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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반

슈베르트.. 즉흥곡..

by rickas 2024. 6. 8.

얼마 전에 와이프가 소위 서촌에 있는 친구네 한옥집엘 놀러 갔다가 그 동네를 간만에 여기저기 돌아 다녀본 모양이었다.. 와이프가 태어나서 초딩 시절까지 살던 곳이 사직동이고.. 나도 태어나서 초딩 들어가기 전까지 살던 곳이 효자동이니 어찌 보면 우리 둘 다 서촌 출신인데.. 난 기억에 남은 곳이 하나두 없지만 와이프는 그렇지 않은가 보더라.. 자기가 살던 집이 이제는 음식점으로 변해 있길래 예전에 여기 살았던 사람이라고 주인한테 양해를 구하고 들어가서 내부를 둘러 본 얘기하며.. 건너편에 있던 시장 골목을 둘러 봤던 얘기하며.. 머 그 동네 이리저리 돌아 다녔던 얘기들을 하는데 난 별루 기억에 남는게 없어서리 걍 시큰둥했다.. 내가 아직도 기억 나는건 효자동에 있던 민소아과라고 아마도 일본식 가정집을 개인 병원으로 쓰던 아줌마 의사가 하던 병원이 유일하지만 그 곳이야 당연히 없어진지 오래고.. 사실 요즘 그 동네를 가게 됨 거기가 내가 나고 자란 동네라는 생각보다는 오만 잉간들이 떼거리로 몰려 다니는 관광지의 상점가 같은 느낌 밖에는 안 들더라.. 하긴 청와대 이전한 덕분에 그 동네 상권 살아나는 것 같아서 잘 됐다는 잉간들 수준 생각하면 아주 딱 좋은 일일지도 모르겠다.. 머 어디 여기뿐이겠냐.. 요즘은 SNS 몇 번 달리구 나면 유행타는 잉간들 꼬이는건 순식간이니.. 간혹 삼청동에 있는 고기집에 가다 보면 깜짝 놀라게 되는데가 그 동네 수제비 집.. 예전에 나 대딩 시절만해도 아는 사람도 드물었거니와 건물도 완전 찌그러진 2층집이더랬는데.. 요즘은 졸라 긴 대기줄을 서서 기다리지 않음 먹지도 못할 음식점이 될 정도로 그 동네도 사람들이 바글바글 하더라.. 예전에는 풍문여고 근처에서 버스 내려서 삼청동 쪽으로 올라 가다 불란서 문화원 들러 영화 한편 때리면서 여자애한테 좀 거들먹거려주구.. ㅋ 그 담에 예의 그 수제비 집으로 갔다가 안국동의 브람스까지로 돌아 나오는 길이 가을 무렵에 내가 연애질 하던 정해진 코스였는데.. 이젠 옛날 일이다.. -_-;; 머 사설이 졸라 길었는데.. 딴게 아니라 마침 오늘 들었던 곡이 그야말로 내가 어렸던 시절부터 울 엄마가 워낙에 좋아해서리 귀에 딱지가 앉을 정도로 들었던 곡이기에 옛날 생각도 나고 해서.. ㅋ 근데 지금 찾아보니 그 곡이 실려 있는 판을 여태 한 장도 포스팅을 안 했길래 생각난 김에 올려 본다.. 슈베르트의 즉흥곡 8곡이 실려 있는 판인데 크리스토프 에센바하가 연주한 판이다.. 이 양반은 요즘은 주로 지휘자로 활동하는 것 같던데.. 얼마 전에 오르페오던가 하는 클래식 케이블 채널에서 연주하는 모습을 보구서는 깜놀했던 기억이.. 아니 저 양반이 언제 절케 늙었나 했는데.. 생각해 봄 내 기억이 멈춰 있는 지점이 수십년 전이다보니 자연스레 이런 부조화가 생겨나는 듯하다.. 암튼 이 곡들을 들으면 나한테는 그야말로 어렸던 시절의 어느 시점으로 돌아간 듯한 그런 느낌을 주는 곡이라 하겠다..


