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멘델스존의 초기 현악 교향곡 12곡이 실려 있는 아르히브 판을 휴일 내내 들었다.. 총 다섯 장으로 이루어진 전집인데 마주어가 지휘하는 라이프치히 게반트하우스 오케스트라의 1971년 연주로 아마도 전체 12곡을 녹음한 것은 이 전집이 최초인 듯하고.. 나도 전체 12곡을 한번에 다 들은 것은 이번이 첨이다.. ㅋ 덥고 습하고 모든게 귀찮아지다 보니 이판 저판 골라서 꺼내 듣는 것도 성가시고 그래서리 이왕 꺼낸 김에 한큐에 쭉 듣게 된 것인데.. 곡들이 대개가 지루함이 없는 재기발할함을 넘어 다양한 색채를 변화무쌍하게 보여주는 고로 한 번에 들어도 그리 부담없이 들을만한 곡들이라 하겠다.. 어찌보면 가볍고 심각하지 않은 어린 시절의 곡이라 그게 가능하지 만약 멘델스존의 다섯 교향곡을 연짱으로 들으라고 하면 지겨워서 한큐에 못 들을 듯.. 판의 해설서 머릿 부분에 본 녹음에 대한 일종의 변명같은 것이 있는데.. 멘델스존의 초기 교향곡 전체를 이번에 녹음함으로써 아르히브 프로덕션에서 원래 다루려고 했던 기간이 초기 클래식에서 확장된 셈이 되었고.. 이는 노란 딱지 음반과 경쟁하려는 의도가 아니라 DG는 주로 전통 오페라와 콘서트 레퍼토리를 기반으로 제작하는 반면 아르히브는 지금까지 방치된 걸작에 관심을 집중하기 위함이라고 적어 놓고 있다.. 머 아무려면 어떠냐.. 꿩 잡는게 매라고 좋은 음악을 좋은 연주로 들려준다면 그게 노란 딱지건 은색 딱지건 알바노임..
음악사에서 신동이라 하면 두 사람을 꼽을 수 있다는데.. 하나는 모짜르트이고 다른 하나는 멘델스존이란다.. 그치만 이상하게도 멘델스존의 천재성 포텐이 일찌감치 터졌음을 증명하는 그의 초기 교향곡들은 최근까지.. 아마도 이 판이 녹음된 1970년대 초반일 듯.. 전문가들에게만 알려졌다고 한다.. 사실 이를 녹음하는 프로젝트가 처음 제안되었을 때가 되어서야 8번, 9번, 12번 교향곡들이 제대로 된 인쇄본으로 출판되었다고 하니 상당한 기간 잊혀져 있었던 것이 맞는 듯.. 1821년부터 1823년까지 멘델스존은 12개의 교향곡을 작곡했는데.. 이들 대부분은 현악 오케스트라를 위한 것이었다.. 아직 꼬꼬마 급식의 작품으로 간주되기는 하지만 이들 작품은 12~14세 작곡가의 놀랍도록 높은 수준의 초기 성숙도와 빛나는 재능을 증명하고 있는 작품이라 하겠다.. 부유한 은행가로 유대교에서 개신교로 개종했던 멘델스존의 아버지가 자리잡았던 베를린의 멘델스존 저택은 당시 지식인과 예술가들의 사회적, 예술적 만남의 장소가 되었다고 한다.. 사업가, 작가, 교수들이 중요한 논의를 하는 사적인 공간이면서 비공식적 토론의 장이 되었고 새로운 음악에 집중하는 분위기가 지배적이었다는데.. 멘델스존 역시 이러한 환경에서 정기적으로 공연을 할 수 있었고 이는 멘델스존의 음악 활동의 중심지 역할을 했다고 한다.. 멘델스존의 가문에는 다양한 이론가이자 음악가들이 있어서 어려서부터 실질적인 교육을 받을 수 있었고 이는 그의 작곡 스탈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쳤다고는 하나 오래된 음악과는 별개로 당시의 현대 작품들 역시 소년 시절의 멘델스존에게 중요했고 특히 베토벤의 작품이 큰 영향을 끼쳤다고 한다.. 이는 멘델스존의 음악적 발전에 있어서 다양하게 나타나는 베토벤의 흔적으로 알 수 있단다.. 특히 오늘 포스팅 하는 11번의 교향곡 같은 경우 베토벤의 8번 교향곡과 매우 닮아 있다는 것인데.. 이는 작품 전체가 하나의 짧은 모티프에서 발전했다는 점에서 그렇다고 한다.. 이러한 과정은 1809년 출판된 베토벤의 교향곡 5번에서 이미 보여주었던 것이고 멘델스존 역시 이 곡을 접할 수 있었다는데.. 하나의 모티프를 취하여 악장이 진행됨에 따라 이를 반복하여 변형하고 발전시켜 나가는 타입은 전형적인 베토벤 스탈을 나타낸다는 것이다.. 2악장의 스케르초가 상당히 인상적인데 멘델스존은 이 악장에 "Swiss Song" 이라는 제목을 붙였다.. 이는 에멘탈 지방의 결혼식 춤에서 유래한 민요를 순전히 기악 형식으로 인용한데서 기인한 것이라 한다.. 세 번째 악장은 베토벤의 느린 악장을 연상시키는 아다지오 악장이고 네 번째 메누에토 악장을 지나 다섯 번째 악장에 다다르면 푸가 주제가 반음계적으로 다양한 색채를 보여주는데 이는 마치 바하의 "음악의 헌정" 을 상기시키는 듯하단다.. 머 그럴듯한 얘기인 것 같기도 하다만 베토벤이고 바하고 간에 곡 자체가 열 두살 짜리 급식이 썼다고는 믿기지가 않는 세련된 아름다움이 넘쳐 나오는 곡이라 하겠다..
연결시키는 링크는 레프 마르키즈가 지휘하는 암스테르담 신포니에타의 연주로 걸어 놓는다.. 곡 자체의 머찜과 더불어서 졸라 다이나믹하고 드라마틱한 머찜이 폭발하는 연주인 것 같다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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