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딩 시절 피아노를 배웠었다.. 아마도 1학년 때였던 것 같은데.. 피아노 선생 집에 가서.. 그니깐 사설 교습소였던셈.. 1시간 정도를 배웠는데.. 이게 대개 한 이삼십 분은 선생한테 교습을 받고 나머지 시간은 알아서 계속 연습을 반복하는 거였다.. 당시에 난 이넘의 피아노 배우는 것을 엄청시리 싫어했는데.. 지금 생각해 보면 왜 그랬는지 모르겠다.. 어린 나이에 이런 피아노 같은 것은 기지배 들이나 치는 것이라는 마초적 생각이 있었던 것인지도.. 암튼간에 이 넘의 피아노 치는 것을 지겨워 했으니 그넘의 연습 시간은 어땠겠나.. 졸라 지루하고 따분해서 이 넘의 시간이 언제 다 가나 하는 심정으로 피아노 위에 놓여 있던 시계만 쳐다보곤 했었다.. 그러다 한 오분 정도 남기고 걍 나갈라치면 이 선생이 꼭 다른 짓을 하다 말고도 구신같이 오분 남은 것을 알아채고는 실실 도망가려던 날 붙잡아서 오분 마져 치구 가라고 했으니 그 넘의 슨상이 졸라 밉살머리스러웠던 것.. 무쟈게 양심적인 선생이었는데 그 당시 졸라 코찔찔이 초딩 색퀴가 그런 고마움을 알턱이 있었겠나.. 그저 짜증만 만땅이었던 기억 밖에는 남아 있지 않다.. 당시에 난 바이엘은 다 했고.. 아마도 그 담에 체르니를 한 반 정도 치다가.. 엄마한테 난 이제 죽어도 못하겠소.. 라는 최후 통첩을 하고서는 피아노 교습을 그만가라는 소득을 얻을 수 있었는데.. 좀 커서 생각해 보니 이게 참 아까왔다.. 한 몇 년 정도 꾸준히 쳤으면 나중에 취미로도 좋았을텐데.. 이래저래 아쉬움이 남는다..
하여간 피아노 잘 치는 잉간들 보면 부럽다.. 그 당시 좀 꾹 참구 더 배워 볼 것을..
하긴 이제는 내가 직접 뭘 하는 것보다는 대신 보구 듣는 것으로 때워버리는 것이 일상화 되어서 그때 계속 배웠다한들 지금 취미랍시고 건반을 두들기고 있을까 하면 글쎄올시다이긴 하다..
사설이 길었는데.. 지금 올리는 리스트의 음반을 듣고 있자니 옛날 초딩 시절이 생각나서 그랬다..
리스트가 베르디와 바그너의 오페라에서 발췌하여 편곡한 곡을 모아 놓은 판이다.. 연주는 크레이그 셰퍼드인데.. 그리 무지무시하게 위압적인 느낌이 드는 연주는 아닌 듯..
리스트는 자신의 곡이 아닌 곡.. 거의 150여곡을 피아노로 편곡했단다.. 이유는 피아노라는 악기의 다양성을 확장시키고 싶었기 때문이라는데.. 이러한 목적으로 그가 편곡한 곡들은 그의 놀라운 깊이와 넓이.. 그리고 작품에 대한 공감을 나타낸다고 한다.. 당시 비르투오조들이 득시글대던 시절에는 그의 라이벌이었던 탈베르그.. 고트샬크.. 헤르츠 등이 단순히 당대 파퓰라한 오페라들의 멜로디를 연달아 이어 붙여서 걍 메들리 정도로 편곡하던 반면에 리스트는 이러한 수준을 훨씬 뛰어 넘어 진정한 오페라 환상곡을 만들어 냈다는데 그의 위대함이 있다는 것이다..
뭐니뭐니 해도 제일 머찐 곡은 노르마의 회상.. 진정한 환상곡이다.. 머 리스트의 작품들이 대개가 다 그렇지만서도.. 완존 폭풍 기교질을 보여 주는데.. 소위 피아노의 오르가즘을 느낄만하다.. 베르디의 작품인 리골레토의 4중창을 편곡한 작품도 멋있고.. 또 다른 졸라 머찐 대작은 탄호이저 서곡이다.. 이 곡을 이렇게 피아노로 어처구니 없이 편곡해서 연주할 수도 있구나 하는 감탄이 듣는 내내 빵빵 터진다..
표지는 1839년에 그린 리스트의 데생인데.. 당시 그의 나이 스물 여덟일 때니.. 여러 언니들 홀리면서 다니던 그야말로 스타이던 시절 그려진 것 같고.. 기생 오래비 같이 생긴 꼬락서니에다가 피아노는 졸라 잘 치지.. 거기다 액션이 장난 아니었다던데.. 지난 일욜 삼성동 길목을 막고 군대 가기 전 막판 공연을 하던 모 카수급 정도는 그 동네에서 되었을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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