 유명세를 많이 탔던 것 같은데 이거 녹음 진짜 좋다.. 원래는 콘스탄틴 실베스트리가 본머스 심포니 오케스트라와 Stereo Showpieces 라는 제목으로 만든 판에 들어 있었던 녹음이란다.. 여기는 민둥산의 하룻밤이니 마법사의 제자니 하는 오케스트라의 화려함을 맘껏 뿜어낼 수 있는 곡들이 실려 있는 것으로 보이는데.. 이 원래의 판을 구해서 들어 보았음 증말 좋겠네.. 다시 찍어낸 소리가 이 정도면 오리지날은 소리가 월매나 더 좋을라나.. 쩝..
옛날 생각을 불러 일으키는 곡이 두 곡 있는데..
하나는 레즈니체크의 돈나 디아나 서곡.. 이 곡을 첨 들은 것은 아마도 80년대 후반 쯤이었을 것으로 기억하는데.. 아바도가 비엔나 필과 신년 음악회에서 연주했던 프로그램 중 제일 첫 빠따 곡으로 등장하지 않았었나 싶다.. 그때만 해도 아바도가 젊어서 한창이던 시절이라 먼가 기존의 관행과는 다른 일탈을 보여주고 싶어서 그랬던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암튼 간에 그 동안의 신년 음악회의 첫 곡과는 좀 다른 선택이었다는 것.. 근데 이거 연주회 녹음을 당시에 테잎으로 사서 듣고 다녔는데.. 그때 한창 뻑이 가 있던 므라빈스키와 레닌그라드 필의 콩사탕스런 대통합의.. -_-;; 그런 일사불란한 소리에 비하면 비엔나 필은 어째 좀 엉성한 듯이 들려서 고개를 갸우뚱 하기도 했었긔..
다른 한 곡은 역시나 카발레리아 루스티카나 간주곡.. 아련한 어린 시절의 기억을 불러 일으키는 그런 곡 중의 하나다.. 피칠갑으로 결말이 나는 스토리에 비하면 한없는 평화와 안식이 마치 국수빨처럼 끊이지 않고 뽑아져 나오는 듯한 음악.. 느무느무 좋다.. 이 곡에 대한 이런 격한 호감도 역시 부전자전인가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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