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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반

베토벤.. 아일랜드와 스코틀랜드 민요집..

by rickas 2024. 4. 7.

음악을 듣다 보면 생각지도 않았던 작곡가가 듣도 보도 못한 희한한 작품을 썼고 우연히 이를 발견하게 되는 경우가 있다..  사실 이런 것도 음악을 듣는 즐거움 중의 하나라 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오늘 올리는 판도 그런 음악이 실려 있는 판인데.. 솔까말 내가 조낸 무식해서 못 들어 보았을 뿐이지 이미 널리 알려져 있는 작품이라면 머 딱히 할 말은 없다만.. 적어도 나는 예전에 이 판을 샀을 때나 세월이 흐른 지금이나 이 작품이 그리 널리 알려져 있다는 생각은 들지 않는다는.. 머냐면 베토벤의 아일랜드와 스코틀랜드 민요집이다.. 에디트 마티스와 알렉산더 영 그리고 디스카우가 노래를 하고 있는데.. 어떤 노래는 독창으로 또 어떤 노래는 중창으로 부르고.. 간혹 가다 RIAS 실내 합창단도 등장을 하곤 한다.. 내가 딱히 좋아라 하는 카수들은 아니지만 레파토리가 하도 신기해서 걍 별미로 듣는 재미가 쏠쏠한 판이라 하겠다.. 특히나 마티스는 모짜르트나 바하 그리고 슈만 등을 들어 보았지만 난 별로 매력을 못 느끼겠더라.. 뭔가 걍 조낸 공부만 잘 하는 범생이 같은 느낌이랄까.. 머 그렇다는..

베토벤의 민요집은 그가 남긴 어마무시한 결과물 중에서 가장 친숙하지 않고 또한 평가도 낮은 영역이라고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베토벤의 작곡 생활에서 이들을 쉽게 빼놓을 수 없는 것이.. 베토벤은 1809년부터 1820년까지 11년 동안 179개의 민요를 편곡함으로써 다른 어떤 작곡가들보다 훨씬 더 많은 곡을 썼다는 점이다.. 또한 이러한 민요 설정의 흥미로운 특징은 가사가 거의 영어로 구성되어 있으며 주로 스코틀랜드, 웨일스 및 아일랜드 노래로 이루어져 있다는 것이라 하겠다.. 그 중에서도 제일 많은 것은 아일랜드의 민요.. 베토벤은 평생 동안 영국을 방문한 적이 없고 영국과 뚜렷한 연관성도 없었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는 졸라 특이한 일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런 특이한 관계가 만들어진 계기가 무엇이냐 하면.. 당시 스코틀랜드 민요를 수집하고 있었던 조지 톰슨이라는 양반이 연결 고리가 되었다.. 스코틀랜드에는 그 기원이 18세기 초까지 거슬러 올라가는 민요 수집 운동이 있었는데.. 당시 직업 공무원이었던 조지 톰슨은 자신의 컬렉션을 범위와 품질 면에서 이전의 모든 민요 컬렉션을 능가할 목적으로 이 분야에서는 비교적 늦은 시기였던 1790년대에 시작했다고 한다.. 톰슨은 편곡을 위해 현지 작곡가들에게 의존하기보다는 국제적인 명성을 지닌 주요 인물을 원했고.. 첨에는 플레이엘이나 하이든 등하고 접촉했지만 잘 되지 않았던 반면 뜬금없이 베토벤과 죽이 맞게 되어 흥미로운 협업을 시작하게 된다.. 톰슨은 1803년에 처음으로 베토벤과 접촉했지만 1806년까지 베토벤에게 민요 편곡에 대한 구체적인 제안을 하지는 않았는데.. 그 무렵 그는 베토벤에게 문자가 없는 21개의 전통 멜로디 모음을 보냈고 이를 계기로 1809년부터 두 사람 간의 동업이 개시되었다.. 베토벤은 자신의 편곡 작업을 작곡으로 묘사했는데.. 이는 그가 이 작업을 상당히 진지하게 받아들였음을 의미하는 것이라고 한다.. 톰슨은 로버트 번스와 같은 현대 스코틀랜드 시인에게 원래의 곡에 새로운 가사를 쓰도록 의뢰를 하곤 했다고 하니.. 베토벤이 편곡한 작품에는 가사가 아직 작성되지 않은 경우가 많았다.. 이는 원래 민요의 거칠고 저속한 구절이나 스코틀랜드 방언으로 된 구절들을 피하고 싶었던 출판사의 의도가 반영된 것이었다고 한다.. 아일랜드 민요 편곡집은 1814년과 1816년.. 웨일즈 민요 편곡집은 1817년.. 스코틀랜드 민요 편곡집은 1818년에 각각 출판되었는데.. 이들은 상업적으로는 쫄딱 망했다.. 톰슨은 자신의 이 작업이 후손을 위해 작곡한다는 명분이 있었지만 대중에게는 너무 어렵고 고상한 것이었다고 한탄했다는 얘기가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톰슨은 1840년대까지 계속해서 이전 노래를 재발행하고 몇 가지 새로운 노래를 출판했지만 상업적인 성공을 거두지는 못했는데.. 아마도 이것이 이 작품들이 이후 무명의 작품들로 남게 되는 이유가 될 것이라 한다..

베토벤의 편곡은 매우 독창적이라고 하는데.. 바이올린과 첼로 파트가 선택적으로 등장하고 피아노 3중주의 구성으로 반주가 이루어지기도 한다.. 이들은 이 자체로도 흥미를 더할 만큼 충분히 독립적으로 연주되고 있고.. 베토벤이 민속적 느낌을 현대적으로 살려내기 위해 백파이프를 연상시키는 베이스를 사용함으로써 졸라 아름다운 결과를 만들어 냈다.. 이러한 설정은 빠른 패시지에서는 엄청난 에너지를.. 그리고 느린 패시지에서는 풍부한 표현력을 보여주고 있고.. 다채로운 질감과 혁신적인 조화 그리고 유쾌한 다양성을 결합시키고 있다.. 사실 우리가 베토벤이라 하면 자연스레 연상되는 그런 느낌하고는 다른.. 사실 듣다 보면 민요는 민요인데 베토벤이 편곡했다고 하니 그 양반 특유의 냄새가 안 나는 것은 아니라는 생각이 강력히 들기는 하지만.. -_-ㅋ 편안하고 느긋하면서 유쾌 발랄하기도 한 느낌을 들려주는 노래들이 줄줄이 나온다.. 이 판에는 14곡이 실려 있는데.. 스코틀랜드 민요가 9곡.. 이일랜드 민요가 4곡.. 잉글랜드 민요가 1곡으로 구성되어 있다.. 연결시키는 링크는 아일랜드 민요인 "He promised me at parting" 과 "The Elfin Fairies" 를 걸어 놓는다.. 앞에 노래는 헤어질 때 봄이 오면 만날 수 있다고 아마도 구라를 거하게 치고 도시로 떠난 연인을 그리워 하는 노래같고.. 뒤에 거는 요정들이 부르는 노래인데 가사를 보면 얘덜이 말하자는 요지가 분명하지가 않다.. 요정이다 보니 살짝 정신줄이 나간 듯.. -_-ㅋ 마침 이 노래는 동일한 음원으로 마티스의 노래가 있길래 연결해 놓는다.. 둘 다 노래가 베토벤이 편곡한 작품에 이런 단어가 어울리나 싶긴 하지만.. 귀. 엽. 다. 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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