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날씨도 좋고 시간적인 여유도 좀 있고 해서 아침에 일어나서 들은 판을 한 장 올린다.. 요즘 들어서 계속 느끼는 거지만 이 골방의 소리가 무쟈게 좋아서 정말 맘에 쏙 든다.. 특히나 루비를 사용해서 듣는 판들은 이 판이 원래 일케 소리가 좋았나 싶어서 판을 다시 보게 되는 경우가 왕왕 생기곤 한다.. 뭐 다 지 눈에 안경이고 지 취향대로 듣는거니 내가 쓰는게 제일 잘났고 니들도 일케 들어라 하고 권유 내지는 가르치려 들지만 않는다면야 지금 이 시스템 소리가 내 귀에는 아주 딱 좋다는데 알게 뭐냐.. 근데 들으면 들을수록 느끼는 거지만 내가 골방에서 쓰려고 아크를 처분 안하고 걍 델꾸 들어간거는 정말 잘한 짓이라는 생각이 들어 내가 내 뒤통수를 다 쓰담쓰담 하고 싶어진다는.. 이게 아주 소리가 무르익다 보니까 소리가 무쟈게 정교하고 투명하면서도 고급스런 윤기를 들려주는데다 펑퍼짐하면서 과도한 저역이 없기 때문에 내가 골방에서 쓰기에는 정말 딱인 스피커라는 생각이다.. 사실 지난 겨울에 거실의 메인 시스템도 상당한 부분을 갈아 치워서 이제는 오디오 졸업할 생각을 하고 있기는 하지만.. 그거야 나중에 또 뭔 변덕이 생길지 모르는 일이고.. 암튼 현재로서는 골방과 거실의 시스템들이 각각 성향이 다른 넘들로 구성을 하게 된 고로 그날 그날 기분에 따라 선택해서 듣기에 좋다.. 거실 시스템 변경 얘기는 나중에 하고.. 판 얘기 하려다 또 씨잘데 없이 오디오 얘기를 한 꼴이 되었는데.. 사실 이 판도 소리가 워낙 좋길래 그런 얘기가 안 나올 수가 없었다는..
판의 제목은 의역해서 르네상스 시대의 프랑스 춤곡이라 할 수 있겠는데.. 트와노 아르보라는 가명이자 필명을 사용했던 제한 타부로가 1588년에 쓴 춤 교본인 오르케조그라피에 나오는 춤곡들을 실어 놓은 판이다.. 제한 타부로는 16세기 프랑스의 성직자이 춤 이론가로 춤의 역사와 실제 동작을 상세히 기록해서 르네상스 시대의 무용을 연구하는데 핵심 자료를 남겼다 한다.. 제레미 발로우가 이끄는 시대악기 연주 단체인 브로드사이드 밴드가 연주를 맡은 아르모니아 문디 프랑스 음반이다.. 머 아르모니아 문디 음반이 다 그렇지는 않겠지만 대체로 그렇듯이 이 판 역시 잔향이 풍부하고 홀의 공기감이랄까 그런 것 덕분에 음이 공기 중에 떠 있는 느낌이 든다.. 전반적으로 따뜻하고 둥근 중역대에다 고역이 쏘거나 번쩍이지 않기 때문에.. 리듬감이 동보이는 타악기를 비롯하여 다양한 악기들이 등장해서 들려주는 소리의 변화를 정말 섬세하게 그려 나가는 느낌이라 하겠다.. 말이 나왔으니 말인데 이 음반의 묘미는 다양한 악기로 연주되는 춤곡의 흐름을 따라가면서 16세기 딴스 문화의 지도를 밟아가는데 있다 하겠다.. 사실 곡 하나하나가 "작품"이라기 보다는 당대 춤 레퍼토리의 기능적 단위로 이해하는 것이 편하다.. 수록곡은 브랑르, 바스당스, 파반, 가야르드, 모리스크, 캐너리 같은 춤 유혈 별로 배열되어 있고 각 곡들은 리듬과 성격이 분명하다 하겠다.. 제일 먼저 등장하는 브랑르는 프랑스 르네상스 춤의 핵심이고 집단적으로 좌우로 흔들리며 진행하는 느낌이 강한 곡이라 한다.. 바스당스는 상대적으로 느린 춤이나 이어서 이어지는 투르디옹은 빠르고 경쾌한 3박 계열의 춤이라서 느린 춤 뒤에 빠른 춤이 붙는 르네상스의 전형적인 구조를 보여주고 있단다.. 파반은 위엄 있고 느린 2박자의 춤이고 그 뒤를 잇는 가야르드는 그 반대편의 활발한 대응 춤곡이다.. "세탁부의 춤"이나 "말의 춤" 같은 명칭이 붙은 브랑르도 있는데 이는 이 음악이 추상적인 예술 음악이 아니라 사회적 장면과 몸짓을 가진 춤 음악임을 보여준다고 한다.. 마지막의 캐너리는 본래 스페인/대서양 세계와 연관된 활달한 춤의 이미지가 있고 모리스크는 당시 유럽이 상상한 이국적인 흔적을 담고 있는 화려한 곡이라 하겠다..
사족인데.. 판 껍닥의 그림이 재미있다.. 회화가 아니라 16세기 플랑드르산 태피스트리의 한 부분을 사용했다고 한다.. 제목은 마을 축제라는데 이러한 축제 장면은 당시 유럽의 춤, 연회, 집단적 놀이 문화를 시각적으로 잘 보여주기 때문에 음악의 성격과도 잘 맞는다 하겠다.. 사실 태피스트리는 단순한 장식이 아니라 귀족과 부유층이 벽을 장식하고 단열 효과도 얻었던 일종의 고급 이동식 예술품이었는데.. 플랑드르 태피스트리는 섬세한 색채와 인물 묘사 그리고 풍속 장면으로 유명해서리 16세기 유럽 문화의 시각적 기록 역할을 했다고 한다..
연결시키는 링크는 바스당스와 투르디옹인데 브로드사이드 밴드가 연주한 이 판의 녹음이 실려 있길래 걸어 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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