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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반

모짜르트.. 돈 조반니..

by rickas 2026. 4. 12.

요번 주말도 그나마 좀 여유가 있는 김에 간만에 긴 시간 집중해서 들을 만한 판을 골라서 들었다.. 모짜르트의 돈 조반니.. 내가 제일 많이 듣는 오페라 두 개가 피가로의 결혼 하고 마술피리인데.. 돈 조반니는 그 다음쯤 되겠다.. 사실 예전에 젊었던 시절에는 피가로의 결혼이나 마술피리를 압도적으로 많이 들었고.. 돈 조반니는 그리 즐겨 듣는 작품은 아니었는데.. 나이가 들면서 듣다 보니 이게 은근히 매력적인 작품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고.. 그러다 보니 이 판 저 판 꽤나 구해서 듣게된 작품이 되었다.. 모짜르트의 오페라는 사실 DVD로도 볼 만 해서리 예전에 한창 영상에 빠져 있을 때는 공연 실황을 담은 영상물도 많이 구해서 봤었는데.. 영상물은 아니었지만 제일 인상 깊었던거는 프라하에 놀러 갔을 때 국립 인형극 극장에서 본 돈 조반니 인형극이었다.. ㅅㅂ 마지막에 석상이 사람 사이즈로 직접 등장하는 바람에 아연실색하게 만들었던 기억이 난다..

각설하고.. 오늘 들었던 판은 줄리니의 지휘로 필하모니아 오케스트라가 연주한 판인데.. 원래 내기 제일 즐겨 듣는 판은 크립스의 빈 필하모닉 데카 판이지만.. 이 연주는 넘 우아하고 얌전한 느낌만 들어서리 좀 박진감 만땅인 줄리니의 연주를 듣고 싶었고.. 줄리니 판의 제일 인상 깊은 점은 오케스트라가 단순한 반주가 아니라 오페라의 한 축을 담당하는 것처럼 적극적으로 전면으로 나대고 있다는 점이라 하겠다.. 특히 금관과 타악기가 터져 나올 때의 타격감은 확실히 압도적이다.. 물론 카수진이야 줄리니의 판이나 크립스의 판이나 용호상박 급으로 당대의 잘난 카수들이 총출동 하는데.. 가수들만 놓고 본다면 내 취향에는 크립스의 판이 더 맞기는 하다.. 특히 줄리니 판에서 돈나 엘비라 역의 슈바르츠코프는 들을 때마다 느끼는 것이지만 일반적으로 사람들은 완벽한 노래를 들려준다고들 하던데.. 내 귀에는 좀 불편하게 들린다.. 뭐랄까.. 완벽한 범생이가 완벽한 퍼포먼스를 보여 주는데.. 그게 자연스럽게 우러나오는 기품처럼 느껴지기 보다는 인공적으로 만들어진 느낌이 든다는 것.. 뭐 나는 그렇다고.. 그래서 난 백작 부인이건 돈나 엘비라건 리자 델라 카자를 더 선호한다.. 이 누님은 태어날 때부터 백작 부인이었던 것처럼 느껴지는 노래를 들려주니깐 말이다.. 그리고 또 하나 크립스 판의 가수를 더 좋아할 수 밖에 없는 이유는 체를리나를 맡고 있는 귀덴 누님 때문이다.. 줄리니 판의 시우티 같은 경우는 어째 좀 평면적인 느낌이랄까 이에 비해 귀덴의 체를리나는 톡톡 튀는.. 순진한 척 하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은 요사스런 시골 처녀의 느낌에 딱 맞는 독보적 노래를 들려주는 것 같다.. 머 이러다 보니 크립스 판을 듣지 왜 줄리니 판을 듣고서는 시비를 거냐.. 라고 할 수도 있겠지만.. -_-ㅋ 줄리니 판은 이 자체로 훌륭한게 사실이다.. 굳이 비교를 할 필요가 없는 것을 걍 나오는 대로 지껄여 본 것이다.. 특히 돈 조반니를 맡고 있는 베히터의 뭔가 차도남 같은 귀족적 품위는 압권이고.. 이러한 차가운 품위가 마지막 파멸의 장면에서 상당히 인상 깊은 캐릭터를 만드는데 일조를 하는 것으로 느껴진다..

