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초부터 주말에 잠깐씩 시간을 내서 판을 정리하고 있는 중이다.. 예전에 이 집으로 이사올 당시 거실 한 켠에 잘 보이지 않는 곳으로다 LP장을 짜서 넣고는 내 나름대로의 순서를 가지고 정리를 쭉 했었는데.. 그 이후에 구매했던 판들이 생기면서 걍 빈 공간에다 낑가 넣기도 하고.. 골방에 있는 책장에다가 판을 넣어 놓기도 했더니 나중에 정리가 안 된 영역은 완전히 개판이 되었더라.. 그래서리 이제는 골방에서 음악을 듣는 시간이 꽤나 늘어나기도 했고 그때마다 기억력에 의존해서 판들을 뒤적거리기에는 내 총기도 상당히 떨어진 듯하고 해서.. -_-;; 내 기준으로다 다시 판을 정리하기로 한 것이다.. 근데 첨부터 다 둘러 엎어서 한꺼번에 정리를 하자니 엄두가 나질 않아서 걍 거실은 거실대로 골방은 골방대로 따로 정리하기로 했다는.. 그래서 판들을 꺼내고 분류하고 하는 작업을 짬짬이 하는 중인데.. 그러다 보니 간혹가다 이게 뭔 판인지 첨 보는 것 같은 판이 기어 나오는 경우가 생겨서리 나름 소소한 즐거움도 느끼고 있는 중이다.. 걔중에는 대충 어렴풋이 구매했던 기억이 어딘가에 남아 있는 듯한 넘이 있는가 하면 도대체가 이넘으 판을 무신 생각으로 샀을까 기억이 전혀 안 나는 판들도 좀 있어서리 나름의 재미가 있는 작업이 되고 있다..
오늘 올리는 판 역시 기억은 잘 안 나는.. 그니깐 이번에 판을 정리하면서 거의 첨 보는 것 같은 판 중의 하나 되겠다.. 스탠리 블랙이 런던 페스티벌 오케스트라와 합창단을 이끌고 녹음한 러시아 음악이 실려 있는 판이다.. 판 제목 자체가 "러시아" 되겠다.. 런던 레이블의 페이즈4 스테레오 판인데.. 이거 아무 생각 없이 걍 첨 보는 판이라 대충 곡명만 훑어 보고 턴에다 올렸다가 음악을 듣고는 완전 깜놀하고 말았다는.. 소리가 넘 짱짱하더라.. 좌우로 펼쳐지는 스케일감이 압권이고.. 앞으로 밀려오는 생생한 소리의 압박감이 마치 커다란 파도가 덮쳐오는 듯한 느낌이랄까.. 암튼 그랬는데.. 이게 우끼는게 가만히 좀 진정을 하고 계속 듣고 있자니 이건 소리가 마치 조미료와 향신료를 쳐발쳐발 해서 먹는 패스트 푸드 같은 그런 자극적이면서 얄팍한 소리라는 생각이 들더라는.. 그니깐 처음 먹을 때는 사람을 완전 혹하게 만드는 자극적인 맛이 있는데 계속 먹다 보면 이게 제대로 된 맛이 아니라 쉽게 물려 버리고 마는 그런 느낌의 소리가 이 녹음인 것 같다.. 그래서리 이 페이즈4 스테레오라는 것을 좀 찾아보니 이게 상당히 역사가 깊은 녹음 방식이더라.. 1940년대 말 데카의 ffrr 시리즈가 고음질 음악 녹음 분야에서 명성을 날렸고.. 이는 이어서 ffss 라는 스테레오 사운드로 발전해서 그 명성을 이어가게 되는데.. 이 당시의 녹음은 오케스트라 그룹 위 1.5m 높이에 매달린 3개의 무지향성 마이크를 통해 이루어졌다고 한다.. 근데 문제는 이 스테레오 녹음이 전문적인 음악 애호가들한테는 콘서트 홀에서 듣는 것과 유사한 방식으로 사운드가 재생된다 하여 열광적인 환영을 받았지만 일반 대중 수준에서는 좋은 반응을 얻지 못했는데 이는 당시만 해도 이러한 사운드를 재생하기 위한 재생장치의 높은 비용 때문이었다고 한다.. 그래서 1960년대 초반부터는 좀 더 비전문적인 고객들에게 뭔가 쌔끈한 효과를 들려줄 수 있는 시스템을 도입하려고 각 음반사들 사이에 치열한 경쟁이 벌어졌고.. 그러다 보니 사실적인 사운드 재생보다는 인위적으로 달성할 수 있는 효과와 곡예와 같은 사운드로 청취자를 현혹시키는데 중점을 두었다는 것이다.. 그 결과로 데카 레이블에서 나온 것이 페이즈4 스테레오라는 기술이고.. 이는 과거의 10 채널 대비 두 배로 늘어난 20 채널의 콘솔 믹서를 사용하여 4 트랙으로 녹음하고 이를 다시 두 채널로 마스터라이즈 하는 방법을 사용하고 있는데 아마도 이 과정에서 졸라 극적인 효과를 위해 조미료를 듬뿍 뿌리는 그니깐 상당히 과장된 사운드 조작 기법을 사용할 수 있었던 듯하다.. 초기에는 이지 리스닝 계열의 음악에 적용을 하다 이 시리즈가 어느 정도 성공을 거두자 1964년부터는 일반 대중에게 잘 알려진 클래식 음악 작품 시리즈에도 이 기술을 도입한 시리즈 발매를 시작하였고.. 이 당시 첫 빠따로 나선 주자가 바로 스탠리 블랙이었다고 한다.. 근데 이 녹음들은 그 사운드의 부자연스러움과 작품에 대한 피상적인 접근 방식으로 인해 평론가들로부터는 그다지 호평을 받지 못했다고 한다.. 그치만 항상 위대한 고전의 대중화에 앞장섰던 스토코프스키 같은 양반은 이 시리즈의 녹음 방식을 적극적으로 수용했고 이어서 도라티나 라인스도르프 등도 그 뒤를 따른 대표적인 지휘자들이었다.. 데카는 이 시리즈를 클래식과 대중 음악 분야에서 계속 발매를 해 오다 1979년에 단계적으로 폐지를 하면서 페이즈4 스테레오는 쫑을 치게 되었다는 얘기다.. 어쨌건 첨 들으면 꽤나 혹 할만한 소리이기는 하다..
정작 음악 얘기는 하나도 못 했는데.. 머 사실 할 얘기도 읍다.. ㅋ 전형적인 러시아의 민요나 러시아 작곡가들의 작품들을 짜깁기 해 놓은 판인데.. 듣고 있자니 그 동네 두 노답 새끼들로 인해 받는 여러가지 스트레스로 인해 짜증이 확 올라온다는.. -_-;; 연결시키는 링크는 유튭을 찾아보니 마침 이 판에서 따온 곡들이 좀 있길래 걸어 놓는다.. Two Guitars, At the Balalaika, Dark Eyes 되겠다.. 하여간에 그게 집시들의 음악이건 농민들의 음악이건 러시아 특유의 마초적인 청승끼는 어찌할 수 없는 매력이 있는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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