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토벤 슨상의 말년이 인간이 가질 수 있는 절망과 희망이라는 것을 초월했다면 과연 모짜르트는 어땠을까.. 를 문득 생각하다 보니 그가 거의 말년에 작곡한 피아노 3중주 생각이 나서 어젯밤에 판을 올려 놓군 주의를 집중해서 들었다..
요즘은 음악을 들으면 습관적으로 뭔가 읽을 것을 찾게 되는데 그게 만화책이건 소설책이건 암튼 꼭 그런 것을 손에 들고 있게 되고 그러다 보면 음악보다는 글에 집중을 하게 되고.. 음악은 그저 귓등으로 듣고 흘려 버리게 되는 경우가 다반사.. 예전에는 안 그랬는데 요즘은 카트리지라도 바꾸고 나서야 잠깐 딴 짓거리 안 하고 집중해서 음악을 들을까.. 그렇지 않으면 거의 배경음악 수준으로 전락해 버리는 것이 아닐까 싶을 정도로 집중도가 현저하게 떨어지는 것을 느끼곤 한다.. 그게 왜 그럴까 곰곰이 생각해 보니 내가 소리에 본격적으로 신경을 쓰게 되면서부터 생긴 현상이 아니라고 강력하게 부인하고 싶지만서도 그게 맞는 것 같다.. 예전에 소리에는 크게 신경 안 쓰고 들을 때는 그저 음악 자체에 집중해서 들었던 것 같은데 소리에 자꾸 신경을 쓰다 보니 잡생각이 많아지고 그렇다고 내가 정신일도 하사불성의 신념으로 완전한 소리를 찾아 나설 구도자가 될 재목이 조또 아닌 것을 애저녁에 깨우쳤으니.. 그러다 보면 잡생각과 뭔가 읽을 거리를 찾게 되곤 하지 않았나 싶다.. 별루 말은 안 되는 것 같지만 암튼 오디오질과 음악에 대한 집중도가 나같은 경우는 정비례하지 않은 경우인 것만은 틀림없다..
암튼 그래서리 어젯밤에는 읽을거리를 아예 손에 들고 있지 않은 채로 걍 음악만 들었다.. 그랬더니 .. 잠이 빨리 오더라.. --; 모짜르트는 어떤 경지에 이르렀을까.. 그걸 나같은 인간이 우째 알겠음.. 근데 걍 추측으로는 이것도 그리 슬픔도 기쁨도 아닌 그런건 이미 초월해 버린 그런 경지가 아닐까 싶은게 그의 말년이 다 되어 작곡한 3중주를 듣고 내린 추정이다.. 예전에 이 음악을 들을 때는 그리 별시리 그가 말년에 경제적인 궁핍으로 고통받던 시기에 작곡되었다는 것을 신경 쓰지 않았었는데 곰곰이 생각해보니 그런 상황이 알게 모르게 숨어 있는 것 같으면서도 적어도 겉으로는 심각하게 드러나지 않는 그런 곡이다.. 뒷면에 해설한 인간에 의하면 이 곡이 비록 돈벌이 수단으로 쓰여졌다고는 해도 함께 수록된 3중주 디베르티멘토와 비교해 볼 때 그 사이에 얼마나 모짜르트가 음악적으로 머나먼 길을 걸어 왔는지 알 수 있단다.. 각 독주자들의 독립적인 위치가 완성되었고 특히나 첼로의 경우 종종 앙상블의 베이스 기능 정도만 하기는 해도 피아노로부터 완전히 벗어나서 바이올린과 둘이서 대화를 하는 정도로 격상된 위치를 점하게 된단다..
시작은 마치 팡파레와 같은 합주가 나오고 이런 분위기가 이어지다가 갑자기 우울 모드로 갔다가 이런 분위기를 왔다리 갔다리 하는데 그리 감정의 기복이 크게 느껴지는 것은 아니지만 묘한 힘의 장력과 이완이 느껴지는 1악장이 지나고 모든 악기들이 각자 한가닥씩들 하려는 평화롭고 나긋나긋한 2악장.. 그리고 가볍고 활기찬 3악장의 론도.. 무척이나 편히 들을 수 있으면서도 이게 과연 그리 궁핍한 상황의 인간에게서 나올 수 있었을지 감탄이 나오는.. 마치 햇살에 시냇물이 천변만화하면서 오묘하게 반짝이는 듯한 그런 곡이다.. 그리고 더욱 더 우끼는 것은 이 곡이 작곡된 것이 1788년이니 그가 죽기 3년 전인데 이 시기는 그가 그의 위대한 마지막 교향곡 3곡을 연짱 써 내려가던 때였고.. 또한 피아노 소나타에 바이올린 소나타 등이 줄줄이 함께 작곡되었다니.. 그저 경배하고 싶을 따름이다.. 머 다른 무신 말이 필요하겠는가..
연주는 런던 포르테 피아노 트리오가 하는데 일반 피아노보다 다소 울림이 건조한 느낌이 들기는 하지만 무척이나 녹음이 잘된 판인 것 같다.. 하긴 하이페리언 판은 대개가 녹음이 좋아서.. 물론 음악이나 연주도 좋지만.. 내가 꽤나 좋아하는 판이다.. 특히나 비발디의 협주곡에서 홀딱 반할 만한 연주를 들려 주었던 모니카 허깃 누님께서 바이올린을 맡고 있어서 더욱 각별하다..
그림은 피에르 폴 프뤼동의 비너스와 아도니스.. 티치아노의 그림에서는.. 님하는 아무래도 지금 사냥 나갔단 디질 것 같으삼.. 이라고 매달리는 비너스가 꽤나 절박하게 그려져 있지만 이 양반 그림은 별로 그런 느낌이 안 든다.. 걍 총각.. 놀다 가.. 라는 듯..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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