사실 이 돈 조반니라는 작품은 졸라 복잡한 인간 군상들의 천태만상이 이리저리 얽혀 있는 고로 이 작품을 단순하게 "천하의 바람둥이가 벌 받는 권선징악의 이야기" 정도로 보기에는 뭔가 다른 면이 있을 것 같은 느낌적인 느낌이 든다.. ㅋ 사실 모짜르트의 오페라들을 여러 호사가들이 그 안에 숨겨진 여러 의미들을 나름대로 해석하고 졸라 거대한 뜻이 숨어 있는 것처럼 포장을 해서 개소리들을 많이 해 놓았지만.. 모든 줄거리가 한숨 나오는 유치찬란한.. 1도 개연성 없는 이야기로 이루어져 있다는 점을 생각해 보면 꿈보다 해몽이라는 생각이 드는게 사실이다.. 그치만 음악이 그 자체로 너무나도 아름답고 감탄이 나올 정도로 멋지기 때문에 그런거는 걍 무시하고 들으면 그만이다.. 이걸 스토리가 후졌다고 안 듣는다는 것도 유치한 생각이고.. 그걸 또 뭔가 심오한 뜻이 숨겨져 있는 것처럼 포장하는 것도 한숨 나오는 일이다.. 그저 오롯이 음악을 듣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니깐 말이다.. 근데 이 돈 조반니라는 작품은 확실히 특이점이 있는 부분이 존재하는 것으로 느껴진다.. 뭐냐면 이 오페라야말로 당시의 사회 시스템을 향해 던지는 모짜르트의 凸가 아니었나 싶다는 점이다.. 물론 이것도 어디까지나 꿈보다 해몽일 수 있는 이야기지만.. 마지막 기사장의 석상이 계속 "회개하라"를 강압적으로 외쳐대는데 이에 대해서 분명하게 "No"라고 단호하게 대항하는 개막장의 장면은 마치 모짜르트의 자아가 투영된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불러 일으킨다.. 사회의 신분 질서와 종교적 규범이 지배하던 시기에 본인도 어떻게 해서든 그 주류로 편입되기 위해 부단히 애를 썼지만 결국은 그렇게 되지 못한 한 천재적 인간으로서 그리고 예술가로서.. 자신을 구속하려던 체제와 타협하느니 차라리 파멸을 택하겠다는 그런 고집의 표출이 아니었을까 싶은 것이다.. 하긴 뭐 모짜르트가 아닌 담에야 누가 알 수 있겠냐마는 말이다.. 사실 이 작품에서 귀족으로 나오는 잉간들 내지는 정상이라고 나오는 잉간들이 어째 좀 맛이 간 것처럼 보이는 것도 그런 의심을 들게 만든다는.. 돈나 엘비라는 겉으로는 무슨 도덕의 대변인처럼 보이지만 아무래도 강박적 집착이 있는 좀 맛이 간 아줌마 느낌이고.. 체를리나 역시 표면적으로는 순진하지만 실제로는 상당히 계산에 밝은 줄타기 스타일로 보인다는 것.. 돈 오타비오 같은 귀족도 말은 그럴 듯해서 노래는 잘 불러 제끼는데.. 이 잉간이 실제로 뭔가 한 것은 없다는 점.. 등등 하나 같이 제대로 된 잉간은 잘 보이지 않는다.. 어케 보면 졸라 복잡한 심리극으로 보일 수도 있겠지만.. 암튼 그건 그걸로 됐고.. 모짜르트의 음악만은 이 돈 조반니에서도 역시 작살나는 아름다움을 들려준다.. 머 그럼 그걸로 된 거 아니겠냐.. 그게 체제 비판 스토리건 아님 정신병동 스토리건 간에 말이다..

연결시키는 링크는 두 개를 걸어 놓는다.. 하나는 돈나 엘비라의 아리아.. " 저 배은망덕한  잉간이 나를 배신했어요" 인데.. 노래 가사를 보면 거의 맛이 간 걸로 보인다.. 조반니에 대한 끓어 오르는 증오와 불쑥 불쑥 솟아나는 그에 대한 연민이 아주 짬뽕이 되어서 분노와 사랑 사이를 갈등하는 맛이 간 모습을 보여준다.. 미아 페르손이라는 카수의 2013년 파리 공연에서 따 온 것인데 노래 잘한다.. 다른 하나는 체를리나의 아리아.. "날 때려줘요.. 마제토.." 취향 참 이상한 애덜이다.. -_-;; 안토니니가 지휘하는 바젤 실내악단이 협연하고 있는데 일종의 콘서트 오페라 형식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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