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말이었던 것 같은데 낮에 음악을 듣다 잠이 올락 말락 하길래 걍 듣는 것을 접고 시청각을 함께 쓰는게 아무래두 낫겠다는 생각에 DVD를 볼려구 쭉 훑어 보았다.. 훑다 보니 예전에 사 놓구 안 보았던 것들도 꽤 되구.. 걍 한 번 보구 던져 놓은 것들도 있더라.. 일부는 국내에서 구하기 어려워서 아마존에서 주문했던 DVD들도 좀 있던데 그 중에 제3 제국의 위대한 지휘자들이라는 DVD가 있는 것을 발견했다.. 이게 국내에서 나왔었는지는 잘 모르겠는데 암튼 꽤 오래 전에 사서 대충 한 번 보구는 던져 놨던 것 같다.. 당시에 이걸 구하려고 했던 것은 푸르트뱅글러의 뉘른베르크의 명가수 전주곡 실황을 꼭 구해 보려구 했었기에 샀던 것인데.. 이 실황은 예전 대딩 시절 동숭동에 있던 인켈이 운영하던 오디오 월드라는 곳에서 레이저 디스크로 보구서는 넘나두 쇼크를 먹어서리 구하려구 했던 기억이 난다.. 그 당시 LD 구해서 보기가 만만치 않았는데 여기서 꽤나 귀한 실황이나 연주들을 많이 틀어 주어서 무척이나 고맙게 이용을 하곤 했었다.. 암튼 당시에 보았던 전주곡 실황은 졸라 전율스러웠던 기억.. AEG 공장이었는데 대충 기계나 설비 위에서 걸터 앉아 음악을 듣는 노동자들.. 좌석에 앉아 있던 군인들도 꼬라지가 성치 않은 넘들이 꽤 보이구.. 어린 애색히덜에 노인네덜에 오만 종자들이 다 모여서 듣던데.. 전쟁이라는 와중에 그것두 패전할 것이라는 암울함이 베어 나오는 것인지 잉간들이 극도의 집중력을 보여주는 느낌.. 물론 연주 자체도 푸선생 특유의 주유소 입구 풍선 인형 너울대듯 하는 액션과 함께 마치 신들린 듯한 느낌을 전해주고 해서 하여간 당시에 무척이나 감동을 때리면서 보았던 것.. 역시 저런 음악은 됙일넘들 것이구나 하는 생각두 들었구..
사설이 길었는데.. 하여간 그 DVD를 그날 다시 한 번 쭉 보구서는 요즘 들어 통 듣지 않았던 푸선생 판들을 간만에 다시 들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예전에는 사실 소리 별루 신경 안 쓰구 오로지 음악만 듣겠다는 일념으로 푸선생 판 같은 모노 음반들도 열씨미 잘 들었었는데.. 요즘은 그 넘으 오디오질 땜에 상당히 타락을 해버려서 언제부터인지 모노 판들에 손길이 뜸해졌던 것.. --; 암튼 그래서리 어제부터 푸선생 판들을 하나씩 꺼내서 듣고 있다.. 머 얼마나 이 짓을 할지는 모르겠지만 말이다.. 어제는 그가 지휘한 마적을 들었는데 이건 나중에 포스팅 하련다.. 이 녹음에 얽힌 잼있는 얘기도 있구.. 오늘은 지금 올리는 판과 슈만의 교향곡 1번을 들었는데.. 역시 1번을 듣고서는 그래도 음질이 좀 괜찮은 넘이 듣고 싶어져서리 다른 판을 연속해서 꺼내 듣는 짓거리를 하구야 말았다.. 넨장.. 이 타락한 귓구녕으로 이런 녹음들을 얼마나 계속해서 들을 수 있겠는가.. ㅋ
이 판에 실려 있는 두 곡은 녹음 년도가 6년 정도 차이가 난다.. 피아노 협주곡 4번은 1943년 10월이니 구 베를린 필하모닉 홀에서 이루어진 실황인데.. 당시는 공습의 위협과 식량 배급의 암울한 와중에서도 베를린 필이 독일의 가장 중요한 오케스트라로서의 지위를 인정받던 시절이었고.. 쉰 일곱살의 푸선생 역시 베토벤 해석자로서의 권위에 있어서 정점에 위치했던 시절이었다.. 당시 서른 일곱의 콘라드 한센은 특별히 독일 피아니스트의 전통을 계승한 황태자로서 인정을 받고 있었고.. 레오노레 서곡 2번은 구 필하모니 홀이 공습으로 아작이 난 후 티타니아 궁에서 연주된 실황이다..
