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가 확실히 길어졌는지 아침에 좀 일찍 일어나서 골방으로 음악을 들으러 오면 이제는 금방 밖이 훤해 오는 느낌이 든다.. 오늘도 아침에 이 방으로 와서 무슨 풍악부터 울려줄까 잠깐 고민하다 이제 계절도 완연한 봄이고 그래서리 판 껍닥 자체가 봄이라는 계절을 확 느끼게 해 줄만한 음반으로 골라서 듣기 시작을 했다.. 보티첼리의 봄 중에서 삼미신이 그려진 부분이 껍닥 간판으로 올라와 있는 판인데.. 제목은 오르간과 클라브생을 위한 르네상스 춤곡이라고 되어 있는 아르모니아 문디의 두 장짜리 판 되겠다.. 한장은 오르간 곡이고 다른 한장은 클라브생 곡이 담겨 있다.. 클라브생 그니깐 쳄발로를 위한 작품들은 대부분 흔하게 접할 수 있는 곡들이라 머 그리 중뿔나게 흥미를 끌만한 요소는 없는데.. 오르간을 위한 작품들이 꽤나 재미가 있다.. 특히 17세기 초에 활동했던 작곡가들의 변주곡들은 오르간이라는 악기가 머 그리 바하의 곡들처럼 후까시를 중후장대하게 마구 잡지 않아도 가벼우면서 이쁜 곡들을 얼마든지 들려줄 수 있는 악기라는 사실을 보여주는 훌륭한 곡들이라 하겠다..
이 판에는 17세기 오르간 음악을 가장 잘 표현한 작곡가들의 작품이 담겨 있다.. 다성음악의 황금시대였던 17세기는 오르간의 황금시대이기도 했다.. 이탈리아와 영국 대가들의 영광스러운 유산을 물려 받아 오르간 예술을 완벽하게 높은 수준으로 발전시키고 더 나아가서는 나중에 바하에 영향을 미치게 되는 위대한 인물 두 명이 이 판의 첫 장에 등장한다.. 한 명은 암스테르담의 오르페우스라고 불리었던 얀 피에테르손 스베일링크이고.. 다른 한 명은 독일 오르간 음악의 아버지로 기억되는 사무엘 샤이트이다.. 스베일링크는 1562년 4월 암스테르담에서 태어난 오르간 연주자이자 작곡가였고.. 바하 이전 오르간 음악의 발전에 중요한 기여를 했던 인물 중의 한 명이었다.. 스베일링크는 그의 아버지가 사망했던 1580년 경부터 아버지의 뒤를 이어 구 교회의 오르간 연주자 직책을 맡아서 세상을 졸할 때까지 거기에 머물렀다.. 그는 프랑스와 네덜란드의 다성 전통 하에서 신성하거나 세속적인 성악곡을 많이 작곡했지만.. 오르간 연주자와 키보드 작곡가로서 만들어낸 작품에는 베네치아 오르간 학파의 영향을 보여주는 토카타, 환상곡, 세속 곡에 대한 변주곡 세트들이 포함되어 있다.. 스베일링크의 키보드 연주는 당시 널리 알려졌고 그의 오르간 제자로는 독일 작곡가 사무엘 샤이트와 하인리히 샤이데만이 있다.. 샤이데만의 제자 요한 아담 라인켄은 이러한 오르간 연주 전통을 덴마크 오르간 연주자 북스테후데에게 전수했다.. 이렇게 다음 세대의 뛰어난 오르간 연주자들.. 특히 북부 독일의 뛰어난 오르간 연주자들은 스베일링크의 제자였고.. 헨델과 바하는 이 북부 독일 오르간 연주 악파의 영향을 받았다.. 그니깐 오르간 음악에 있어서는 바하의 고조 할배 정도 되는 인물이라고 보면 되겠다.. 스베일링크의 제자였던 샤이트는 오르간 작곡의 원칙을 처음으로 정확하게 확립한 공로가 있다고 한다.. 1587년 11월 독일의 할레에서 태어난 샤이트는 스베일링크에게 배우기 위해 2년 동안 암스테르담에서의 유학 생활을 끝내고 고향으로 돌아와서 브란덴부르크 후작 크리스티안 빌헬름의 궁정 오르간 연주자로 임명되었고 이후 평생 할레에서 머물며 음악 활동을 했다.. 샤이트는 국제적으로 중요한 최초의 오르간 작곡가였으며 주로 개신교 종교 개혁의 결과로 발생한 새로운 북독일 양식의 개화를 대표하는 작곡가라 할 수 있겠다.. 이 판에 녹음된 샤이트와 스베일링크의 곡들은 모두 그 당시 관례대로 대중 가요, 외국곡, 춤곡에서 테마를 차용한 곡들이라 하겠다.. 샤이트의 곡으로는 네덜란드의 샹송과 다울랜드의 갤리어드 변주곡이 있고.. 스베일링크의 곡으로는 "나의 젊은 인생은 끝나버렸다" 라는 당시 노래 테마에 의한 6개의 변주곡과 프랑스의 가곡 Est-ce Mars 의 변주곡이 실려 있다.. Est-ce Mars 는 당시 프랑스 곡으로 꽤나 유명했고 17세기와 18세기 초 유럽 여러 지역에서 인기를 얻으면서 수많은 작곡에 사용되었다고 한다.. 가사는 졸라 중 2병 걸린 새끼가 지껄여대는 듯한 "내가 보고 있는 것이 위대한 전투인 신인 마르스인가" 라는 구절이 들어 있는데.. 이는 원래의 시작은 프랑스 궁정의 발레 음악에서 비롯된 것이라는데 그 가사와 무관하게 오만 잡다한 영역으로 퍼져 나갔던 경우라 하겠다.. 또한 이 판에는 다양한 유럽 작곡가들의 작품들도 함께 실려 있는데.. 스페인의 카베존이나 이탈리아의 파스퀴니 및 발렌테의 작품이 북유럽의 작품들과 유사한 형태를 가지고 있음을 발견할 수 있다.. 이들의 연주는 프랑스의 오르가니스트인 프랑시스 샤플레가 맡고 있다.. 다른 한 장의 판에는 엘리자베스 1세와 제임스 1세 시절의 건반 음악들이 라이오넬 로그의 클라브생 연주로 실려 있는데.. 워낙에 뻔한 양반들의 뻔한 작품들이라 더 이상의 자세한 설명은 생략한다.. -_-ㅋ
연결시키는 링크는 3개의 곡을 걸어 놓는다.. 맨 첫 빠따는 샤이트의 다울랜드의 갤리어드 변주곡이고.. 그 담은 스베일링크의 마르스 변주곡.. 끝으로 다른 잉간의 곡도 하나 덤으로.. 파스퀴니의 라 폴리아 파르티타 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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