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제 계절은 바야흐로 봄이 다가오고 있는 것 같은데.. 지난 주 초에 걸린 감기가 아직도 완전히 사라지지 않고 있는 중이다.. 이번 주에 미쿡에 출장 땜에 나가 있을 때만 해도 대충 다 나은 것 같았는데 설에 떨어진 담부터 다시 코가 막히면서 상태가 안 좋아지는게 영 메롱이다.. 머 그래도 봄은 봄인지라.. 아침에 일찍 일어난 김에 봄에 어울릴 만한 음악이 뭐 없을까 하다 생각나서 들었던 판이 있기에 여기다 올려 놓는다.. 모짜르트의 바이올린 소나타 26번 K.378 되겠다.. 오늘 들었던 판은 올레그 카간과 리히터의 협연으로 1982년 12월 푸쉬킨 파인 아트 뮤지엄에서의 공연 실황 녹음이다.. 뒷면에는 27번 소나타가 커플링 되어 있다.. 이 판이 생각해 보니 디게 간만에 꺼내 본 판이더라.. 아마도 십여년도 더 전이 아니었나 싶은데.. 당시 무슨 바람이 불었는지 카간의 연주가 잠깐 CD로 발매되면서 인기를 끌었던 적이 있었고.. 물론 그래봐야 마이너 취향을 가진 얼라들이 일으켰던 반짝 인기가 아니었을까 싶다만.. 사실 머 그런거 있잖냐.. 나는 니덜이 잘 모르는 이런 연주자의 연주도 듣는다규.. 내가 이런 미식 취향을 갖구 있다고.. 무식한 니덜은 몰랐지.. 머 그런 유치 뽕따구의 심리로 잘 알려져 있지 않은 연주자의 음반을 개폼 잡으면서 올려 놓고 쵝오의 명반이라고 자랑질을 쳐해대는.. 나는 적어도 그런 분위기에는 편승 안 한다고.. 그런 꼴값은 안 떤다고 생각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졸라 얄팍한 귓구녕으로 인해서 생기는 호기심을 어찌할 수는 없는 법이더라.. ㅋ 그래서리 당시에 내 청개구리 심뽀로 편하게 CD 사서 들음 됐을걸 굳이 LP를 구하겠다고 해서 샀던 판이 이 판이다.. 근데 다행이었던건 당시 자주 거래하던 미쿡 사이트에서 금방 이 판을 구할 수 있었다는 것.. 그런거 보면 이 녹음이 실려 있는 LP가 그리 휘귀한 판은 아니었던 듯 싶기도 하다.. 걍 울나라에서만 이 양반이 잘 알려져 있지 않았기 때문에 괜히 구하기 어렵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했던 것 같다는.. 근데 사실 편하게 생각하자면 굳이 이 연주가 아니더라도 졸라 흔하게 널려 있어서리 쉽게 구할 수 있는 좋은 연주가 쌔발렸는데 그런 음반 구해서 들음 충분한거 아닌가 싶다.. 라이센스로도 나왔던 그야말로 이 곡의 바이블 같이 여겨지는 하스킬과 그뤼미오의 연주하며.. 예전에 염가 전집으로 나왔길래 이게 웬 개꿀이냐 하면서 샀던 레이첼 포저의 소나타 전집 역시 못지 않게 훌륭한 음반이라는 생각이다.. 근데 사실 이 판 처음 듣고서는 리히터의 피아노에 감탄했다는.. 이 양반이 소 잡을 때 쓰는 칼하구 닭 잡을 때 쓰는 칼하구 완전 칼같이 구별해서 쓰는구나 하는.. -_-ㅋ 하긴 이 양반 이름도 제대로는 리히테르라고 하나 보던데 난 옛날부터 떠들던 대로 걍 리히터로 쓸란다.. 바흐도 바하라고 하는게 편한 마당에 내가 무슨 얼어죽을 오렌지가 아니라 어륀지 발음을 하겠다고.. 염병..
