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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반

쇼팽.. 폴로네이즈..

by rickas 2024. 4. 30.

지난 주말에 대구리가 좀 혼란스러운 와중에 간만에 꺼내 들었던 판을 올린다.. 쇼팽의 8곡의 폴로네이즈와 4곡의 즉흥곡이 실려 있는 판이다.. 쇼팽이라면 당연히 우리같이 꼴은 연식이라면 첫 빠따로 떠올릴 수 있을만한 영감님.. 루빈슈타인의 연주로 RCA에서 나온 두 장짜리 박스반이다.. 예전에 대딩 시절 미쿡에 계신 이모님이 다녀 가실 적에 간혹 판을 몇 장씩 하사하구 가셨더랬는데.. 그 시절이야 소위 원판이라면 무조건 꾸바당 했던 시절이니 무척이나 황송하게 접수했던 판으로 기억한다.. 지금이야 머 발에 채이는 것들이 이런 판이긴 하지만.. ㅋ
 
루빈슈타인을 단지 위대한 낭만파 피아니스트의 맨 마지막 주자이자 쇼팽 해석의 절대적인 권위자라고 카테고리화 하는 것은 그의 다재다능함에 비추어 볼 때 너무 좁은 시야를 들이댄 것이라고 느껴질 수 있겠다고 하지만.. 루빈슈타인의 타고난 기질과 테크닉 그리고 쇼팽에 대한 이해도로 보았을 적에 그런 명성은 필연적으로 얻을 수 밖에 없었다고 한다.. 그치만 그가 항상 위대한 쇼팽 스페셜리스트로서 첨부터 인정을 받았던 것은 아니었다 하고.. 이에 대해서는 1964년 3월 15일에 LA 타임즈와의 인터뷰에서 루빈슈타인이 직접 자신의 초창기 어려웠던 시절에 대해 밝히고 있다.. 영감님 말씀을 옮겨 보자면.. 처음에 루빈슈타인은 쇼팽을 연주하기 위해 그야말로 전투와도 같은 쌈박질을 해야만 했는데.. 이는 당시에 쇼팽의 작품을 졸라 과장되고 자유분방하게 연주하는 파데레프스키 스탈이 청중들에게 먹혀 들었고.. 그런 방식이 곧 쇼팽 연주의 표준이 되었기 때문에 당시 이런 사조에 반하는 젊은 피아니스트들은 상당히 애를 먹었다고 한다.. 루빈슈타인 역시 그래서 그의 쇼팽 연주에 대해 너무 드라이 하다는 평을 받았다는 것이었다.. 루빈슈타인의 얘기가 쇼팽으로 이어지는데.. 쇼팽은 아픈 사람이었고.. 그래서 약값도 벌고 생활비도 벌기 위해 레슨을 해야만 했는데.. 그의 제자라는 것들이 몇몇 예외들을 제외하고는 몽땅 공주니 후작부인이니 아님 백작부인이니 하는 부류의 잉간들이었고.. 이 양반들은 이거 아니래도 잘 먹고 잘 살수 있는 분들인데.. 단지 별 볼일 없으신 여러분들을 위해 봉사하려고.. 아니 이게 아니지.. -_-;; 이 양반들은 프로 연주자들이 아니었던데다가 피아노에 재능이라고는 조또 없던 잉간들이었다는.. 그러다보니 오랜 시간 동안 쇼팽 연주의 전통을 확립한 것은 이런 피아노에 대한 재능은 1도 없는 쇼팽의 제자들이었고.. 파데레프스키 같은 잉간이야말로 쇼팽 해석에 있어서 잘못된 전통의 태산북두와 같은 대마왕이었다는 것이다.. 이러한 왜곡된 전통은 초기 축음기 녹음에 남아있는 과거 유명한 피아니스트의 연주에서 그 흔적을 찾을 수 있는데.. 이는 텍스트에 명시된 작곡가의 의도는 걍 개나 줘버리고 개별 해석자의 특이성이 우선시되는 전통이었다 한다.. 템포, 리듬, 다이나믹스, 프레이징, 루바토 등 모든 자유가 허용되었고.. 심지어는 작곡가의 음표도 연주자의 취향에 맞춰서 지 내키는 대로 자주 변경되었다고 하니.. 이런 해석 중 일부를 들으면 텍스트를 더 많이 왜곡할수록 피아니스트가 자신을 음악의 해석자로서 한층 더 우쭐댈 만한 위치로 격상시킬 수 있다고 믿는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였단다.. 이로써 연주자 꼴리는 대로의 자유는 면허가 되었고 모든 지랄맞은 오바질은 허용되었다.. 그러나.. 오늘날 어느 누구도 텍스트에 충실한 루빈슈타인의 쇼팽 연주를 드라이하다고 떠들어대지 않는다.. 시간이 지나면서 루빈슈타인의 쇼팽은 점점 더 세련되고 더 미묘해지면서 한층 더 예민해져 갔다.. 또한 인쇄된 페이지 너머를 볼 수 없다는 의미에서 류빈슈타인의 쇼팽 연주를 엄격하다고 칭하지도 않는다.. 모든 면에서 쇼팽은 자신의 음악을 엄격하게 연주하는 양반은 아니었고.. 그의 시정과 상상력 그리고 취향으로 청취자들을 매료시키는 그런 사람이었다.. 이는 쇼팽에 대한 루빈슈타인의 공식이기도 한데.. 결국은 텍스트에 충실하면서도 이러한 정신을 밝혀주는 연주가 바로 루빈슈타인의 쇼팽 연주라는 것이다..

