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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반

버드.. 5성 미사..

by rickas 2012. 1. 15.

 

 

지난 연말에 시청 앞을 지날 때 보니 이번에는 성탄 트리 위에 큼지막하게 올라가 있는 하얀 십자가가 안 보이더라.. 아마도 재작년이었던 것 같은데 꼭대기에 박혀 있던 무쟈게 커다란 하얀 십자가를 보구서는 뜨악했던 기억이.. 왠 시청 앞 광장 한 복판에 무덤이 생겼나 해서리.. --; 그나마 그 십자가가 사라진 것이 그 분께서 셀프 빅엿을 쳐묵쳐묵한 덕분이 아니겠나 싶지만.. 아님 말구.. 암튼간에 성탄 나무 위에 비정상적 크기의 그것도 하얗게 빛나는 십자가는 정말이지.. 넘넘 깜찍하더라.. ㅅㅂ 서울 시내에 보이는 빨간 십자가와 하얀 십자가를 몽땅 무릎을 맞대고 세어 보면 도대체 몇 개나 될까.. 기네스북에 올라갈 정도일텐데.. 졸라 궁금하다.. 쩝.. 하긴 울 나라야 거의 정교일체 수준이니.. 그 십자가가 좀 많기로서니 무신 대수랴 싶다.. -ㅁ-

 

오늘 오후에 낮잠 한 잠 때리구 몽롱한 상태에서 들은 음반.. 버드의 5성 미사가 실려 있는 판이다..

종교개혁은 16세기 기독교 사회에서의 기조였고 영국 역시 헨리 8세가 로마 교회와 갈라서면서 개혁 작업이 진행되었다.. 예배 시 언어가 라틴어에서 영어로 교체되었고 이는 완전히 새로운 양식의 음악이 요구되었던 것과 관계가 깊다.. 따라서 당대의 교회 음악은 간혹 과다한 성부를 사용한다던가 아니면 졸라 세속적인 민요조의 선율이 사용된다던가 하는 식으로 물의를 일으키는 적이 있었단다..

윌리엄 버드는 1543년 링컨셔에서 태어난 것으로 알려졌는데.. 그의 생애는 내내 법으로 명기된 새로운 양식의 예배 음악이 불리워지고 로마 양식의 전례 음악은 많은 개인 예배에서 불법적으로 행해지던 그런 전환의 시기였다.. 버드는 불과 스무살에 링컨 대성당의 오르가니스트로 임명되었고 1569년에는 왕립합창단원이 되었다.. 그로부터 3년 후 그는 링컨에서의 직위를 포기하고 런던으로 가서 탈리스와 왕립합창단의 오르가니스트 자리를 겸직했고 죽을 때까지 그곳에 머물게 된다..

1575년 버드와 탈리스는 엘리자베스 여왕으로부터 악보와 출판물에 대한 실질적인 독점권을 부여 받았는데 이들이 워낙에 장사꾼 마인드가 되어 있지 않았거니와 음악 비즈니스라는 것이 별루 짭짤하지가 못해서리 2년 후에는 졸라 손해를 보았다고 징징대는 탄원을 여왕에게 하기도 했다..

그의 작품 출판은 불규칙하게 이루어졌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의 작품 범위는 교회 음악 뿐만 아니라 수 많은 마드리갈.. 키보드 음악.. 현악.. 노래 등등 범위가 졸라 넓다.. 그리고 당시에 버드는 오만가지 송사로 꽤나 시달렸다고 한다.. 아마도 이래저래 서슬이 시퍼럴 때이니 고소 전문.. 기소 전문.. 머 그런 전문가 색히덜이 X통에 구더기 떼처럼 당시에도 드글드글 했던 듯..

그는 전 생애를 통해 로마 카톨릭 신자로 남아 있었고 또한 노골적인 국교 기피와 구교 옹호론자들과의 친밀한 관계 등등.. 졸라 빵깐에 쳐박아서 오지로 이감을 시킬만도 했건만 50여년 동안이나 국교에서 궁정의 지위를 유지하였다.. 더구나 그의 면허는 그가 왕실로부터 특별히 호의를 받았음을 말해준다.. 머 이러한 원인이야 추정해 보자면.. 그가 로마 교회의 전례 음악이나 국교회의 전례 음악을 둘 다 훌륭하게 작곡해 냈다는 것과 엘리자베스 시대에는 역모질을 꾀하지 않는 한 카톨릭 신자들이 그리 큰 곤란을 겪지 않았다는 것 등과 연관이 깊다.. 어쨌건 이런 것은 결국 그의 직업적 면역력 탓이라고 봐야 할 듯.. 개혁을 부르짖던 태버너는 단순히 음악가라는 이유로 풀려 났지만 머벡의 동료 두 명은 미사곡에 대한 불경으로 화형을 당하는 등 당대는 이래저래 복잡한 세상이었는데도 불구하고 버드는 나름대로 처신을 잘 했던 것 같다.. 머 박쥐질을 했는지 모르겠지만.. -_-ㅋ

 

버드는 세 곡의 미사를 남겼는데 작곡 일자는 불분명하다.. 이들은 제목이 있는 표지가 없는 채로 출판되었는데 아마도 당시에는 로마 교회 양식의 전례 음악이 불법이어서 그랬던 것 같다.. 5성 미사는 세 곡중 특히나 정성들여 작곡된 걸작이라는데 일반적인 여섯 부분.. 키리에.. 글로리아.. 크레도.. 상투스.. 베네딕투스.. 아누스 데이로 이루어져 있다..

당시로서는 불법 음악.. 그니깐 금지곡이어서 그랬는지 모르겠지만.. 듣다 보면 복잡하고 해골 아픈 세속을 초월한 듯한 어떤 경지를 보여 주는 것이 아니라.. 그런 경지를 갈구하는 듯한 그런 느낌이 든다.. 특히나 상투스에서 느껴지는 애절함은 뒷골이 땡기면서 절실히 아려오는 그런 느낌이다..

데이빗 윌콕스가 지휘하는 캠브리지 킹스 칼리지 합창단의 연주.. 요즘같이 극도로 축소되어 정제된  느낌하고는 조금 다르지만 이 곡에서 반짝거리는 신성함을 느끼는데는 전혀 무리가 없다..

절절한 신앙심이 좀 없더라도 그냥 듣고 느끼는 것만으로도 정말 좋은 곡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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