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딩 시절 교과서에 실려 있던 클래식 작품을 담임 선생님들이 음악 시간에 틀어 주곤 했었는데.. 내 기억에 귓구녕에 딱지가 앉을 정도로 많이 들려 주었던 곡이 몇 개가 있다.. 그 중에서도 특히 비제의 카르멘 전주곡, 쇼팽의 군대 폴로네이즈, 그리고 브람스의 헝가리 무곡 5번 정도가 기억에 남는데.. 요즘은 어떤 곡들을 초딩들한테 들려주는지 모르겠지만 그때는 카세트 테이프로 열심히 음악을 틀어주고 초딩들은 그걸 열심히 들었는지.. 자빠져서 잤는지는 모르겠지만 암튼 음악 시간에 음악 감상이랍시고 그런 곡들을 반복적으로 들었다는.. 오늘 올리는 판이 브람스의 헝가리 무곡이 실려 있는 판인데.. 사실 이 판을 꺼내 듣게 된건 출장 길에 뱅기에서 보곤 하는 연주 동영상들을 이제는 좀 물갈이를 할 때가 되었다는 생각이 들어서 최근에 유튭을 뒤지면서 맘에 드는 연주들을 다운 받다 우끼는 영상을 하나 보았기에 그런 것인데.. 브람스의 헝가리 무곡 5번을 좀 골때리게 연주하는 영상을 보구서는 초딩 시절 생각도 나고.. 판 생각도 나고 해서 간만에 듣게 된 것이다.. 꺼내 들었던 판은 이반 피셔가 지휘하는 부다페스트 페스티벌 오케스트라의 연주인데.. 녹음 연대가 80년대이다 보니 아마도 이들이 지금처럼 거장과 명문의 위치에 올라가기 전이었던 스타트업 시절의 기록이라 하겠다.. 대딩 시절 서울음반에서 훙가로톤의 라이센스까지 찍어내 주신 덕분에 쉽게 사서 들을 수 있었던 판인데.. 당시 아바도가 비엔나 필과 연주하던 판에 비하면 어째 좀 더 촌스럽고 투박하지만 보다 더 격렬하고 열정적인.. 그니깐 원조의 느낌에 훨씬 더 가까운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하기도 했었던 판이다..
브람스는 헝가리 무곡에서 헝가리가 사랑하는 무용 전통의 풍부하고 생동감 넘치는 영혼을 담아낸 것으로 평가 받는다.. 이는 브람스의 가장 잘 알려진 작품 중 하나라 할 수 있는데.. 헝가리 민속 음악에서 영감을 받은 21개의 춤곡 세트로서 제대로 따지자면 헝가리를 비롯해 체코와 폴란드 등에 거주하는 소수 민족.. 그니깐 집시의 민속 음악을 다채롭게 혼합한 다양한 장르라고 할 수 있다고 한다.. 헝가리에 대한 음악적 호기심은 브람스 만이 아니라 19세기 중후반에 유럽에서 네 손으로 연주하는 피아노가 폭넓은 인기를 얻으면서 소수 문화에 대한 수요가 높아지게 되었고.. 여러 작곡가들이 영감을 얻게 하는 촉매제 역할을 했단다.. 헝가리 무곡을 작곡한 브람스에게 가장 큰 영감을 준 인물은 헝가리 바이올리니스트 에데 레메니라는 양반이었는데.. 그의 연주를 처음으로 본 지 몇 년 후 브람스는 그의 반주 피아니스트가 되었고.. 연주 여행을 레메니와 함께 하면서 자연히 레메니의 고향의 음악적 유산에 대해 배우게 되었다.. 이렇게 얻은 헝가리 민속 음악에 대한 자신의 경험을 녹여낸 것이 브람스의 헝가리 무곡 21곡인데.. 이 중 11번, 14번, 16번 만이 브람스의 독창적인 작품으로 알려져 있지만.. 브람스는 헝가리 무곡에서 극적으로 다양한 템포, 생동감 넘치는 리듬, 소용돌이 치는 기교적인 악절이 특징인 헝가리 민속 무용 차르다시와 베르분코시의 경쾌하고 유쾌한 에너지를 포착해서 이를 작품에 효과적으로 투영시켰다.. 차르다시는 그 명칭과 구조 그리고 공연에 있어서 실제로 지역적 차이가 있는 춤이지만 남녀로 구성된 댄서들이 회전할 때 여성의 전통적인 넓은 스커트가 독특한 모양으로 변한다고 한다.. 이보다 더 오래된 역사를 가진 베르분코시는 18세기 헝가리의 군사 전통에 뿌리를 두고 있다는데.. "모집하다" 를 의미하는 독일어 동사 "werben" 에서 파생되었다는 것이 정설이다.. 마을의 젊은이들을 입대시키기 위해 군부대는 음식과 술을 준비하고 춤을 추는 성대한 파티를 여는데.. 여기서 장교들이 폼나는 댄스를 보여주게 되면서.. 이 춤의 에너지가 극도로 높아짐에 따라 젊은이들이 점점 더 많이 모여들게 되고 그러다가 얼떨결에 입대하게 된다는 얘기가 있다는 것이다.. 이 새끼들도 졸라 우끼네.. ㅋ
연결시키는 링크는 우선은 1번 춤곡인데.. 두다멜이 지휘하는 예테보리 심포니의 연주 되겠다.. 이 곡 특유의 청승끼가 유장하게 흐르면서도 에너지가 작렬하는 졸라 머찐 연주를 들려준다.. 두 번째 링크가 5번 춤곡을 피아노 연탄과 드럼이 등장하여 연주하는 좀 골때리는 영상인데.. 크로아티아의 피아니스트인 마테이 메슈트로비치와 크리스티나 벨로파블로비치라는 나로서는 듣보잡 연주자들이지만.. 이들의 연주는 정말 즐거움 그 잡채다.. 역시 음악은 연주하는 사람이나 듣는 사람이나 일단 즐겁고 봐야 한다.. 무신 개똥폼의 철학적 사유와 정신적 고양을 통한 피안에의 추구는 걍 개나 줘버리라고..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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