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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반

샤르팡티에.. 성 베드로의 부정..

by rickas 2011. 4. 5.

 

 

예전에 비하면 말도 안 되는 중고 LP 값이 많이 사라진 감은 있지만 그래도 아직도 뻥튀기 되어 있는 판 값들이 있는 것 같다.. LP를 찍어내질 않아서 중고 밖에는 구할 수 있는 것이 없게 되었던 시절에 뭐 좀 건져 볼 것이 있나 하고 그 방면에 유명한 판 가게를 갔다가 학을 떼고 온 적이 있었다.. 벌써 지금부터 거의 15, 6년도 훨씬 더 된 기억인 것 같은데 암튼 그땐 그랬다.. 그러던 것이 인터넷 세상이 열리면서 미쿡에 있는 중고 LP 사이트 몇 개를 뒤져서 알게 되었고 그 중

판 종류도 많고.. 쥔장 매너도 좋고.. 무엇보담도 합리적인 가격을 매겨 놓은 것 같은 그런 사이트를 찾아서 판을 사들이기 시작했었다.. 사실 원래 비싼 판들은.. 데카의 와이드밴드니.. 컬럼비아의 SAX 나 블루 앤 실버니 하는 판들은 거기서도 비싸긴 했는데 여기 정도는 아니었고.. 무엇보담도 그저 걍 평범한 판들이 그리 비싸지 않은 가격이 매겨져 있어서 좋았다.. 요즘은 이것도 돌림병인지.. 오디오질 한다는 잉간들 중 꽤 많은 사람들이 LP 질을 하는 것 같아서 이 방면에 중고 장사도 상당히 우후죽순으로 생겨나고 있는 것 같다.. 걍 소수의 잉간들만 하고.. 그래서리 씨잘데 없는 인플레가 안 생겼으면 좋겠건만.. 요새는 그야말로 난리도 아닌 느낌.. 근데 예전에 비하면 정말 싸지긴 싸졌다.. 오히려 CD를 사서 구색을 갖추는 것보담 흔해 빠진 중고 LP를 사서 구색을 갖추는 것이 훨씬 싸게 먹힐 정도인 듯.. 그래도 아직 국내 가격을 별시리 비싸게 불러대는 판들이 보이는데.. 걔 중 아르모니아 문디 프랑스 판들도 그런 판들 중 하나.. 미쿡 사이트에서는 끽해야 10불 안쪽인데.. 이게 국내에서는 적어도 이만냥 이상 삼만냥도 꽤 많은 것 같다.. 하긴 뭐 비싸면 안 사면 그만이징..

 

예전에 한 때 크리스티의 샤르팡티에 연주에 뻑이 가서 부지런히 사 모았던 HMF 판들 중의 하나..

아마도 기억에 한 7,8불 정도 했던 것 같다.. 사실 중요한 건 가격이 아니고.. 이 판들이 일단 껍닥이 먹어준다는 것.. --; 그리고 그에 못지 않게 음악 자체도 좋고 연주도 좋고.. 녹음도 울림이 적절히 살려져 있어서 마치 성당 안에서 듣는 듯한 느낌을 살려 준다..

이 판은 그의 오라토리오인 성 베드로의 부정.. 그리고 모테트인 사순절을 위한 명상.. 두 곡이 실려 있는 판이다.. 이 곡들을 들을 수 있게 된 건 샤르팡티에와 동시대에 살았던 세바스티엥 드 브로사드라는 양반 덕택이란다.. 뭐냐면 이 두 곡이 작곡가의 원본이나 출판본으로는 전혀 남아 있지 않고 브로사드의 카피본 밖에는 안 남아 있었던 것.. 그는 샤르팡티에의 열렬한 예찬자였는데 이는 그가 이태리 음악을 좋아했고 샤르팡티에의 이 작품이 상당히 이태리스런 느낌이 있다는 것과 어느 정도 관련이 있다고 한다.. 악보에는 반주 악기가 명시되어 있지 않고 브로사드가 오르간을 제안했다는데 베드로의 부정은 형식은 오라토리오지만 수난 주간에 교회에서 모테트로 연주되었다고 한다..

첫 곡인 베드로의 부정은 근엄한 예수의 목소리와 뭔가 불안하면서 신경질적으로 들리는 베드로의 목소리가 대비되면서 예수께서 베드로에게 니가 자슥아 새벽 닭이 울지 전에 날 세 번 부정할 것임.. 이라고 하고.. 베드로가 그기 무신 말쌈임.. 지는 절대 안 그럼.. 이라는 것으로 시작되는 성경의 얘기를 그대로 옮겨 놓고 있다.. 전반적으로 애잔하면서도 일이 그렇게 꼬일 수 밖에 없는 일종의 운명 같은 것을 느끼게 해주는.. 일견 드라마틱한 맛도 느껴지는 멋진 곡이다..

두 번째 곡인 모테트는 열 개의 작은 모테트로 이루어져 있는데 이 곡은 상당히 이태리스런 냄새가 나는.. 그러니까 쿠프랭 같은 류하고는 다른.. 어케 보면 좀 더 세속적인 느낌이 강한 것 같기도.. 그래서리 더 재미있고.. 더 귀에 착착 감기는 맛이 있어서 좋다..

한밤중에 호젓이 귀를 씻으면서 듣기에 딱 좋은 그런 판..

 

표지의 그림 역시 죠르쥬 드 라 뚜르의 성 베드로의 부정.. 빛과 어둠의 강렬한 교차가 무척이나 인상적인데.. 베드로의 불안하면서도 뭔가 찜찜해하는 눈빛이 너무나도 생생하다.. 음악과 껍닥과 연주와 녹음이 멋지게 어우러진 정말로 좋아하는 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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