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의 막바지가 다가오는 것인지.. 어제부터 졸라 춥다.. 요번 겨울은 골때리는 것이 어째 1월보다 2월이 더 추운 듯.. 머 음력으로 치자면 아직 정월인가 그렇던데 그래도 2월 말이 다가오는 마당에 이 정도 추위는 쩜 미친 것 같음.. 머 날씨가 맛탱이가 간게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니 사실 그리 놀랄 것도 못 되고.. 그보다두 더 질알맞은 인간사가 연짱 콤보 크리를 타구 있으니 날씨 정도야 걍 애교 정도로 쳐주면 된다.. --; 암튼간에 겨울이면 관성인지 타성인지는 모르겠지만 일단은 들어줘야만 하는 음악.. 차이코프스키의 음악이다.. 하긴 평소에 그리 즐겨 듣지 않다 보니 간혹 가다 이런 핑계라도 대고 들어주는 것도 나쁘지는 않은 것 같다.. 오늘은 그의 교향곡 중 한때 제일 호감이 갔던 5번 교향곡을 들었다.. 요즘은 머 6번만 빼면 나머지는 걍 호감두 비호감두 아니구 그저 그럼.. 하여간 낮에 집에서 쉬면서 햇살이 따땃하게 거실에 비치는데 이 음악을 듣고 있자니 밖은 엄동설한이라도 그런 현실을 완전히 비켜나서 어디 딴데 와 있는 기분..
차이코프스키의 교향곡 5번은 예전 대딩 때 교향악 축제에서 시향이나 KBS향의 단골 메뉴였던 것 같은데.. 그때는 오늘은 어디서 삑싸리가 날까를 나름 졸라 기대하면서 듣기도 했던 기억이.. -_-ㅋ 당시에는 므라빈스키의 레닌그라드 필이 연주하는 LP에서 나오던 어처구니 엄는 소리에 이미 귓구녕이 오염되어 있었기 땜시 그딴 짓거리나 했던 것 같은데.. 이건 실연을 들어야 맛인데 그나마도 요즘은 실연 접하기도 어려우니 원..
차슨상은 익히 알려져 있다시피 환자다.. --; 걍 내 생각으로는 조울증이 졸라 심하지 않았나 싶구.. 왕소심에다 일면 찌질한 구석도 있는가 하면 되두 않는 허세를 부리기도 하는 등등.. 그리 평탄한 성격의 소유자는 아니었는데 그의 교향곡 5번 역시 그의 그런 일면들을 졸라 다양하게 총천연색으로 보여 주신다.. 이 곡은 상당히 오랜 기간 동안 논란이 지속되어 왔다고 한다.. 1888년 12월에 공연이 끝나고 그는 그의 친구이자 후원자였던 메크 부인에게 편지를 쓴다.. 저는 점점 더 이 작품이 좆망이라는 확신이 들긔.. -_-ㅋ 이번 기회를 완전히 조져 버렸고 더불어 저의 창작력도 시망인듯여.. 그래서리 기분 완전 꿀꿀함.. 이 교향곡은 너무 야하구.. 너무 떡대가 크구.. 진지하지 못한데다 졸라 길기까지 해서 완존 캐막장인 것 같음여.. 내 칭구 색퀴들 중에 타네이에프만이 이 다섯번째 교향곡이야말루 내 최고의 작품이라구 설레발을 떨었지 나머지 색퀴들은 졸라 까댐.. 님하.. 혹시 제가 이제는 완죤 앵꼬가 나 버린 것은 아닐까염.. 이제 막장이 온 것 아닐까염.. 그렇다면 저는 완전 좃된거임.. ㅜㅜ 라구 징징대는 편지를 썼단다.. 근데 이 소심한 조울증 환자 작곡가께서는 나중에는 좀 이 교향곡에 대해 긍정적으로 생각하게 되었단다.. 아마도 초장에 그랬던 것은 그가 지휘한 연주 자체가 션치 않았던데서 온 엄청난 불만이 이런 폭주를 하게 만들었던 것 같단다.. 원래가 천성적으로 졸라 부끄럽구요를 연발하시는 우리 차슨상께서는 그의 음악으로 세상 모든 이들이 위안을 얻는 것을 바라시긴 했지만 모든 이들이 빤히 바라보는 지휘대에 서시는 것은 엄청 끔찍해했다.. 나중에 그나마 어느 정도 이런 지휘에 대한 혐오감이 극복이 되었다고는 하지만 아무래도 거리감이 없을 수가 없었던 것.. 이 작품에 대한 상반되는 의견들은 주로 차슨상이 이 곡에서 채택한 작곡 상의 기법과 관련이 있는데.. 첫번째 악장과 마지막 악장이 전통적인 소나타 형식을 채용했지만 풍부한 멜로디와 졸라 기교 만땅의 기악법을 사용함으로써 윤곽 자체가 모호해져 버렸다는 것이 그것이다.. 주가 되는 동기가 전 악장에 걸쳐서 나오는데 그의 음악적인 컨셉을 기록했던 노트에 보면 운명에의 완전한 굴복 그리고 전조의 불가해한 힘.. 이렇게 쓰여 있단다.. 초장의 클라리넷이 제시하는 동기부터가 이런 구상을 가지고 작곡되었던 것 같다.. 물론 마지막 악장에서는 단조가 갑자기 장조로 바꾸면서 마치 이런 재수꽝인 운명을 극복해내는 듯한 승리감이 들뜬 환희를 보여 주는데 거기에까지 다다르는 과정이 꽤나 장관을 이룬다.. 차슨상의 열렬한 예찬론자들께서는 이 곡이야말로 비창을 뛰어넘는 걸작이며 무쟈게 풍부한 상상력의 표본과 교향곡이라는 예술 형식에 대한 차슨상의 가장 개인적이면서도 성숙한 기여가 결합된.. 전통적인 양식의 변혁을 볼 수 있는 그런 작품이라고 떠벌였다고 한다.. 머 난 그런거는 잘 모르겠구.. --; 걍 이 교향곡을 들으면 오만가지 상념들이 완죤히 잡탕이 되어서 시시때때로 고개를 쳐내미는 그런 느낌이 든다.. 이런 갖가지 감정들을 이렇게 머찌게 버무려 놓을 수 있다는 것.. 역시 차슨상은 대단하시다..
오늘 들은 판은 아바도가 젊었던 시절.. 런던 심포니와 녹음한 판이다.. 오케스트라도 그럭저럭 질긴 맛이 나구 연주 자체도 무척이나 씩씩하면서 성큼성큼 나가는 싱싱한 느낌이 들어서 꽤나 듣기 좋다.. 표지에 있는 그의 사진을 보다가 병마에 시달린 다음 폭삭 늙어 버렸던 그의 몰골을 생각하니 정말 세월 무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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