젊은 콘라드 한센은 그의 멘토였던 에드빈 피셔의 회춘한 버전 같은 인상을 주었다고 한다.. 그의 연주는 활력이 넘치면서도 동시에 섬세했고 정열적이면서도 명상적인 특성을 동시에 발휘했단다.. 그는 피셔의 제자이자 조수였는데 대중들 앞에서의 첫 연주 역시 피셔 챔버 오케스트라의 솔로이스트로서였다.. 전후 그는 교육자로서 많은 활동을 했고 또한 1945년에는 구 베를린 필하모닉의 멤버였던 에리히 뢴과 아르투르 트로에스터와 함께 3중주단을 결성하여 활동하기도 했다.. 한센의 4번 연주는 그의 4번을 바라보는 시각.. 즉흥적인 해방감과 시적인 뉘앙스를 잡아내는 터치가 나타나는.. 광휘로 점철되어 있는 곡으로서 서정적으로 노래해야 한다고 하는.. 그런 면이 그대로 반영되어 있다고 한다.. 첫 악장부터 새로운 시도.. 피아노부터 울려 나오는 부분의 연주부터 예사롭지 않은 느낌을 주는데 무척이나 서정적인 노래하는 듯한 피아노 위로 푸선생 특유의 후까시가 도처에서 터져 나온다.. 2악장은 베토벤 특유의 먼지 모를 모호함.. 마치 그의 교향곡 9번의 4악장 중에서 느껴지는 그런 모호함을 얼핏 보여 주는데.. 이 악장의 아름다움은 뭇짐승들을 조용히 아닥하게 만들던 오르페우스의 모습에 비유되기도 한단다.. 3악장은 앞선 악장에서의 진중함과 모호함을 씻어버리려는 듯이 졸라 달리는데 언뜻 언뜻 베슨상 특유의 비틀어진 익살이 들어가 있는 것 같은 냄새도 풍긴다.. 머 독주자와 오케스트라가 혼연일체가 된 어쩌구 저쩌구의 경지 운운은 좀 지겨운 표현이긴 한데.. 암튼 둘이 착착 달라 붙으면서 서로에게 정신 없이 몰입되어 가는 듯한 연주를 들려 준다..
근데 이 판에서 4번 협주곡보다 더 멋진 것은 사실 부록처럼 실려 있는 레오노레 서곡 2번인 것 같다.. 원래 이 곡은 단순히 레오노레 3번 서곡의 예비적인 습작 정도로 여겨졌고 별루 연주도 되지 않았었는데 푸선생께서는 일찌기 이 곡을 졸라 높이 평가하셨단다.. 그래서리 자주 연주를 했고 이 곡에 내재된 꾸밈없는 소박한 힘과 마치 표현주의적인 듯한 직접성을 인정받게 만드는데 일조를 하셨다는 야그.. 근데 듣다 보면 푸선생 특유의 미칠 듯한 후까시의 뻥튀기와 잦아듦은 피델리오 서곡보다 실제로 이 2번 서곡에서 더 빛을 발하는 듯 싶다.. 이게 분명 모노이고 음질이 그리 좋지 못한 것은 분명한데.. 우째 이리 사람 가심을 뒤흔들어 놓을 수 있는지 참 불가사의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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