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난 오디오 기기를 그리 자주 바꿔대거나 하는 편이 아니라서 한 번 들여 놓으면 그래도 꽤 오래 쓰는 편이다.. 물론 그 "꽤 오래" 라는 말이 워낙 주관적인 영역의 표현이어서 생각하는 사람마다 다 다를 수 있겠지만 말이다.. 예를 들자면.. 울 와이프 입장에서는.. "놀구 있네.." 라고 생각할 수도 있을 것이고.. -_-;; 암튼 요점은 작년 연말에 거실에서 메인으로 쓸 턴테이블을 새로 들여 왔다는 것이다.. 원래 거실에서 쓰던 넘은 아마도 족히 이십여년은 굴려 먹었을 VPI의 스카우트 턴이었는데.. 사실 얘한테 불만은 거의 없었다.. 유니버설 헤드셀을 쓰는 넘에 비해 카트리지를 여러 개 놓고 돌려 쓰기가 불편하다는 정도가 좀 아쉬운 점이었고.. 그 외에는 딱히 아쉬운게 없었다.. 물론 내가 주로 LP를 들어 왔기 땜에 턴테이블에 대해 소위 업그레이드 생각을 안 해보았던 것은 아니지만.. 내 머리로는 카트리지와 포노 앰프 수준으로 소리에 미치는 영향이 그리 크지 않을 것 같았고.. 솔직히 회전 속도와 소리에 유입될 만한 진동만 어느 정도 컨트롤이 되는 턴이라면 그 이외에 나으 막귀로 분간을 한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함을 알기 때문에 여태껏 말썽 전혀 안 일으키고 잘 돌고 있는 스카우트를 굳이 바꿀 동력이 딱히 없었더랬다.. 근데 왜 다른 턴을 들여 놓았냐.. 이게 졸라 단순하면서도 슬픈 이유인데.. ㅋ 얼마 전부터 아니 꽤 된거 같은데.. 거실에서 음악을 듣다 보면 어느샌가 걍 디비져 자고 있는 꼬라지가 될 확률이 거의 1에 수렴하더라.. 그러다 보면 와이프가 들어가서 자라고 깨울 때까지 턴은 걍 돌고 있고.. 그니깐 아무래도 카트리지가 더 빨리 맛탱이가 갈 것 같아서리.. 그래서 곡이 끝나면 최소한 톤암이 오토 리프팅은 되는 넘으로다 바꿔야겠다는 굳은 결심을 했던 것이다.. -_-;;

근데 내가 생각하는 그런 턴테이블은 대개가 옛날 일제 턴테이블이 그런 것들이 많았던 것 같고.. 그래서 이래저래 정보를 헤집고 다녀 보았더니.. 이 바닥도 개구라의 대잔치가 졸라 가관이더라는.. 머 여전히 다이렉트가 어떻고 벨트 드라이브가 저떻고 하던데.. 얘네덜은 창세기 이후 여태까정 싸우고 있네.. 지치지도 않냐.. ㅋ 벨트 드라이브는 음악성이 훌륭하고.. 다이렉트 턴은 음악성이 없다느니.. 난 오디오 바닥에서 제일 우끼는 단어가 음악성이라는 단어 같더라.. ㅅㅂ 어떤게 오디오에서 흘러 나오는 음악성의 정의가 될 수 있는지 조또 모르겠다는.. 근데 어떤 일제 다이렉트 턴을 신봉하는 양반은 턴의 스펙에 대해 떠들면서 거의 일뽕 신앙고백 및 간증 수준의 글도 써제끼고 그랬던데.. 사실 스펙 상으로야 옛날 고오급 일제 다이렉트 턴의 S/N비나 W&F 같은거 죽이는 수준이라는 거야 동감하지만.. 그 숫자가 과연 지금의 골동품에서도 똑같이 유지될지는 모를 일이고.. 일본 애덜 정직한 장인 정신이 어쩌구 하는데.. 이거 다 케바케라는.. 그 잘난 회사들 사기치다 걸리는 걸 보자면.. 그니깐 파나소닉 같은 회사가 가라 데이터로 몇 십년 동안 해외 인증을 사기쳐서 받아왔던 꼬라지를 보면 정직은 개뿔.. 이 새끼들 졸라 황당하게 대범한 새끼들이네.. 하는 감탄이 절로 나온다.. ㅋ 그치만 어쨌거나 과거 80년대에 나왔던 괜찮은 일제 다이렉트 턴이 내가 생각하는 오로지 요번에 턴을 새로 들여 놓으려는 취지에 부합되는 고로 그 중에서 찾아 보기로 했고.. 그래서 당첨된 넘이 켄우드의 KP-1100 되겠다.. 얘가 나중에는 KP-9010 이라는 모델명으로도 나왔던 것 같고 켄우드로서는 나름 신경을 좀 써서 만든 넘 같던데.. 들여야겠다는 생각을 하고 얼마 안 되서 매물이 떠서리 금방 구할 수 있었다.. 워낙 S/N비가 좋아서 "정적을 재생하는 턴테이블" 이라는 광고 문구를 사용했다던데.. 