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음반

분덜리히.. 베토벤과 슈베르트..

by rickas 2011. 3. 20.

 

 

예전에 대딩 시절.. 학생회관 안에 있던 고전음악 감상실을 줄창나게 들락날락하던 시절.. 친하게 지내던 과 친구 하나는 성악곡을 무쟈게 좋아해서 음악 감살실을 들어섰을 때 성악곡이 흘러 나옴 그 카수가 누구인지 목소리만 듣고는 척척 맞히곤 해서리 나로 하여금 경악을 금치 못하게 만들곤 했는데.. 나는 당시 종교 음악이 아닌 다음에는 오페라나 가곡과 같은 성악곡은 별로 흥미가 당기지 않아서 정말 흔해 빠진 몇몇 곡들 이외에는 거의 듣지를 않던 때라 그 친구의 그런 꼬라지를 보곤.. 이기 이기.. 진짜 환자구나.. 했던 것.. 사실 나로서는 이 넘으 카수가 맡은 대역이 어딘지도 헷갈리는 판국에 -_- 그저 목소리만 듣고는 이름을 알아 맞추니 그저 경이로울 수 밖에..

 

특히나 그 친구는 캐슬린 페리어의 왕팬이었는데.. 난 별루.. 가장 맛이 갔던 것은 말러에 대한 취향에서였다.. 난 지금도 말러를 잘 듣지 않는 편인데.. 그저 그냥 듣기가 불편해서.. 아마도 내가 그의 음악을 이해할 만큼의 깊이가 없어서 그렇겠지만.. 암튼 그 친구가 초강추를 해서리 아마도 대딩 1학년 때던가 2학년 때던가에 말러의 대지의 노래 판을 샀던 것.. 발터가 지휘하는 뉴욕필에.. 밀러와 헤플리거의 노래였는데.. 내가 그 친구 취향을 알기에 집에 와서 반신반의 하면서 판을 올려 놓았는데 나오던 음악.. 아 이런.. ㅅㅂ --;; 내가 사서 판을 딱 한 번 듣고는 팽개쳐 두었던 첫 번째 판이 바로 이 판이었다.. 물론 그 이후 몇 번 꺼내 들었던 것 같은데.. 여전히 귓구녕에 들어 오지는 않았고.. 이로써 난 그 친구한테 나으 졸라 무식한 몰취향을 인증 받아 버렸지만 그걸 우짜겠음.. 안 들어 오는 것은 안 듣는다는 나의 신조에 맞춰서 행할 뿐..

 

하여간 그러한 일들은 그냥 내 친구에 대한 경이로 끝났을 뿐.. 그러한 것이 나의 음악 취향에 대한 흥미로까지 이어지진 못했고.. 난 그 당시 여전히 성악곡은 아웃 오브 안중이었다.. 그러던 것이 나이를 먹어가면서.. 언제부터인지 오페라를 듣는 내 꼬락서니를 발견하게 되었고.. 그리고 가곡들에 대해서도 별로 거북하지 않게 짬짬이 듣곤 하는 행태를 보인다는 것을 알게 된다.. 그 친구 얘기인즉슨.. 내가 나이를 먹어가는 증거란다.. 나이도 나보다 어린 것이 못하는 소리가.. 암튼 이런저런 카수들 판을 사서 듣게 된 것이 언제부터였는지는 나도 잘 모르겠지만.. 아마도 직장 생활을 시작하면서부터 그러지 않았나 싶은데.. 그 중에서 무척이나 목소리가 맘에 들었던.. 그리고 너무나두 어처구니 없이 일찍 세상을 등졌던 분덜리히가 생각이 나서 오늘 아침 판을 올려 놓았다.. 아마도 분덜리히를 내가 처음 듣게 된 것은 대딩 때 유일하게 열씨미 들었던 오페라.. 마적이었던 것 같은데.. 말이 났으니 얘기지.. 예전부터 걍 마적이라고 부르는게 습관이 되어서 마술피리 또는 요술피리라는 말이 아직도 어째 낯선 감이 없지 않다.. 칼 뵘이 지휘하는 판이었는데 거기서 타미노 역할을 맡았던 것.. 하긴 그 당시에 내가 무신 오페라 광이라고 이판 저판 사서 이넘 저넘 연주한 것을 비교 분석해 보질 않았기 땜시 잘 몰랐지만.. 나중에 클렘페러에.. 프리차이에.. 푸르트뱅글러에.. 뭐 기타 등등 다른 판들을 듣자 하니 이 양반의 타미노가 무척이나 한 노래 하신다는 것을 뒤늦게 깨달았다..

 

이 판에는 그야말로 졸라 파퓰러한 곡들이 수록되어 있는데.. 분덜리히의 목소리를 만끽하기에는 더없이 좋은 판이라고 생각된다.. 베토벤 슨상의 아델라이데와 그대를 사랑합니다.. 그리고 슈베르트 형님의 음악에.. 세레나데.. 들장미.. 저녁놀 속에.. 등등이 줄줄이 사탕으로 엮여 있는데.. 으.. 목소리 정말 쩔어 준다.. 노래를 졸라 심각한 모습은 전혀 없이 무척이나 사뿐사뿐 부르는데.. 그게 상당히 가벼운 느낌이 들면서도 저어기 아랫 동네인 이태리 애덜하고는 또 다른.. 뭔가 졸라 유식해 보이는 그런 목소리를 들려 준다.. 아 물론.. 이태리 애덜이 골이 비었다는 느낌이 든다는 것은 아니지만.. 뭔가 허전한 느낌이 들지 않는 그런 꽉 찬 느낌을 주면서도 그리 청명하고 날렵하게 불러 제낀다는 것은 정말 하늘이 주신 재능이 아니었을까 싶다..무엇보담도 됙일 애덜 특유의 졸라 심각하고 진중한.. 그래서리 어째 좀 부담스럽기까지 한 경우도 생기는.. 그런 느낌이 이 양반 노래 에서는 전혀 찾아 볼 수가 없다.. 들을 때마다 느끼는 것이지만.. 그의 때 이른 죽음이 무척이나 아쉽다..

 

사족이지만.. 이 판은 후버트 기센이 피아노를 맡고 있는데.. 피아노 소리가 좀 둔탁하게 녹음이 되어 아쉽다.. 맑고 가벼운.. 그러면서도 품위가 뚝뚝 떨어지는 그의 목소리에.. 소위 은쟁반에 옥구슬 굴러 가는 소리로 피아노 반주가 녹음이 되었다면 더 좋았을 것을.. 쩝쩝..

'음반' 카테고리의 다른 글

슈베르트.. 슈베르티아데..  (0) 2011.04.04
베토벤.. 피아노 협주곡 3번..  (0) 2011.03.21
텔레만.. 파리 4중주..  (0) 2011.03.13
브람스.. 바이올린 협주곡..  (0) 2011.03.12
퍼셀.. 디도와 아이네아스..  (0) 2011.03.01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