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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반

베버.. 플룻, 첼로, 피아노를 위한 3중주..

by rickas 2012. 11. 25.

 

 

오만가지 조명빨을 디립다 받으면서 유명세를 치르는 사람들이 있는가 하면.. 그렇지는 못하지만 그에 못지 않은 내공을 간직하고 잘 드러나지 않는 사람들도 있게 마련이다.. 언제가 되었건 그러한 숨어 있는 실력을 가진 사람들은 반드시 수면 위로 떠오를 기회가 자의든 타의든 주어진다는 생각인데.. 사실 그러하지 못한 경우도 있는 것이 인간이 사는 세상사가 아니겠냐.. 그리고 또한 돼지한테 진주 목걸이를 걸어줘도 전혀 인식을 못 하듯이 이 사회 역시 그런 가치를 알아보지 못하는 수준이라면 이는 애시당초 글러먹은 꼬라지로 굴러가고 말 것이다.. 하긴 가치는 무신 가치냐.. 그저 읽는 활자라곤 신문에 난 기사 정도나 외워서 대구리에 새겨 놓는 꼬락서니니.. 암튼 이런저런 생각이 왔다리 갔다리 하는데.. 음악 역시도 드러난 곡들이 제대로 가치를 인정 받지 못하고 그저 표면에 튀어 나와서 번쩍이는 것들에만 조명빨이 쏠리는 현상은 마찬가지가 아닌가 싶다.. 오늘은 그래서 별로 알려지지 않은.. 그렇지만 숨어 있는 그러면서 진가는 보석과 같이 빛나는 그런 곡을 하나 올려 볼란다.. 베버가 작곡한 G단조의 트리오인데.. 플룻과 첼로 그리고 피아노가 3중주를 이룬다..


베버의 음악적 명성은 주로 그의 유명한 오페라.. 그러니깐 마탄의 사수나 오베론과 같은 작품들이나 몇 안되는 기악곡들.. 두 개의 교향곡, 두 개의 클라리넷 협주곡, 피아노와 오케스트라를 위한 소협주곡, 그리고 오랫동안 징글징글해서 이제는 진부한 무도에의 권유 등과 같은 곡들에 기인한다 하겠다.. 그의 교회 음악이나 많은 성악곡들은 기억에서 폐기된데다가 오늘날 우리가 그를 실내악 작곡가로 연상하기에는 작품이 턱없이 부족한게 사실이다.. 그러나 그가 스무 살이 되기 전 짤즈부르크에서 마카엘 하이든과 공부를 했고.. 비엔나에서는 포글러와 공부했던 이력을 고려해 볼 때 베버는 상당히 균형 잡힌 음악 교육을 받았고.. 어떠한 악기의 조합으로든 특정한 형태의 곡을 썼을 것으로 추정된단다.. 그는 특별히 관악기를 위한 곡을 쓰는데 능숙했는데.. 잘 알려진 두 개의 클라리넷 협주곡 이외에도 혼을 위한 콘체르티노, 바순 콘체르토, 그리고 초창기의 플룻과 현을 위한 로만짜 시칠리아나 등이 그런 곡이 되겠다.. 베버의 음악은 20세기에 이르기까지 청중들에게 널리 알려지지 못했는데.. 이는 그의 음악이 균형있게 잘 만들어져서 청중들에게나 연주자들에게나 즐거움을 제공하고 있고 또한 초기 낭만주의 시대의 특징을 잘 반영하고 있다는 점에서 볼 때 불행한 일이 아닐 수 음따.. 사실 베버는 실내악이라 불리울 만한 직품을 딱히 몇 곡 안 남겨 놓았는데.. 기껏해야 바이올린, 비올라, 첼로, 피아노를 위한 대4중주와 클라리넷, 두 대의 바이올린, 비올라, 첼로를 위한 5중주, 얼마 전에 포스팅 했던 클라리넷과 피아노를 위한 그랜드 듀오 콘체르탄트 등이고.. 거기다 이 판에 실려 있는 플룻, 첼로, 피아노를 위한 3중주를 추가하면 그가 가진 실내악 목록은 탈탈 터는 것이 되겠다.. 베버가 이 곡을 작곡한 때는 그가 드레스덴에서 카펠마이스터와 드레스덴 오페라를 맡고 있던 때였다.. 당시의 프레데릭 대왕은 드레스덴을 독일 문화의 중심지로 바꾸고 싶어했는데 그때까지 오랜 기간 동안 드레스덴 음악계를 꾸준히 장악해 온 이태리의 영향력을 퇴출시키고자 했다.. 마침 18세기의 독일 징슈필은 19세기의 독일 오페라로 전이가 되는 중이었고 모짜르트의 마술피리나 베토벤의 피델리오가 이런 길을 미리 닦아 놓은 셈이었다.. 그리고 그 다음 차례가 바로 베버, 슈포어, 마르슈너 등의 시대가 된 것이었고..