하여간 얘네덜도 혀놀림은 알아줘야 한다.. ㅋ 사실 야마하의 GT 시리즈 역시 강력한 후보군이었지만 당시 아쉽게도 오토 리프팅 되는 넘이 안 보이길래 아무 넘이면 어떠냐 하는 생각에 걍 이넘으로다 업어오구 말았다는.. 당시 장터에 올라와 있던 설명에는 이전 사용자가 일본 전문점에서 싸그리 오버홀 받은 제품을 들여 온 것이라고 하더만.. 오버홀은 개뿔.. 들여 오구 한 2주 정도 지났나.. 연주 도중에 갑자기 소리가 늘어지는 현상이 중간 중간 생겨서리 병원에 델꾸 갔더니.. 이거 뜯어 보신 사장님 왈.. 이거 가습기 틀어 놓구 쓰셨어요? 엥.. 꼴랑 2주 사용한 저야 모르져.. ㅋ 안에 있는 IC칩이 표면에 허연 때같은 것이 덮여 있는데.. 가습기 틀어 놓은데서 사용하면 나타나는 전형적인 증상이란다.. 그래서 거기 있는 칩 4개를 새로 싹 갈아버렸더니 그런 증상이 말끔히 사라지더라는.. 하여간에 이런 꼬물 오디오를 거래하다 보면 믿을 만한 사실도 거의 없을 뿐더러 언제 작고하실지 모를 리스크를 떠안고 사는 것이니 만큼 이상이 생기면 걍 알아서 고쳐 쓰는 것이 정신건강에 좋은 듯하다.. -_-;;

어쨌거나 들여 놓구 보니 좀 레트로한 느낌이긴 하지만 뽀대는 꽤나 좋아 보인다.. 특히나 유니버설 헤드셀에다 카트리지를 끼우고 세팅하는데 느껴지는 졸라 간편하면서도 뭔가 각이 딱딱 맞는 듯한 기계적 완성도랄까.. 그런게 완전 좋더라.. 스카우트에서는 어쩐지 대충 감으로 정확히 맞춰야 한다는 부담이 있었다면.. 켄우드 턴은 마치 디지털화 된 입력값이 들어가면 정교한 로직에 의해 디지털로 출력값이 나오는 느낌이 든다는.. ㅋ 뭔가 세팅을 편하면서도 더 정밀하게 하고 있는 듯한 착각이랄까.. 머 그렇다.. 근데 이 넘을 들여 놓으니 진짜 편한 것은 당연히 이제는 거실에서 LP를 듣다 소파에서 자빠져 잠이 들어도 알아서 오토 리프팅이 되니 카트리지에 대한 부담감이 줄어 들었다는 것이지만.. 다른 하나의 진짜 편리한 점이라면 미리 카트리지를 세팅해 놓은 유니버설 헤드셀을 이용해서 쉽게 카트리지를 갈아 끼울 수 있다는 점이더라.. 그래서리 이 켄우드 턴을 들여 오구서는 헤드셀 두 개를 이용해서 남아있던 카트리지 두 개를 번갈아 사용해 보았는데.. 이거 완전 편리.. ㅋ 하나는 벤츠의 루비였고 다른 하나는 오르토폰의 쥬빌리를 달아 보았다.. 거의 한 달 정도씩 번갈아 들었는데.. 루비가 상대적으로 좀 더 무겁고 가라앉은 소리가 난다면.. 쥬빌리는 두루두루 적당히 이쁜 소리가 나더라.. 근데 그게 그저 가볍지는 않은 상당히 품위 있으면서 자연스런 느낌의 소리여서 한동안 듣다 보니 이 넘이 완전히 맘에 들었고.. 그래서 요즘은 내내 쥬빌리로 듣고 있는 중이다.. 스카우트에 달아 쓰던 엑시아 하고는 또 다른 따스한 느낌의 소리이기도 하고.. 양넘들 평을 보면 이 쥬빌리가 매우 neutral 하다고 하던데.. 난 잘 모르겠고.. 그보다는 natural 한 성향으로 들린다는 것이 나으 생각이다.. 근데 그러고 보니 내가 오르토폰 카트리지를 써 보는 것은 이게 첨인것 같은데.. 쥬빌리로 인해 오르토폰 한테 호감이 생겼고.. 그러다 보니 그동안 눈길도 주지 않았던 SPU에 대해서도 호기심이 생기더라.. 한 번 써 볼까 싶기도 한데 그러려면 여러가지 삽질을 해야 할 것 같아서리 나으 귀차니즘 땜에 언제가 될지는 모르겠다.. 지금으로서는 쥬빌리가 들려주는 달콤하고 이쁜 소리가 무척이나 맘에 든다는.. 그나저나 골방으로 턴이 3개가 모이는 바람에 얼렁 한 개는 처분을 해야겠다.. 뭘 해야 할 지는 목하고민 중.. 이 턴으로 마이어가 연주하는 묵주 소나타를 들었더니 완전 좋던데.. 그런 의미에서 그냥 가기도 섭섭하구 해서리 같은 연주는 아니지만 내가 특히 좋아라 하는 14번 "성모 승천" 을 보스턴 바로크의 연주로 걸어 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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