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딩 때의 기억 하나..
고딩 때는 교복이 자율화 되는 바람에 없어졌지만 중딩 때는 교복이 있었다.. 동복은 걍 깜장색 일반적인 교복이었는데 춘추복과 하복의 디자인이 자율화 되면서 아랫도리는 푸르딩딩한 색에다.. 웃도리는 옅은 팥죽 색하구 짙은 밤색이 짬뽕이 되어 있는.. 어흑.. 이게 무신 팥죽을 뒤집어 쓴 스머프 색퀴도 아니구.. --;
암튼 그때는 그런 교복을 입고 신나게 잘 돌아 다녔다.. ㅋ 생각해 보면 그 당시는 요즘처럼 남녀 공학이 있는 것도 아니고 거기다 교복이라는 것을 입혀 놔서
학생들간의 연애질은 요즘처럼 활성화 되어 있지 못했구.. 그저 그냥 동경과 상상의 나래를 펴는 정도가 다 아니었나 싶다.. 특히나 중딩 2. 3학년 때는 친구 녀석들이랑 정독 도서관이 물이 좋다는 것 땜에 수업 끝나면 일단 거기루 퇴근하는 것이 일이었지만 실제로 거기서 낚아서 연애질에 성공하는 경우는 거의 없었다.. 요즘하고는 너무나도 분위기가 다른 그 시절을 생각해 봄 요즘 애덜은 좀 불쌍한 듯..
하여간.. 그랬던 시절이었는데.. 때는 바야흐로 봄이 물이 오르던 4월인가 5월쯤이 아니었나 싶다.. 중2 시절에 이사를 했지만 전학하기가 귀찮아서 걍 버스를 갈아타고 다녔는데.. 시청 앞에서 내려서 혜화동 가는 6번이나 9번.. 그리고 학교 후문 근처까지 들어가는 85번을 타곤 했다.. 물론 팥죽을 뒤집어 쓴 스머프 새퀴 옷을 입구 있었는데.. 중딩 3학년 시절.. 항시 아침에 시청 앞에서 만나는 여학생이 있었다.. 걔는 크라운 베이커리 앞에서 두 손으로 가방을 앞에다 모아 들고 버스를 기다리곤 했는데 바로 울 학교 후문 쪽으로 들어가다 있는 학교 여중딩이었다.. 걔네 교복이 또 그 동네 교복하곤 좀 달라서 금방 알아 봤는데.. 얘덜 교복은 나름 괜춘했던 듯.. 근데 얘가 가방 들고 있는 폼하며.. 버스를 올라 타려고 뛰어 가는 모습하며.. 그 당시 그 모습에 졸라 삐리리한 중딩이었던 내가 그만 홀딱 빠졌던 것.. 그래서리 멀리서 지켜 보면서 거의 몇 주간을 이걸 어케 엮어야 되나 하구 친구 녀석이랑 대구리를 맞대구 둘이서 졸라 궁리를 해 보았지만 별로 뾰족한 수가 나오질 않았다.. 뭘 우짜겠나.. 걍 말을 걸어 봐여징.. --;
그래서리 하루는 졸라 큰 맘을 먹고 일단 같은 버스를 따라서 올라 탔다.. 85번.. 울 학교와 걔네 학교가 내리는 정거장은 같있는데.. 걔가 버스를 타서 앉은 자리 바로 뒤에 얼렁 자리를 잡고 앉은 담에 또 고민을 시작.. 슈발.. 이걸 머라고 시작해야 되나.. 학교는 가까와 오고.. 대구리 속은 졸라 혼동스럽고.. 입술이 바짝 바짝 타는 것 같았는데.. 학교를 두어 정거장 남겨 놓구 진짜 큰 맘 먹고 용기를 냈다.. 지금 생각해 보면 무신 생각에 그랬는지 원.. 일단 저기엽.. 제 말 좀 들어주셈.. 하구는 어깨를 톡톡 건드렸던 것 같은데.. 걔가 뒤를 홱 돌아다 보았다.. 그렇게 가까이서 정면으로 걔 얼굴을 본 것은 첨이었는데.. 이런 염병.. 이게 무신.. 내가 그 당시에 안경을 쓴지가 오래 되지 않아서 안경 도수 자체가 낮았고.. 눈은 눈대로 나빠져 있어서 그제서야 있는 그대로의 그녀 면상을 보았고..
내가 그 전에 흐릿하게 보아 왔던 그녀의 인상하구는 완죤 180도 다른.. -ㅁ- 아.. 슈발.. 나름 쇼크가 워낙 커서리 할 말을 잊을 법도 했는데.. 그래도 간신히 정신을 추스리곤 지금 몇 시에염.. 하구 간신히 물어 보았던 것.. ㅡㅜ 그날 집으로 돌아와서 난 "엄마 나 안경 바꿔 주셈" 하구 냅다 소리를 질러 댔던 것으로 기억.. --; 쓰디 쓴 중딩 때의 봄날의 기억이다..
봄날이 온 김에 또 다른 봄 판을 하나 올린다..
베토벤의 바이올린 소나타 5번.. 봄이다.. 아마도 그 당시에 집에서 자주 듣던 음악이었을 것 같은데.. 누구꺼였는지는 지금 모르겠지만.. 뜻하지 않은 쇼크를 먹은 중딩의 맘을 별로 위로는 못해주었던 듯하다.. 이 판은 프란체스카티가 카자드쥐하구 연주한다.. 9번은 몰라도 적어도 5번은 내게 있어선 발터의 6번 교향곡이 진리인 것처럼.. 적어도 나한테는 그런 위치를 차지하는 연주다.. 봄날의 따뜻함이 온 몸을 휘어 감으면서도 그게 늘어지거나 끈적이는 느낌이 아닌 우아한 감성이 쩔어주는 그런 연주를 들려준다.. 살앙함뉘다.. 프란체스카티 형님.. --;
이 판이 또 맘에 드는 것은 표지의 사진이다.. 보통 컬럼비아 미쿡애덜 판 껍닥이 그리 맘에 드는 것 보기가 힘든데.. 이 판의 껍닥 사진은 바로 요맘 때의 봄 나무에서 올라오는 색깔.. 노란색이 도는 연두 빛깔.. 색 자체는 촌빨일지 모르겠지만.. 자연에서 나타나는 이 색은 정말 눈이 부시도록 아름다운 색이다.. 그 느낌이 그대로 묻어 나는 사진과.. 연주 또한 그런 느낌에 딱 맞아 떨어지는 정말 좋아하는 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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