아마도 1822년 비엔나에서 출판된 보헤미아의 작곡가 보리셰크의 즉흥곡과 1826년 출판된 역시 보헤미아 출신의 피아니스트이자 작곡가였던 차페크의 즉흥곡의 훌륭한 성공은 이들과 교류가 있었던 슈베르트에게 일종의 자극을 주었을 것이라고 한다.. 잘 알려져 있다시피 슈베르트의 즉흥곡은 작품 번호 90의 네 곡과 작품 번호 142의 네 곡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1828년 2월 21일에 슈베르트는 출판사에다 "단독으로 또는 모두 함께 출판될 수 있는 솔로 피아노포르테를 위한 4개의 즉흥곡" 을 제안하였다.. 그치만 이 네 곡은 디아벨리가 작품 번호 142로 발표한 1838년 말까지 출판되지 않았다.. 작품 번호 90을 구성하는 작품들도 1827년 12월에 완성되어 같은 달에 처음 두 작품이 출판되었지만 3번과 4번은 1857년이 되어서야 세상에 모습을 드러내게 된다.. 슈만은 실제로 슈베르트가 이 작품 번호 142의 곡들을 "즉흥곡" 이라 불렀는지 의심을 가졌었고.. 오히려 서로 간에 밀접하게 연관된 소나타로서 분석적으로 해석하는 것을 선호했다고 한다.. 판 껍닥에 있는 곡에 대한 해설을 보자면 참.. 이런 글을 쓰는 양반들은 졸라 상상력이 풍부한 것인지.. 꿈보다 해몽에 더 특화되어 있는 느낌이 드는데.. -_-ㅋ 142번의 네 곡을 하나의 연결된 고리를 가진 작품으로 해석하고 있다.. 물론 나는 걍 그런갑다 정도로 퉁치고 넘어간다.. ㅋ 첫 곡인 F단조의 즉흥곡은 슈베르트의 독백이자 자전적인 성격을 담고 있다는데.. 이는 슈베르트가 세상을 졸한 해였던 1828년에 작곡된 마지막 3개의 피아노 소나타에서 나타나는 예상치 못했던 강력한 추진력을 얻기 위한 몇 가지 요소들이 이 작품에서도 보이지만 결국 이러한 시도는 실패할 운명이었고 세상과의 대화를 위한 헛된 노력은 무산되면서 침울한 바다의 어두운 파도 위에서 표류하게 되고 마는 결론에 이르게 된 다음 결국은 주요 주제가 전체를 체념하듯 마무리 된다는 것이다.. ㅅㅂ 상상력 짱 아니냐.. ㅋ 첫 곡에서 나타나는 이러한 산만함과는 대조적으로 엄격하게 대칭적인 형식을 지닌 부드러운 A플랫 장조는 서정적인 멜로디를 구성하는데 특화되어 있는 슈베르트의 특징을 잘 보여주고 있단다.. 세 번째 곡은 "로자문데" 주제에 의한 5가지 변주곡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광대한 몸짓과 같은 매혹적인 음향 효과를 변화무쌍하게 드러내다가 종국에는 일종의 개인적인 망아 상태로 흡수되는 듯한 느낌을 준다고 한다.. 네 번째 곡은 기교적이고 다이나믹한 작품으로 매우 빠른 스타카토로 점철된 소나타 형식과 론도를 연주한 다음 성마른 듯한 프레스토로 끝마치게 된다.. 사실 선호도나 유명세로 치자면 작품 번호 90의 네 곡 역시 못지 않은 작품이라 할 수 있겠는데.. 슈베르트가 가진 그야말로 의식의 흐름대로 되는 대로 흘러가도 그 자체가 아릅답고 아련한 멜로디가 되고 마는 그의 천부적인 멜로디 감각이 그대로 드러나는 것은 이 네 곡으로도 충분하다 하겠다.. 에센바하는 내가 갖고 있는 또 다른 연주인 득도한 듯한 켐프 영감님의 연주에 비해 뭐랄까 좀 더 듣기 쉽다고 해야 하나 뭔가 해설이 잘 된 참고서를 보는 듯한 연주를 들려 주는 것 같다..


연결시키는 링크는 작품 번호 90의 네 곡은 짐머만의 연주로 걸어 놓는다.. 1987년 2월 비엔나 공연 실황이라는데 이 양반 젊어서 간지 작살 시절의 연주 되겠다.. 작품 번호 142의 네 곡은 합쳐져 있는 영상이 없길래 졸라 귀찮지만 나누어서 걸어 놓는다.. 소콜로프 영감님의 연주 되겠다.. 이 영감님의 2번과 3번 연주 정말 오금이 저린다..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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