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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반

글린카.. 클라리넷, 바순, 피아노를 위한 3중주.. 비창..

by rickas 2012. 11. 19.

 

 

특이한 편성의 곡을 듣는다는 것은 상당한 호기심이 동반되어야 가능한 일인데.. 거의 꼴통이 되어 버린 듯한 요즘은 그런 짓거리를 잘 안 하는 편이지만 과거에는 그런 판들을 일부러 골라서 듣기도 하고 그랬다.. 얼마 전에 올렸던 트럼본이 나오는 판이나 지금 올리는 클라리넷이 나오는 판 모두 예전에 그런 호기심이 그나마 남아 있던 시절에 구했던 판들이다.. 이 판에는 세 곡이 실려 있는데.. 베버의 클라리넷과 포르테 피아노를 위한 그랜드 듀오 콘체르탄트.. 슈만의 클라리넷과 비올라, 포르테 피아노를 위한 옛날 이야기.. 그리고 글린카의 클라리넷과 바순, 포르테 피아노를 위한 비창 트리오.. 이런 구성이다.. 클라리넷과 피아노는 그렇다 쳐도.. 거기에다 슈만은 비올라, 글린카는 바순을 더했는데.. 아무리 클라리넷이 위 아래를 종횡무진 누빈다 해도 무게 중심을 낮춰 줄 수 있는 얘네덜을 집어 넣은 것을 보면 상당히 일리가 있는 구성이 아닌가 싶다.. 근데 이 판의 마빡에 올라와 있는 곡은 베버의 그랜드 듀오인데.. 사실 이 곡만 분위기가 그럭저럭 밝고 우아한 편이고.. 나머지 곡들은 대체적으로 어둡고 슬프다..

 

특히나 슈만의 엣날 이야기라는 작품은 1853년 그가 신경 쇠약에 걸려 멘탈의 붕괴를 가져 오던 해의 작품이고 그로부터 3년 후 그는 세상을 떠난다.. 곡이 시종일관 우울한 것은 아니고.. 오히려 무쟈게 아름답고 서정적인 느낌이 드는 곡이지만.. 바탕에 깔려 있는 정서는 그런 선입견을 가지고 들어서 그런지 졸라 애잔하고 쓸쓸하면서 한편으로는 고통스럽다.. 이 곡을 듣고 있노라면 슈만이 간직하고 있던 소중한 무엇인가가 결국은 지켜지지 못하고 유리 조각의 파편처럼 산산히 부서져서 흩뿌려지는 듯한 아픔이 느껴진다.. 그리고 정말 듣다 보면.. 바이올린이 아니라 비올라가 들어가 있다는 것이 참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비올라의 역할이 중요한 곡이라는.. 그렇다는.. 근데 슈발.. 이 곡의 백미라 할 수 있는 3악장은 진짜 느무느무 슬프도록 아름답다.. 그런 결말을 안 볼 수도 있었을텐데.. 불쌍한 슈만.. ㅜㅡ

 

글린카의 트리오는 그가 강렬한 인상을 계속해서 받아 들였던 3년간의 여행을 마치던 해인 1832년 이태리에서 작곡이 시작되었다.. 이러한 인상의 대부분은 비음악적인 것이었는데.. 당시에 그는 여전히 표현 양식을 찾고 있었고.. 그 때까지는 테크닉적으로도 부족했다고 한다.. 또한 이 시절에 비록 그가 피아니스트로서는 좀 임팩트가 있었다 해도 작곡된 작품들은 졸라 하찮은 것들이었단다.. 그러나 그가 메모에 썼듯이 당시에 조국에 대한 열망이 점차적으로 그로 하여금 러시아 방식의 작곡 아이디어를 떠올리게 했고.. 그의 음악에 대한 관심을 최초로 자극했던 핀란드 비르투오조 버나드 크루셀에 의한 클라리넷 5중주에 대한 기억이 그로 하여금 가장 실체적인 것으로서의 트리오를 쓰게 한 것으로 추정된단다.. 먼 소리냐.. ㅅㅂ -_-;; 암튼간에 곡은 전반적으로 이태리를 여행할 때 그를 괴롭혔던 어두운 음울함을 담고 있는데.. 이는 그의 만성질환을 치료하기 위한 다양한 방법에서 오는 혼란과 그의 여기저기에서의 설익은 연애질.. 그리고 음악가로서의 자기 확신 부족 등이 짬뽕이 되어 나타나고 있단다.. 그는 스코어 위에 "나는 사랑이 가져오는 고통을 통해서만 사랑을 깨달아 왔다" 는 졸라 가심 아픈 문구를 써 넣었다.. 첫 악장은 졸라 드라마틱하게 시작하는데 곧이어  서정적이면서도 비극적인 느낌이 드는 주제로 옮겨 간다.. 이 양반은 아무래도 당시에 졸라 실연을 쳐 당한 듯하다.. -_-;; 2악장 스케르쪼는 상당히 경쾌한 통통 튀는 느낌을 주는데 머니머니 해도 곡의 제목과 제일 잘 들어 맞는 악장은 이어서 나오는 3악장이다.. 이태리스런 유행가 삘이 나면서 청승을 주저리주저리 떨어대는 악장인데 졸라 애잔한 느낌이 절절히 스며든다.. 4악장은 아마도 악장들의 일관성 부족을 염려했던 것인지 첫 악장에서의 두 주제를 가져다가 인용하는데.. 나름대로 상당히 씩씩하게 마무리를 하고 있다..

 

사족.. 껍닥의 그림은 영국 화가 제임스 존슨의 폐허가 된 수도원을 통해 보이는 고요한 호수의 일몰이라는 그림이다.. 제목 한 번 졸라 길다.. -_-ㅋ 이 양반은 19세기 초 브리스톨 스쿨의 일원이었다는데 시적인 풍경을 잘 그렸다고 한다.. 이 그림 역시 무쟈게 낭만적인 느낌이 나는데.. 불행히도 서른 한 살의 나이로 창문에서 뛰어내려 세상을 등졌다고 한다.. 담겨 있는 음악이 우울하다 보니 그림을 그린 화가 역시 그런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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