베버가 이 판에 실린 트리오를 작곡하던 당시는 이미 마탄의 사수와 볼프의 프레시오사에 대한 극음악을 작곡하고 있던 시기였는데.. 왜 베버가 이렇게 대규모의 힘든 일을 하면서 굳이 짬을 내어 이런 실내악 곡을 작곡했는지는 불분명하단다..  따라서 어떤 이들은 이 곡이 본인의 적극적인 의도에 따라서 작곡된 것이  아니라 누군가의 요청에 의해 작곡된 것이 아닌가 추정하기도 한다.. 또한 그가 실내악을 별로 작곡하지 않은 것은 실내악의 정수에 요구되는 정적인 사색, 화성의 정제, 주제에 대한 끈질긴 전개 등과는 선천적으로 안 어울리는데 기인한다는 야그도 있다.. 다른 여러 구라들과 마찬가지로 이런 얘기들도 일부는 유효할 것이고.. 일부는 그렇지 않을 것이다.. 물론 베버가 체질적으로 오페라 작곡을 선호했고.. 또한 그래서 드레스덴에 계속 머물렀다고는 해도 그가 기악곡을 작곡할 때는 스킬의 부족이나 무개념 또는 화성의 어색함 등을 보여준 것은 아니었다.. 다른 작곡가들과 마찬가지로 그 역시 그에게 가장 잘 맞는 것을 선택했을 뿐 그의 배경이나 경험은 그가 선택하기만 하면 충분히 다양한 쟝르에 영향을 미칠만한 수준이었다는 것이 정설이다..


각설하고.. 이 작품은 네 개의 악장으로 이루어졌는데..  첼로로 시작하는 오프닝부터가 상당히 구슬픈 느낌을 불러 일으키면서 두 주제가 구조적으로 대비되는 모습을 보여준다.. 두 번째 악장 스케르쪼는 다소 행진곡 풍의 느낌이 나는 짧은 악장이고.. 세 번째 악장은 목동의 탄식이라는 부제가 붙어 있는 전원곡 풍의 악장인데.. 플룻으로 연주되는 멜로디가 정말 한 번 들으면 바로 삘이 와서 꽃힐 만큼 기가 막히게 아름답고 슬프다.. 걍 이 세 번째 악장만으로도 이 곡의 가치는 충분하다는 생각이다.. 네 번째 악장은 베버의 절묘하게 어울리는 멜로디를 창작할 수 있는 재능과 또한 이후의 낭만파 작곡가들이 쉽게 까묵어 버리곤 했던 구조적 일관성에 대한 베버의 고전적 취향이 잘 나타나는 악장이다.. 그리 흔하게 들을 수 있는 곡은 아니지만서도 정말 숨어있는 보석과 같은 매력 덩어리의 곡이 아닐 수 음따.. 그나저나 데카에서 마데인잉글랜드로 찍어내면 똑같은 VOX의 Turnabout 판이라도 미쿡넘들 거에 비함 왜 이케 뽀대가 작렬인지.. 하긴 껍닥부터 내용물까지 비교가 안 되는 수준이긴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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