쇼팽이 1817년 8세 꼬꼬마 시절에 처음으로 출판한 작품이 바로 폴로네이즈였다.. 그 이후 8년 동안 쇼팽은 모두 16곡의 피아노 독주를 위한 폴로네이즈를 쓰게 되는데.. 표준 모음집에는 11곡만 포함되어 있고.. 그 중에서도 4곡은 사후 출판물로 초기 작품이라 거의 연주되지 않는다.. 그니깐 이렇게 7곡에다가 안단테 스피아나토와 그랜드 폴로네이즈를 추가하여 전부 8곡이 자주 연주되는 곡들이고.. 이 판에도 일케 8곡이 실려 있는 것이다.. 쇼팽 이외에도 바하, 베토벤, 모짜르트, 슈베르트, 베버, 바그너, 리스트 등 다양한 작곡가들이 폴로네이즈를 작곡했는데.. 이들과 비교해서 쇼팽은 폴로네이즈와의 관계성이나 이를 일종의 민족적 서사시로 이상화 했다는 의미에서 단연 원탑이라고 할만하단다.. 미쿡의 저명한 음악평론가였던 제임스 휴네커는 쇼팽의 폴로네이즈를 가리켜 "전투의 영웅적인 찬가" 라고 불렀는데.. 이는 이 곡들이 전투적인 정신을 불어넣고 있지만 단지 전투의 외침만이 아니라 우울하고 시적인 측면 역시 끊임없이 이어지고 있음을 말하고 있는 것이란다.. 3번과 6번 폴로네이즈야 군대니 영웅이니 해서 워낙에 유명하지만.. 내가 제일 좋아라 하는 작품은 F샵 단조의 5번 폴로네이즈이다.. 이 폴로네이즈야말로 앞서서 휴네커가 얘기했던 전투 찬가에 가장 잘 부합되는 작품일 것 같은데.. 끈질긴 리듬과 일련의 상승하는 옥타브는 그런 전투적이고 투쟁적인 느낌을 주지만 이와 대조되는 트리오 부분의 마주르카는 아련한 향수와 우울함 같은 앞서와 상반되는 정서를 불러 일으킨다.. 쇼팽은 이 작품을 "폴로네이즈 형태의 환상곡" 이라고 불렀다 한다..

연결시키는 링크는 또다른 영감님인 호로비츠옹의 카네기홀 연주로 5번 폴로네이즈를 걸어 놓는다.. 그야말로 피아노 건반을 요절을 내버릴 듯한 파워와 엄청난 다이나믹스를 들려주는데.. 이 유튭 영상에 붙어 있는 사람들의 소감이 졸라 우끼다.. 온통 도란네.. 미쳤네.. 머 이런 얘기들이다.. ㅋ 머 그럴만한 연주라고 생각한다.. 영감님.. 그래 치셔서 어디 피아노 때려 뽀살 수 있겠습니꽈..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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