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이코프스키의 교향곡들을 이것 저것 듣게 된 것은 대딩 때부터였다.. 그 전에야 기껏 집에서 틀어 놓는 비창이나 꼴랑 듣는 정도였는데.. 그 당시나 지금이나 이넘의 음악은 맘에 와 닿지를 않는다.. 그 뭐랄까.. 대놓고 징징대는 것에 대한 부담감이랄까.. 암튼 내 취향하고는 거리가 있는 곡이다.. 그러다 그의 다른 교향곡들을 듣게 된 것은 아마도 라디오에서였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교향곡 5번의 4악장을 듣고는 뻑이 가게 되면서부터가 아니었나 싶다.. 그때까지 그의 교향곡들에 대해 별로 흥미를 갖지도 않았고 그리 시간 내고 돈 내서 들어보려는 생각은 쥐뿔만큼도 없었건만.. 마치 뭔가에 홀린 듯이 그의 5번 4악장을 듣고는 열심히 그의 다른 교향곡들을 들어 보고자 하는 호기심이 용솟음쳤던 것.. 그러다가 마침 이모님이 가져다 주셨던 그의 교향곡 2번 판하구.. 당시 음악동아 덕에 한껏 흥미가 땡겨져 있었던 므라빈스키의 4, 5, 6번을 사서 듣게 되면서.. 차슨상의 교향곡들도 나름 엄청 멋지다는 것을 느끼게 되었다.. 특히나 대딩때는 교향악 축제.. 요즘도 열리는 것 같던데.. 아마도 기억에 내가 대딩 2학년이나 3학년 때쯤 해서 첨으로 시작했던 것 같은데.. 열릴 때 해마다 시향이나 KBS향의 공연을 보구는 했었는데.. 그때 차슨상의 교향곡들이.. 특히나 4번이나 5번이 끼어 있으면 상당히 긴장된 맘으로 듣곤 했던 기억이 난다.. 오늘은 또 얼마만큼의
삑사리를 들려 주실까 하는.. --; 근데 무엇보담도 차슨상의 교향곡들에 뻑이 간 것은 뭐니뭐니 해도 므라빈스키의 판들 덕이었다.. 아니 뭐.. 세상에 이렇게 광폭하게 오케스트라 소리가 휘둘려질 수 있는 것이 가능하다뉘.. 당시에 기껏해야 내 방에서 뮤직센터라는 쬐그만 허접 오디오에서 나오던 소리였는데도 불구하고.. 그 소리와 연주에 뒷골이 아련할 정도의 충격을 받았던 것이 아직도 기억이 생생하다..
오늘은 간만에 차슨상의 교향곡이 듣고 싶어서 4번을 들을까.. 5번을 들을까.. 갈등을 때리다 4번을 꺼내 들었다.. 4번과 5번의 느낌은 사뭇 다른데.. 좀 더 오장육부가 뒤틀리는 듯한 느낌을 주는 것은 4번.. 오늘 이렇게 보니 내가 5번 교향곡은 이넘저넘 해서 무쟈게 많이 줏어 모은 것 같은데.. 상대적으로 4번은 꽤나 인색했던 듯.. 그런데 그렇게 된데는 내 맘에 쏙 드는 졸라 멋진 연주가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물론 므라빈스키야 두말 할 필요 없고.. 꼴랑 이 양반 연주만을 갖고 다른 연주에 호기심이 안 가지는 않는 법.. 그래서리 초창기 쿠벨릭의 시카고 심포니 판이나.. 아바도.. 오먼디.. 등등.. 다른 것들을 구했지만 나중에 구했던 지금 올리는 판을 듣고는 뭐.. 이 정도면 다른 어떤 연주 보담도 충분히 멋지지 않을까 싶게 만족도가 높았기 때문이다..
바로.. 셀이 지휘하는 런던 심포니의 연주가 실린 판이다.. 이게 아마도 초반이라면 소리도 더 죽여 주겠지만 뭐 이 정도의 싸구려 재반도 꽤나 소리가 좋다.. 그리고 무엇보담도 연주가 므라빈스키의 레닌그라드 필하고는 좀 다르긴 하지만 못지 않게 광활한 스케일을 보여 준다.. 레닌그라드 보다는 쪼끔은 더 조미료를 친 것 같은 느낌이 나는 것은 사실이지만.. 그래도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는 연주가 모골이 송연할 정도의 느낌을 준다.. 이게 그의 수족같은 클리블랜드가 아닌데도 지휘자의 역량이 죽여 주는 것인지.. 오케스트라의 기능성이 죽여주는 것인지.. 물론 둘 다이겠지만..
그의 교향곡 4번에 얽힌 얘기야 워낙 유명한 얘기이긴 한데.. 이 곡을 들으면서 다시 느끼게 되는 것은 1악장에서 울려 오는 소위 운명의 주제라는 부분이 사실은 그의 마누라의 주제가 아닐까 싶다.. --; 마누라에게서 도망치고자 하는.. 그러나 그게 뜻대로 되지는 않는.. 그리고 마지막 악장이 환희가 어쩌구 저쩌구들 하지만 그게 아니고.. 마누라를 물리치지 못하고 그저 다른 이들에 섞여서 묻어 가려는 자포자기의 심정이 물씬 풍겨 나오는 것 같다.. 에라.. ㅅㅂ 될대로 되라지.. -_- 뭐 그런 것.. 사실 그의 마누라가 무신 죄가 있을까.. 예전에는 단순히 그녀가 엄청시리 악처에다.. 무식하고 개차반인 몰상식한 뇨자로 알았건만 나중에 이런 저런 글들을 접하게 되고는 들게 된 생각은 그게 아니고.. 차슨상의 성적 취향을 알고 결혼했다고는 하지만.. 그래도 어찌 좀 해 볼까 하다가 결국은
실패해서 절망하고 마는.. 그래서 폭주를 해 버린 불쌍한 여인이 아니었을까 하는 연민이다.. 우유부단 원단에다 심약하기가 특급인 차슨상께서는 아무리 자살 드립이 있었다고는 해도 걍 쌩을 까버리는게 서로에게 훨씬 좋은 길이었을텐데.. 그러지 못했던 것이 결국은 두 사람 모두에게 불행을 가져오고 만 것이 아닐까.. ㅉ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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