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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반

C.P.E. 바하.. 키보드 소나타와 소나티나..

by rickas 2024. 3. 30.

영국의 음악학자였던 찰스 버니가 1772년 함부르크를 방문했을 때 그는 이미 칼 필립 에마누엘 바하의 작품들을 알고는 있었지만 그의 연주를 실제로 들을 기회는 없었기에 애써서 C.P.E.바하와의 저녁 약속을 잡았다고 한다.. 당시 그가 남긴 글을 보면.. "바하는 클라비코드 앞에 앉아서 자신이 선택한 가장 어려운 작품 서너곡을 섬세하면서도 깔끔하게 연주하여 청중들의 찬사를 받았고.. 애처로우면서도 느린 악장에서 표현해야 할 긴 음표가 있을 때마다 클라비코드에서 자신만이 만들어 낼 수 있는 슬픔의 소리를 표현해 냈다.. 저녁 식사 후에 나는 그에게 다시 클라비코드를 연주해 달라고 설득했고.. 바하는 밤 11시가 될 때까지 거의 쉬지 않고 연주했는데.. 이 긴 시간 동안 그는 너무나도 활력이 넘치고 뭔가에 홀린 듯이 연주하는 것처럼 느껴진 데다가 영감에 가득 차 있는 사람으로 보였다.. 오늘 그의 공연은 내가 이전에 그의 작품에서 상상했던 바를 확신하게 해 준 셈이었는데.. 바하는 키보드 음악에 있어서 현존하는 가장 위대한 작곡가일 뿐만 아니라 연주의 표현 측면에서도 최고의 연주자이다.." 라고 기록되어 있단다.. 바하의 연주 스타일이 유럽 전역에 퍼지게 된 계기는 그의 출판물 덕이었는데.. 왜냐하면 바하는 베를린에서  프리드리히 대왕의 키보드 연주자로 오랫동안 근무했기 때문에 그의 연주 솜씨가 바깥 세상에는 제한적으로 알려질 수 밖에 없었다고 한다.. 처음에 두 부분으로 출판된.. 그니깐 1753년과 1762년이 되겠는데.. 그의 에세이에는 민감하고 논리적이며 쉽게 이해할 수 있는 건반 양식에 대한 그의 가르침이 열정적으로 담겨 있다.. 그는 겸손했지만 가르침을 통해 연주 수준을 향상시키는 것을 좋아했고.. 후세 사람들은 바하에 대해 졸라 폭풍 칭찬을 했다고 한다.. 하이든은 '내가 에마누엘에게 배운 모든 것' 이라는 기록을 남겼는데 베토벤은 체르니에게 그의 첫 수업에 이 기록의 사본을 가져오라 해서 교재로 사용했다 하고.. 모짜르트는 에마누엘이야말로 아버지이고 후배 작곡가들은 그의 아이들이라는 표현을 쓰기도 했단다..


오늘 올리는 판에는 C.P.E.바하의 "건반 악기를 연주하는 진정한 기교에 대한 에세이" 라는 저서에 담겨 있는 소나티네와 소나타 곡들이 실려 있다.. 연주는 호그우드가 클라비코드로 하고 있는데.. 역시 클라비코드는 쳄발로에 비해 뭔가 소극적이고 어두우면서 둔중한 느낌의 소리가 난다.. 비록 이 클라비코드가 쳄발로와는 달리 섬세한 셈여림의 표현이 가능해서 점점 여리게나 점점 세게를 표현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비브라토까지 표현할 수 있다고는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악기 소리는 항상 답답함을 주는데.. 이 판 역시 예외는 아니다.. 그럼 굳이 그런 악기로 연주하는 음악을 뭐하러 듣냐.. 나 같은 경우는 쳄발로와 같은 화려한 느낌과는 다른 졸라 소박하고 섬세한 느낌이 나는 색다름 때문이 아닐까 싶다.. 그치만 나는 역시 이쁘기는 쳄발로 소리가 더 이쁘다.. -_-ㅋ 바하는 이 판에 실려 있는 작품들.. 6개의 소나티나와 6개의 소나타들을 레슨이라고 언급하고 있는데.. 후반의 곡들로 가면서 장식적인 춤곡의 잔재와 같은 매너리즘이 사라지고 폭넓은 멜로디 윤곽의 움직임과 급격한 악장의 변화로 대체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내가 C.P.E.바하의 음악을 들을 때마다 어렴풋이 느끼게 되는 감정 중의 하나가.. 혼란하다 혼란해.. 인데.. -_-;; 사실 이런 느낌이란 것이 이 양반의 음악이 도대체가 어느 족보에다 갖다 붙여야 하는지 아리까리 해지는데서 오는게 아닐까 싶다는.. 이 판에 실려 있는 소나타들에서도 그런 비슷한 느낌을 받게 되는데.. 뭔가 틀에 딱 맞는 듯하면서 논리적으로 느껴지는 그런 균형잡힌 형식이나 아니면 걍 감정적으로 풍부하게 변화와 발전을 시켜나가면서 가심 한 구석에다 자그마한 감동의 도가니탕을 끓여준다거나 하는게 아닌 뭔가 그 어느 곳에도 속하지 않는 졸라 어정쩡한 곳에 자리해 있는 듯한 느낌이 든다는.. 그치만 이 양반의 선구자적인 측면을 반드시 인정해야 할 수 밖에 없음을 이 판에 실린 6번째 소나타에서도 보여주고 있다는데.. 이 소나타야말로 졸라 혁명적이라고 한다.. 첫 번째 악장은 이 컬렉션에서 양손이 교차하는 방식을 사용하는 유일한 작품이고.. 아다지오에 나오는 훗날 베토벤과 슈베르트를 암시하는 듯한 힌트는 졸라 강력해서리 청취자가 이를 알아차릴 수 밖에 없다고 한다.. 근데 솔직히 말해서 나는 잘 모르겠다는.. 어케 들음 그런 것 같기도 하지만 말이다.. -_-;;


연결시키는 링크는 유튭을 찾아보니 동일한 음원이 안 보이길래 걍 쳄발로로 연주한 소나타들이 올려져 있는 링크를 걸어 놓는다.. 안드레아스 슈타이어의 연주인데.. 역시 클라비코드 보다는 콧구녕이 뻥 뚫리는 듯한 느낌이 든다.. 더불어서 음악도 더 매력적으로 들린다.. 중간에 라 폴리아 주제에 의한 변주곡이 나오는데 이거 진짜 좋다.. 역시 이쁜게 장땡이라는..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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