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딩 시절 베토벤 슨상님을 엄청시리 좋아했었다.. 물론 지금도 그건 마찬가지지만.. 아마도 당시 열병처럼 번졌던 소위 지난 시절 거장 지휘자들에 대한 선호도가 나의 음악 취향에 무쟈게 큰 역할을 했던것 같은데.. 그의 교향곡 뿐만 아니라 피아노 협주곡.. 바이올린 협주곡.. 피아노 소나타.. 현악 4중주.. 물론 후기 것들은 제외.. 얘덜은 아직도 내가 해치워야 할 숙제처럼 느껴질 뿐이고 그냥 가심에 와서 닿는 그런 짬이 되질 못했다.. 뭐 그런 것들을 다 좋아했는데.. 그 중에서도 피아노 협주곡 3번서부터 5번까지는 무자게 좋아했던 곡들이었다.. 5번이야 내가 어려서부터 집에서 많이 들려지던 곡이라 익숙했고.. 그 당시부터 좋아하던 곡이었지만 대딩 시절.. 베토벤 슨상을 본격적으로 이것 저것 들으면서 발견하게 되었던.. 그리고 그 매력에 퐁당 빠지게 되었던 곡이 바로 그의 협주곡 3번이다..
베토벤의 3번 협주곡은 그가 당시에 무척이나 자신감 만땅을 가지고 출판 업자에게 설레발을 떨었던 곡이라 한다.. 지금까지의 내 협주곡 1번.. 2번은 잊어 주삼.. 내가 깜짝 놀랄 만한 새로운 협주곡을 준비하고 있음.. 니덜은 다 주거쓰.. 뭐 그랬다던데.. 이 곡은 1800년대를 시작하는 의미를 지닌.. 그의 작곡 생활에 있어서 소위 유년기를 벗어나는 것의 시작을 알리는 그런 위치를 점한다고 한다.. 과거 하이든이나 모짜르트의 그늘이 이때까정 드리워져 있었다면 이 3번 협주곡부터 베토벤 슨상의 지 멋대로의 난장질이 시작되는 --; 신호탄이라고 하겠다.. 곡의 조성 역시 그야말로 운명적인 c 단조인데 모짜르트의 위대한 24번 협주곡과 그의 5번 교향곡의 사이에 위치하는 또 하나의 c 단조.. 호사가들이 구라질 치기에 딱 좋은 곡이라는.. 근데 내 생각에는 아무래도 이 3번을 듣다 보면 아직까정 용으로 승천하지 못하고 걍 이무기로 우물에 퐁당 빠져버린 베슨상의 아쉬운 모습이 비춰지는 것 같다.. 특히나 3악장의 론도를 들어 보면 그런 느낌이 강하게 든다..
오늘 들은 판은 솔로몬의 연주.. 멩게스가 지휘하는 필하모니아 오케스트라의 협연이다..
베슨상의 협주곡 5곡이 실려 있는 전집인데.. 안에 있는 해설지를 읽다 보면 죠셉 쿠퍼라는 사람이 솔로몬에 대한 엄청시런 솔비어천가를 늘어 놓은 것을 보게 된다.. 뭐 나야 잘 모르겠지만.. 그저 그가 굉장한 테크닉과 또 그에 상응하는 음악적 깊이가 있는 위대한 피아니스트였는데 어느날 그만 오른손을 못 쓰게 되면서 은퇴해 버린 전설적인 인물이었다는 정도만 알고 있었는데.. 해설을 읽다 보면 그의 천재성과 행적에 관한 재미있는 얘기들이 꽤 나온다.. 솔로몬은 4살부터 피아노를 쳤고 8살 때 런던 퀸즈홀에서 첨으로 공개 연주회를 했고 당시에 연주된 곡이 차이코프스키의 협주곡 2악장.. 그리고 모짜르트의 협주곡이었고 얼마 후 바로 이 베토벤의 3번 협주곡 역시 연주하게 된다.. 9살부터 14살까지 신동 시절을 보내던 중 그에게 보내진 선물 중 세발 자전거도 있었는데 한 번은 연주가 끝나고 청중들에게 인사하는 것조차 까묵고는 그 자전거에 올라타고는 냅다 집으로 달렸다고 한다.. ㅋ
이 전집에서 보여주는 솔로몬의 연주는 강력하지만 섬세한 테크닉.. 모든 음표를 남김 없이 짚어 나가는 정확성.. 그리고 각별한 톤 컨트롤 등등.. 이라고 설레발을 떠는데.. 뭐 그렇다고 치자.. --; 이 죠셉 쿠퍼라는 양반이 1930년대 초에 그의 베토벤 연주를 한 오르간 연주자와 같이 가서 듣고는 그 오르간 연주자가 했다는 말을 써 놓았는데.. 그는 한편으로는 시기에.. 또 한편으로는 존경에.. 가득찬 투로.. 이런 줴길.. 난 그렇게 정확한 음표를 저렇게나 많이 짚어대는 인간은 첨 봤어.. 라고 투덜댔단다..
사족인데.. 그의 이름이 왜 솔로몬이냐.. 그건 그의 퍼스트 네임이 솔로몬이었고.. 그가 그의 경력 동안 그의 성이 알려지는 것을 꺼려 했기 땜시 그저 그냥 솔로몬으로 갔다고 한다.. 희한한 일이다,. 천방지축마골피 중의 하나였남.. --;
또 하나의 사족인데.. 1악장의 카덴짜는 다른 연주자들은 대개 베토벤이 직접 쓴 것을 연주하는데 비해 솔로몬은 슈만의 마누라였던 클라라의 카덴짜를 연주한다.. 이는 아마도 그가 어렸을 적에 클라라 슈만의 제자였던 마틸데 베르네한테 배운 것과 관계가 있지 않을까 하고 내 맘대로 상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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