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짜르트.. 피아노 협주곡 17번..

 

 

지난 주말에 이리저리 웹을 돌아 다니다 누가 연주회 동영상을 잔뜩 올려 놓은 곳을 우연히 들어가 보게 되었다.. 꽤나 흥미진진한 영상들이 있었는데.. 최신 것들서부터 옛날 흑백의 구리구리한 영상까지 상당히 다양한 스펙트럼의 영상을 보여주는 사이트였다.. 도대체 이 잉간은 어디서 이런 것들을 긁어다 놨는지 졸라 감탄스러울 지경.. 하여간 그래서리 도끼 자루 썩는 줄 모르고 일욜 낮에 정신 없이 들여다 봤는데 그 중에 한 영상을 보군 쇼크를 먹었다.. 머 엄청시리 신기한 그런 영상이라서 그런 것은 아니고.. 단순히 거기 등장하는 한 인물의 꼬라지를 보구는 쇼크를 먹은 것..

내가 본 연주 동영상은 아바도가 지휘하는 베를린 필과 폴리니가 협연하는 영상이었는데 거기서 첫 장면에 등장하는 폴리니의 꼬라지를 보구는 놀랬던 것이다.. 사실 언제던가 어느 CD 표지에 나와 있던 그의 사진을 보구서는 이 양반도 이젠 많이 늙었구나.. 하는 느낌을 가졌던 기억이 있는데 실제로 실실 걸어 나와서 피아노 앞에 앉는 모습을 보니 이건 완죤 낼 모레 관 짜구 누울 것 같이 매가리 없어 보이는 초라한 노인네 정도로만 보여서 이게 과연 그 왕년의 폴리니가 맞나.. 그 비록 앞 머리는 좀 벗겨지긴 했지만서도 마스크 자체는 졸라 머찌게 생겼던 그 인간이 맞냐 말이다.. 하는 생각이.. 물론 아바도 슨상이야 수술을 하고 난 이후의 그의 모습을 간혹 DVD를 통해서 보아 왔기 땜에 그리 큰 이질감이 없이 받아들일 수 있었던데 반해 폴리니는 증말 놀라울 정도로 늙어 있었다.. 예전에 쇼팽의 연습곡 표지에 있던 그 가오 잡는 모습하며.. 베토벤의 협주곡 표지에 보이던 그 패기 넘쳐 보이던 당당한 모습은 이젠 완전히 사라져 버린.. 한 볼품 없는 노인네가 거기에 있을 뿐이었다.. 흑~ 세월은 무상해.. ㅜㅡ

 

생각해 보니 내가 이런 모습에 놀라는 것이 놀라운 것이 아닌 것일 수 없는 것이.. ㅅㅂ 이게 말이냐 막걸리냐.. -_-ㅋ 내가 가지고 있는 비주얼의 시계는 LP의 마감과 함께 멎어 버렸기 때문인 것 같다.. 머냐면.. 연주자들의 모습을 볼 수 있는 것은 당시에는 사실 거의 LP 껍닥을 통해서였고.. 그니깐 그게 90년대 초중반이었을테고.. 그 이후는 CD의 시대인데 난 CD를 거의 안 사고 예전 연주자들의 연주는 주로 중고 LP로 때웠으니 이런 폴리니 같은 양반이 어떻게 늙어 갔는지 도무지 알 수가 없었던 것.. 더구나 CD로 넘어온 때는 내 취향 자체도 주로 최신 연주자들이 연주하는 고음악이나 바로크에 집중되어 있어서 소위 당시의 젊은 거장들이 내어 놓는 신보들은 아웃 오브 안중이었던 셈이다..

그렇게 거의 이십여년의 세월이 건너 뛴 담에 이 양반들의 모습을 보니 참 감개가 무량한 반면에 세월을 이겨내지 못한 쪼글쪼글함에 덧없는 아쉬움도 느끼지 않을 수가 없는 것..

 

암튼간에 폴리니가 연주하던 곡.. 모짜르트의 피아노 협주곡 17번이었다..

모짜르트의 피아노 협주곡들을 꽤나 좋아하는데.. 이 17번도 각별히 좋아하는 곡 중의 하나이다..

예전에 카자드쥐가 연주하는 CD를 차에다 꽂아 놓구 징글징글하게 틀어댔던 기억이 나는데.. 장거리 운전을 한다거나 해서 몸이 피곤할 때 이 곡을 들으면 마치 비타민 C를 한 개 깨어 문 느낌이 들곤 해서 주구장창 틀어대곤 했다.. 특히나 3악장은 마치 피아노로 연주하는 그의 오페라를 듣는 것 같은 느낌이 들어서 재미도 있고.. 가지고 있는 판은 몇 가지가 있는데.. 폴리니의 연주를 보구 나선 현재 스코아 제일 젊은 잉간이 연주하는 판으로 들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지금 올리는 판을 꺼내 들었다..

자하리아스가 피아노를 맡은 판이다.. 네빌 마리너가 지휘하는 슈투트가르트 라디오 심포니 오케스트라가 협연한다.. 디지털 녹음이라서 그런지 상당히 CD스러운 때깔이 나서 그 나름대로 좋고.. 피아노 소리가 아주 똘망똘망하게 잘 잡혀 있는 것 같다.. 그래서 이 곡의 성격에 더 잘 어울리는 그런 연주라는 느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