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음반

뿔랑.. 피아노 음악..

by rickas 2024. 4. 15.

어제 아침에는 간만에 뿔랑의 피아노 음반을 꺼내 들었다.. 내가 원래 불란서 그것도 근대로 넘어와서의 작곡가와 그 작품들에는 영 취미가 없는데.. 희한하게도 뿔랑은 별로 거부감 없이 잘 들을 수 있는 작품들이 꽤 되더라.. 내 생각에는 딴 것 보담도 이 양반의 음악 화법이 졸라 복잡하거나 심오해서리 이를 풀어내느라 오만가지 염병질을 해대는 것이 아니라 그저 단순하고 명료한 무엇인가를 아주 가볍게 풀어내는 느낌이 들어서 그런거 같다.. 머 좋게 말해서 그런거고.. 따지고 보면 나같이  천성이 가볍고 사고 방식이 단순무식한 잉간이 별 부담감 없이 편하게 들을 수 있다는 얘기에 다름 아니다.. -_-;; 사실 이 판을 꺼내 들은 것은 여기 실려 있는 한 곡 때문이었는데.. 뿔랑의 피아노 소품 "멜랑콜리" 때문이었다.. 어느덧 세월호도 10주기가 되었다.. 울집 애녀석 하고 똑같은 나이의 애들이었기에 내가 더 감정이입이 되었겠지만.. 그 이후 세상이 뭐가 달라졌는지 생각해 보면 가슴이 답답하기만 하고.. 나아지기는 커녕 오히려 똑같은 일이 반복되고 있으니 기가 찰 노릇이다.. 어떤 금수만도 못한 씹새끼들은 이제 세월호 타령 지겹지도 않냐고 하더만.. 니 새끼였으면 존나 지겨웠겠다.. 예전에 박구용 교수라는 양반의 얘기를 들어보니 이 "멜랑콜리" 라는 용어가 원래는 그리스의 의학 용어였는데.. 검은 담즙과 이의 과잉으로 인한 불균형에서 유발되는 질병이라나.. 근데 이게 대체 불가능한 사람의 죽음 앞에서.. 그니깐 리비도가 집중되었던 대상의 죽음으로부터 리비도를 회수하고 다시 리비도를 집중할 대상을 찾게 되는데 이게 정상적으로 이루어지는 애도라는 과정이고.. 근데 이 정상적 애도의 과정을 거치지 못하면 자신이 텅 비어 있다는 빈곤 감정 즉 멜랑콜리 해진다는 것이다.. 우리 사회는 과연 충분한 애도의 과정을 거친 것인지.. 또한 그로부터 다시금 회복의 과정으로 나아가고 있는 것인지.. 졸라  멜랑콜리 해진다.. -_-ㅋ

뿔랑의 피아노에 대한 사랑은 그가 어렸을 적부터 모짜르트와 쇼팽, 슈베르트와 슈만을 그에게 연주해 주었던 어머니에게서 비롯되었다고 한다.. 어머니는 뿔랑이 5살 적에 키보드를 처음으로 가르치기 시작했고.. 8살 때는 개인 교사로부터 정규 레슨을 받도록 했다.. 16살에 뿔랑은 스페인의 저명한 거장이었던 리카르도 바인스의 제자가 되었는데.. 뿔랑은 이 양반을 무쟈게 존경했다고 한다.. 그에 따르면 뿔랑은 바인스로부터 솔리스트로서의 세련되고 기술적인 확신 이외에도 페달의 올바른 사용이라는 필수적인 요소를 배울 수 있었다고 한다.. 뿔랑은 자신의 피아노 작품이 연주될 때 그가 싫어했던 루바토에 의한 왜곡이나 페달의 지나친 억제 그리고 특정 패턴의 과도한 표현 등으로 인해 소리가 흐릿해지는 것을 자주 비판했다.. 1920년대 초 뿔랑은 사티와 프랑스 6인조라고 불리었던 그룹과도 연관이 되는데.. 이들은 드뷔시와 인상파의 지배에 반대하는 경향을 보였고.. 감상적이거나 낭만적인 음악을 쓰지 않는 것이 신조였다.. 그들의 음악 대부분은 당시의 재즈와 대중가요의 영향을 반영했고.. 이와 유사한 영향이 다른 국가 특히 영국에서 많이 나타났다고 한다.. 그치만 천성적으로 낭만적이었던 뿔랑은 나중에는 스타일이 진보적이 아닌 서정적인 스타일로 되돌아왔고.. 이후 이 운동과 밀접한 관계를 갖지는 않게 되었다.. 이 판의 첫 트랙에 실려 있는 3개의 작품.. 파스토랄, 토카타, 찬가는 뿔랑의 피아노 음악의 전형적인 특징인 화려하면서도 까다로운 기교 그리고 우울한 우아함 등이 그대로 드러나는 대표적인 작품이라고 한다.. 특히 1940년 암울한 시기에 작곡된 멜랑콜리는 뿔랑의 후기 음악에서 특징적으로 나타나는 단순하면서도 깨끗한 멜로디 라인이 잘 드러나는 곡이라는데.. 듣다 보면 그 처연함이랄까 그런 느낌에 걍 슬프다.. 이 판에 실려 있는 뿔랑의 마지막 작품은 1935년 작곡된 프랑스 모음곡인데.. 7개의 악장은 원래 9개의 관악기, 드럼, 하프시코드 등이 등장하는 악보로 작곡되었고.. 이후 피아노용으로 편곡되었다고 한다.. 이 곡의 매력이라면 그 표정의 변화무쌍함이 아닐까 싶은데.. 격렬하기도 하면서 우아하기도 하고.. 장난스러운 듯하면서도 졸라 사색적인.. 상반되는 느낌의 멜로디와 리듬이 미묘하게 하모니를 이루는 느낌이 드는 곡이다.. 사실 내가 듣기에는 이 판에서 제일 매력적인 곡이라 하겠다.. 사족이지만.. 이 판이 1962년 녹음인 듯한데.. 앙드레 프레빈의 연주이고.. 그래서 당시 33살의 어린 아해와 같은 얼굴을 하고 있는.. 이제는 세상을 졸하고 안 계신 프레빈 영감님의 얼굴을 판 껍닥에서 볼 수 있다.. 졸라 적응이 안 된다는.. -_-ㅋ

연결시키는 링크는 샌프란시스코 출신의 미쿡 피아니스트인 닐 루트먼이 연주하는 멜랑콜리 되겠다.. 10년 전 스러져 갔던 어린 영혼들의 명복을 빈다.. 그리고 하나 더.. 타로의 연주로 프랑스 모음곡도 걸어 놓는다.. 재미있는 곡이다..
 



'음반' 카테고리의 다른 글

헨델.. 바이올린 소나타..  (0) 2024.04.27
슈만.. 피아노 협주곡..  (0) 2024.04.20
러시아 민요..  (0) 2024.04.11
브람스.. 헝가리 무곡..  (1) 2024.04.07
베토벤.. 아일랜드와 스코틀랜드 민요집..  (1) 2024.04.07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