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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반

베토벤.. 피아노 소나타 17번..

by rickas 2011. 10. 3.

 

 

예전에 고딩 3학년 때 학력고사 끝나고 겨울 방학 때였나 그랬던 것 같은데.. 어떻게 알게 되었는지 지금은 기억이 안 나지만 불란서 문화원에 영화를 보러 다녔었다.. 당시에 젤루 친하게 지내던 친구 녀석이.. 물론 지금도 그렇지만.. 영화에 환장했던 녀석이라 그 시키랑 첨엔 다니기 시작했던 것 같은데.. 입학하고 나서는 각자 연애질 하느라고 --; 따로 다녔던 것 같다.. 위치가 광화문 쪽에서 삼청동 쪽으로 올라가다 있었는데 아마도 요즘은 자리를 옮긴 듯.. 기억에는 당시에 영화를 틀어 주는 요일과 시간이 문화원 로비에 미리 게시되어 있었고.. 하얀색의 아담한 이쁜 건물이었던 것 같음.. 관람료가 한 삼백원 쯤 했었다.. 싼 맛에 국내에서는 볼 수 없는 영화를 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는 반면에 자막이 영어로 되어 있었고.. 무엇보담도 불란서 영화라는게 내 정서와 인식의 수준에 들어 맞는 영화라면 큰 거부감 없이 볼 수 있었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 즉 졸라 아스트랄한 경우에는 참고 보고 있기가 어려운 경우도 꽤 있었다.. 당시의 트라우마가 지금도 남아 있는 것 중의 하나가 트리스탄과 이졸데 였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이 넘의 영화는 첨에는 먼가 바그너의 끈적하고 은밀한 --; 그런 영화가 아닐까 했다가 대사는 조또 엄꼬 지속적으로 슬로우 모션에 의한 칼써움 같은 것만 보여주고 해서리 학을 뗐던 것.. 그래도 간혹 꽤나 잼있는 영화도 있었고.. 무엇보담도.. 화창한 가을날에는 문화원 앞길이 무척이나 이뻐서 연애질할 때 문화원에서 영화 하나 보구.. 삼청동 쪽으로 올라가서 삼청동 수제비 한 그릇 때려 먹고.. 다시 안국동 쪽으로 내려 와서 브람스에서 커피 한 잔 빨구 하면.. 나름대로 꽤나 분위기 있어서 맑은 가을날 애용하는 코스였다..

그저께 토요일에 일이 있어서 아침에 출근하는데 하도 날씨가 좋고 선선한 바람이 기분 좋게 불길래 마침 당시의 그 기억이 살아 났는데.. 이제는 그 장소들이 다 기억 속으로 묻혀 버리고 만 것 같다.. 물론 삼청동 수제비는 건물도 증축했고.. 브람스야 아직 남아 있지만.. 당시의 분위기가 나오지는 않을 것이다.. 세월은 그만큼 흘렀다.. 이 넘의 서울이라는 동네는 남아나는 것을 눈뜨고는 보아주질 못하는 동네이니.. 르네상스 해야지.. ㅅㅂ

 

근데 졸라 긴 헛소리를 떠든 것은 딴게 아니고 불란서 문화원 생각이 나니 골때리는 불란서 영화들 생각이 났고.. 예전에 보았던 영화 중에 상당히 골때리게 보았던 책 읽어주는 여자라는 영화 생각이 나서리 주절주절 했고.. 그리고 그 영화를 보다 무척이나 인상 깊었던.. 베토벤이라는 것이 이렇게 심장이 벌렁거리게 쓰일 수도 있구나 했던.. 음악이 생각나서 그렇다.. 영화는 좀 희한한.. 골때리는 얘기인데 내용이야 그렇다치고 여기서 여쥔공이 길을.. 그것도 그냥 길이 아니고 졸라 이쁜 인적 없는 길을 걸어 가는데 소나기처럼 쏟아져 내리던 음악.. 영화 내용은 본지가 꽤 되어서 까리하지만 그 음악은 오금이 저리게 했던 기억이 생생하다.. 바로 베토벤 슨상의 피아노 소나타 17번의 3악장.. 영화에서 음악이란 이렇게 졸라 멋지게 쓰는 것이다.. 라는 생생한 본보기라고 생각했었다.. 물론 이 영화는 베토벤 슨상의 음악으로 도배가 되어 있다.. 또 다른 소나타인 발트슈타인이 있었고.. 그의 바이올린 소나타 역시 있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근데 그 장면에 흐르던 템페스트는 정말 무엇보담도 선명한 기억을 남겼던 것 같다..

 

그래서리 퇴근하고 오니 새벽이라 걍 퍼져 잔 담에 일욜 아침에 이 판을 올려 놓군 들었다.. 리히터가 연주하는 템페스트.. 머.. 리히테르가 맞는 발음이라고 한다만.. 몰라.. ㅅㅂ 난 걍 리히터 할래.. 옛날부터 그렇게 불러 왔으니 그게 편한 걸.. 내가 무신 졸라 유식한 비평가도 아니고..

암튼.. 켐프.. 브렌델.. 박하우스.. 솔로몬 등등 뭘 들을까 하다가 에라.. 요즘 기분도 개떡 같고.. 자꾸만 때려주고 싶은 색히덜이 드글거리는데.. 걍 줘 패 버리자.. 하는 생각에 그의 연주를 골랐다..

리히터는 1960년이 되어서야 서방 세계 나들이를 했는데.. 그는 비행기 타는 것을 졸라 꺼렸단다.. 그 해 5월 헬싱키 연주회가 소련 연방을 벗어난 서방에서는 첨이었고.. 그때만 해도 미쿡 연주회는 언감생심이었는데.. 그 해 10월 러시아 출신의 미국 흥행사였던 솔 후록의 후원 하에 모스크바에서 파리로 기차를 타고 가서는 뉴욕으로 향하는 고잉 메리호가 아닌.. --; 퀸 메리호에 몸을 싣는다.. 그래서 워낙에 껄떡대기 좋아하는 미쿡넘들이라 그렇겠지만.. 암튼 그야말로 전설적이고 역사적인.. 7번의 카네기홀 공연이 몽땅 매진되어 버리는 전무후무한 그의 미쿡 투어가 이루어졌는데.. 이 기간 동안에 2차 대전 이후 첨으로 서독에 살고 있던 그의 모친하고 뉴욕에서 재회하기도 한다.. 하여간 당시 연주 여행으로 리히터는 정신적.. 육체적으로 앵꼬가 나서 다음 해의 영국 연주회를 7월로 연기할 수 밖에 없었다고 하는데 당시 스튜디오에서 졸라 잘난 서방 기술로 녹음된 연주가 바로 이 판에 실려 있는 연주란다..

얀 홀츠만이라는 사람이 토요 리뷰에 썼던 말.. 리히터의 예술과 다른 거장들의 예술에 있어서 명확한 유사성을 찾는다는 것은 무지 어려운 일이다..  리히터는 오로지 리히터를 닮아 있을 뿐이다..

 

사실 무쟈게 눈부신 가을날 하고는 그리 잘 맞는 느낌이 드는 곡은 아니지만서도 이런저런 생각을 하다보니 결국 이 판까지 꺼내 들게 되었는데.. 듣고 보니 꽤 괜찮은 것 같기도.. 마.. 우연히 그렇게 됐는데.. 잘 되었다..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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