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해 보면 대딩 시절 학교에 있던 음악 감상실에서 알게 된 곡들이 꽤 있는데.. 그게 예전에는 시큰둥하게 들었던 곡을 그곳에서 듣고는 완죤 뿅가는 경우가 있었던가 하면.. 아예 첨 들어 보는 곡인데 걍 귀에 팍 꽂히는 경우도 있었던 듯.. 그게 분위기를 무시할 수 없는 것이 아마도 학생회관 3층 정도에 있었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들어가면 약간 어둑한 분위기에다 졸라 구린 그것도 열라 헤진 검은 가죽 소파.. 머 싸구려 인조 가죽이 아니었을까 싶음.. 풍겨나는 목재 냄새.. 그리고 앞에 위압적으로 버티고 서 있던 탄노이의 오토그라프였는지 뭔지는 잘 모르겠지만 암튼 떡대 좋은 스피커.. 그 사이에 있던 곡명과 작곡가.. 연주자를 분필로 적는 칠판.. 머 그런 것들이 한데 어우러져서 그저 음악만을 듣고 그 자체에 몰입할 수 있는 분위기를 형성했었고.. 똑같은 음악을 듣더라도 그 안에서는 엄청시리 감수성이 예민하게 몰입할 수 있었지 않나 싶다.. 하긴 나이도 나이니 만큼 당시엔 때가 덜 묻어 있어서 그렇게 감각 자체가 살아 있었는지도.. 사실 소리는 어땠었는지 지금은 전혀 기억이 나질 않는다.. 당시에야 머 오디오 소리라는 것에 민감하게 신경을 곤두세우던 시절도 아니었고.. 그저 음악은 음악 자체로만 들릴 뿐이었다.. 기억이 별로 오래되지 않은 것처럼 너무나도 생생한데 그게 사실은 이십년도 더 전이었다는 것이 졸라 실감이 안 난다.. 내가 ㅅㅂ 이렇게 늙었나..
암튼간에 언제였는지는 모르겠지만 그 당시에 음악 감상실에서 첨 듣게 된 곡 중에서 꽤나 인상 깊게 들었던 곡 중의 하나.. 로드리고의 어느 귀인을 위한 환상곡이다..
머.. 뻔할 뻔짜 두 번째 악장을 듣고는 그랬지만 도무지 이 넘의 음악이 소속이 머냐 싶게 아리송한 느낌을 줘서리 칠판을 계속 쳐다 보았던 기억이 난다.. 먼가 좀 저렴하게 들리는 멜로디 같기도 하구.. 그래서 귀에 더 쉽게 감기는 것 같기도 한.. 오묘한 매력을 주던 음악이었다..
16세기 말부터 17세기 중반까지는 스페인 음악.. 특히 춤곡에서 상당한 변화가 일어났는데.. 뭐냐면 졸라 귀티나고 고급스런 취향의 파반느나 갈리아드 같은 춤곡이 짜부라지고 빌라노스.. 에스파뇰레타.. 카나리오스 같은 시골 동네 춤곡 같은 곡들이 득세를 하게 되었다는 것.. 바로 그 당시의 작곡가인 가스파르 산츠가 작곡한 춤곡과 선율들이 이 곡에 영감을 제공했다고 한다.. 그 곡들은 당시에 유행하던 취향과 방식을 그대로 반영하여 무척이나 단순하고 꾸밈없는 멜로디를 지녔고.. 이러한 곡들을 판타지아라는 형태로 변형하는 것은 오리지날의 매력을 그대로 유지하면서도 현대인의 귓구녕에도 맞춰야 하기 땜에 무척이나 까다롭고 조심스런 작업이 요구되는데.. 로드리고는 이 작업을 졸라 훌륭하게 해냈다고 한다.. 난 잘 모르겠지만.. -_-ㅋ 하긴 로드리고가 그랬단다.. 자기가 생각하는 이상적인 것은 산츠가 이 곡을 들었을 때 '이건 내 곡은 아닌데 내 자신을 느낄수는 있군' 이라고 하는 정도이다.. 훔.. 표절은 했는데 솜씨 좋게 해서 아리까리하다.. 머 이정도를 얘기하는 것 같음.. --;
유명한 두 번째 악장은 무척이나 심금을 울려주는데.. 시칠리아나와 꽤나 유사한 느낌을 주는 것 같아서 알고 보니 당시 17세기에 스페인 왕국과 나폴리 왕국이 정치.. 문화적으로 상당히 깊이 연관되어 있었고.. 에스파뇰레타와 시칠리아나와의 유사성이 있었는데.. 당시 시실리는 나폴리 영역에 속해 있었으므로.. 로드리고가 이를 가져다 써서 그런 느낌이 든다는 것이다.. 하여간.. 졸라 쎈티한 멜로디가 흐른다..
1954년에 세고비아를 위해서 작곡되었고.. 1958년에 샌프란시스코에서 초연되었는데 바로 대성공을 거두었고 이어서 유럽에서도 성공을 이어갔다고 한다.. 올리는 판의 연주는 예페스.. 드 부르고스가 지휘하는 스페인 국립 관현악단이다..
'음반' 카테고리의 다른 글
샤르팡티에.. 테데움.. (0) | 2011.11.27 |
---|---|
모짜르트.. 피아노 협주곡 17번.. (0) | 2011.11.21 |
라모.. 발레 모음곡.. 우아한 인도.. (0) | 2011.11.13 |
생상스.. 피아노 협주곡 2번.. (0) | 2011.11.13 |
그리스 섬들의 음악.. (0) | 2011.11.12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