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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반

뿔랑.. 전원 협주곡..

by rickas 2012. 2. 26.

 

 

아마도 내가 듣는 음악 중 가장 현대에 가까운 음악이 뿔랑의 음악일 것 같다.. 그의 피아노 협주곡을 꽤나 좋아하는데 그건 아마도 가심에서 느껴지는 생경함이나 이질감이 거의 없이 그저 재미있을 뿐만 아니라 그 안에서 번뜩이는 독특한 아름다움 때문이 아닐까 한다.. 사실 난 현대 음악 같은 것은 전혀 흥미도 없고 관심도 없어서 평생 가야 들을 일 없겠지만 예전에 몽티셀리의 그림이 박혀 있는 판의 껍딱에 눈길이 혹해서리.. 그것만 보구 샀던 그의 피아노 협주곡에 상당한 호감을 가지게 되면서부터는 그의 음악을 이것 저것 사서 들어 보군 했었다.. 오늘은 그 중에서도 별시리 재미있고 독특하고 유쾌하고 아름다운 곡.. 하프시코드와 오케스트라를 위한 전원 협주곡을 올린다..

 

작곡가가 되기 전 그는 수습 피아니스트였는데.. 그에게 피아노를 가르치기 시작한 건 그의 모친이었고.. 그녀는 그를 프랑크의 조카딸을 거쳐 리카르도 비녜스에게 가서 공부를 하게 했다.. 뿔랑은 종종 비녜스에게 모든 것을 배웠다고 얘기를 하곤 했는데.. 비녜스는 피아노의 숨겨진 오의를 온전히 그에게 전해주었고 이는 개별적인 터치의 관능성과 관련이 깊다.. 성숙한 작곡가로서의 명성을 얻은 뒤에도 그는 여전히 피아니스트로 활약했는데 그러기에 그의 주요 작품들 중 상당 수가 피아노를 위한 작품들이다.. 이 레코드에 실린 두 곡은 작곡가의 갈란테 시기에 속해 있는 작품들인데 뿔랑은 당시 모짜르트와 하이든.. 와토와 프라고나르.. 쿠프랭과 퍼셀 등에 심취하곤 했다고 한다.. 하프시코드와 오케스트라를 위한 전원 협주곡은 이런 관점에서 특징을 갖구 있는 곡인데 1927년에서 1928년에 걸쳐 작곡되었고 뿔랑이 최초로 진지한 교향적 요소를 녹여낸 작품이란다.. 이 작품의 작곡은 그와 오랜 기간 동안 우정을 유지했던 위대한 하프시코디스트인 란도프스카와 관계가 깊다.. 그녀는 당시 프랑스의 생 루에서 살았는데 봄이면 매주 일요일 아침 체리와 복숭아 나무가 들어서 있는 그녀의 정원에 있는 작은 스튜디오에서 공개 리사이틀을 열었다고 한다.. 뿔랑은 그녀와의 만남이 그의 인생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이벤트 중의 하나였고 그녀에게 아티스트로서의 존경 뿐만 아니라 인간적인 호감까지 갖구 있었으며.. 그녀와의 우정에 자부심을 느낀다구 얘기를 했다.. 뿔랑은 란도프스카가 팔랴의 작품을 초연하던 곳에서 만났는데 당시 그는 리허설을 돕고 있었다고 한다.. 근데 그러던 중 하루는 란도프스카가 그에게 자기를 위해 콘체르토를 써 달라고 부탁을 했고 그는 지체없이 작곡에 착수를 했는데 당시 그는 하프시코드에 대해서는 잘 아는 바가 없었기 땜에 이러한 곡을 쓴다는 것 자체가 상당히 놀라운 일이었다고 한다.. 근데 그는 곧 하프시코드라는 악기가 굉장히 유니크한 넘이라는 것을 알아차렸고 나중에 이 곡을 피아노로 편곡한 다음에도 첫 번째 옵션은 하프시코드라고 단언할 정도로 하프시코드를 높이 평가했다.. 그는 팔랴 이래 하프시코드가 잊혀져 가는 것을 구해낸 계승자였으며 프랑스 하프시코드 스타일의 영광이 남아 있는 곡을 작곡한 사람이 되었다.. 이 곡의 제목에 전원이라는 단어가 들어가 있어서 좀 오해가 있는 부분이 있다는데 여기서의 전원은 뿔랑에 의하면 졸라 촌구석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교외 주택지를 의미하는 것이고 란도프스카가 살았던 18세기 전원 분위기가 남아 있는 생 루를 염두에 둔 것이라고 한다.. 기실 그는 파리에서 태어났고 18세가 되기까지 시골이라고는 극히 제한된 몇 군데 밖에는 모를 정도의 도시내기였는데 그래서 그런지 모르겠지만 실제 이 곡의 분위기 자체도 시골스럽다기 보다는 오히려 도시스러운 맛이 더 있는 것 같다.. 초연은 1929년 5월 3일 파리에서 란도프스카의 하프시코드와 몽퇴가 지휘하는 파리 심포니의 협연으로 있었는데 실제는 이보다 며칠 전에 뿔랑이 오케스트라 파트를 피아노로 연주하고 란도프스카가 하프시코드를 연주하는 형태로 생 루에 있는 그녀의 집에서 먼저 연주되었다고 한다..

 

첫 악장은 상당히 느리고 경건하면서도 장엄한 시작을 들려 주는데 이는 당시 프랑스 음악가들 대부분에게 영향을 미친 스트라빈스키를 연상시킨단다.. 곧이어 졸라 경쾌하고 발랄하기까지한 18세기 스타일의 하프시코드가 튀어 나오는데 이로부터 전개되는 음악이 무척이나 골때리게 재미있다.. 2악장에서는 분위기가 완전히 바뀌는데 솔직히 내가 들어 본 몇 안 되는 뿔랑의 곡 중에서는 가장 아름다운 부분이 아닐까 싶다.. 어째 들음 살짝 신파스러운 느낌도 나는 것 같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마치 애수에서 나오던 캔들 클럽에서 비비안 리와 로버트 테일러가 춤을 추던 장면에 어울릴 것 같은 졸라 낭만이 넘쳐나는 악장이다.. 3악장은 헨델과 스트라빈스키의 매력적인 대화를 보여준다는데.. 먼가 뒤틀리고 꼬여 있는 유머를 보여주는 것 같은 느낌이 들기도 한다.. 하여간 듣다 보면 그 전개 자체로도 무척이나 흥미진진한 곡이다..

 

연주는 아미 반 데 빌레가 하프시코드를 맡았고.. 프레트르가 지휘하는 파리 콘서바토리 오케스트라가 협연했다.. 껍닥이 좀 아쉬운데.. 사실 이 정도만 되어도 문자의 통일감하며 때깔의 세련미가 미쿡넘들의 안드로메다성 껍닥하구는 비교가 안 되지만서도.. 전원 협주곡이다 보니 티치아노가 그린 신비스러움이 퐁퐁 솟아 오르는 전원의 합주를 껍닥에다 썼더라면 졸라 가일층 머찌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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