각설하고.. 곡으로 돌아와서 얘기해 보자면.. 모짜르트의 수많은 실내악 앙상블 중에서 바이올린과 피아노를 위한 소나타는 특별한 위치를 차지한다고 한다.. 모짜르트는 6세였던 1762년에 다른 어떤 소나타나 교향곡 사이클보다 일찌감치 이 장르의 작곡을 시작했고.. 이 분야에서 지속적인 작업을 계속해서리 마지막 바이올린 소나타를 그의 최만년에 해당하는 1788년에 작곡하였다.. 모짜르트의 기악곡 중 바이올린 소나타는 그 갯수에 있어서 교향곡 다음으로 2위를 차지할 만큼 비중이 큰데 당연히 이 장르는 작곡가의 작업에서 엄청난 진화를 이룩하게 되는 장르라 하겠다.. 그니깐 어렸을 적의 겸손하고 소박하며 작고 단순한 형태의 초기 소나타부터 놀랍도록 풍부한 이미지와 내용의 깊이를 갖춘 성숙한 창의성이 넘치는 시대의 소나타에 이르기까지 엄청난 변화를 겪여왔다는 점이다.. 이 장르에서 모짜르트의 가장 중요한 업적 중의 하나는 바로 앙상블의 두 악기가 완전히 평등하도록 곡을 구성하고 있다는 점이라 하겠다.. 물론 초기 소나타에서는 당시의 전통에 따라 피아노에 주도적인 역할을 부여하고 바이올린의 기능을 단순한 반주로 축소하여 보조 성부만 맡기기도 했지만.. 성숙한 소나타에서는 두 악기가 모두 동일한 위치를 갖는 앙상블을 이루게 했다.. 이래저래 뒤적이다 보니 모짜르트의 바이올린 소나타에 대한 안네 소피 무터의 재미있는 인터뷰가 있더라.. TV에서 무터의 모짜르트 소나타 연주 실황을 심심찮게 틀어주던데 아마도 그 당시 인터뷰가 아닐까 싶다.. 무터는 초기를 제외하고 모짜르트의 바이올린 소나타에서 중요한 시기였던 만하임 시대와 비엔나 두 시기의 곡을 다루고 있는데 바이올리니스트가 이 소나타들보다는 협주곡을 선호하는 경향이 있다는 질문에 대해 그건 흔히들 생각할 수 있는 바이올리니스트의 허영심 때문이라기 보다는 대중적으로 잘 알려지지 않은 실내악에 대한 관심 부족이 원인일 것이라 얘기하고 있다.. 그러면서 모짜르트의 소나타 프로그램을 구성하면서 첫 빠따의 곡으로 26번 소나타와 같은 곡을 배치하는 것은 자살 행위라는 얘기를 한다.. ㅋ 이는 이 곡이 지닌 내성적이고 은밀한 경향의 주제 같은 것들이 프로그램을 시작하기 위해 선택하는데는 완전 꽝이라는 것이고.. 그래서리 팡파르나 이와 유사한 주제로 시작하는 매우 직설적이고 외향적인 작품으로 첫 빠따를 끊는 것이 안전하지만.. 프로그램 중간에는 좀 더 내성적인 작품을 배치하여 작곡가가 이룩해간 지속적인 발전을 청중들이 알아차릴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얘기를 하고 있다.. 이 언니 은근히 훈장질끼가 있네.. -_-ㅋ 무터는 모짜르트의 소나타에 대해 어느 것도 쉬운 곡이 없다며.. 놀라울 정도로 아름다운 애가의 선율이 끝나는 그 순간 갑자기 앞으로 삼중 공중제비를 돌라고 뜬금포 요구를 하는 버릇이 있다고 언급하고 있다.. 모짜르트는 이 곡을 포함하여 6개의 소나타 세트를 그의 제자였던 피아니스트 조세파 바바라 폰 아우에른함머에게 헌정하고 있는데 이는 1781년 비엔나에서 작품 번호 2번으로 출판되었다.. 평론가 중 한 명은 이들에 대해 매우 독특하면서 악기의 본질에 충실한 곡으로서 바이올린 반주가 클라비어 부분과 매우 능숙하게 연결되어 있기 때문에 피아니스트 못지 않게 뛰어난 바이올리니스트가 필요하다고 언급하고 있다..
작품은 밝으면서도 진지한 성격을 지니고 있는데.. 첫 번째 악장의 경쾌하고 따스한 분위기 뒤에 나타나는 불안감이라든가.. 두 번째 악장에서 주제를 심오하게 주고 받아 전개해 가는 피아노와 바이올린의 대화.. 여기서도 여전히 피아노가 좀 더 주를 이루는 악기러는 느낌이 안 드는 것은 아니지만.. 두 악기 간의 주고 받는 이야기는 마치 오페라의 아리아를 듣는 느낌을 불러 일으킨다.. 그리고 마지막 악장의 생동감 넘치는 론도의 중간에 언뜻언뜻 나타나는 우울한 한숨은 모짜르트에서 느낄 수 있는 전형적 아름다움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는 그런 곡이 아닐까 싶다.. 연결시키는 링크는 지기스발트 쿠이켄의 바이올린과 루크 데보스의 포르테 피아노 연주.. 소위 원전 연주인데.. 이런저런 조미료를 안 친 것 같은 졸라 신선하면서 담백한 느낌이 드는 연주라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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