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래는 작년 연말에 이사할 집을 알아보고 올 봄에는 집을 옮길 생각이었다.. 이 집에서 꽤 오래 살기도 했고 여기보다는 좀 넓은데로 옮겨서 내가 짱박혀서 음악도 듣고 책도 읽고 할 만한 좀 넓은 방도 하나 만들 겸 해서 그럴려구 했는데.. 집사람 얘기가 애녀석 이제 대학원에서 석사 2년 마치구 나면 유학을 나갈지도 모르는데 글케 되면 지금보다 훨씬 큰 집에서 두 식구 생활하는게 그리 내키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좀 고민을 하던 차에 집사람이 이래저래 교통 정리를 해서 방을 하나 아예 나보구 알아서 쓰라구 하는 바람에 예전에 거의 겜방 수준으로 쓰면서 한쪽 구석에다 서브로 쓰던 오디오 기기를 낑가 놓았던 골방을 졸지에 불하받게 되었다.. 애녀석은 컴 두 대를 가지고 지 방으로 철수.. 하긴 이제 대학원 생활을 하다 보면 집구석에 얼마나 붙어 있을 수 있겠냐.. 행복 끝 고생 시작이지.. ㅋ 암튼 그래서 당분간 이사 이슈는 수면 아래로 가라앉아 버렸다..
어쨌거나 여전히 내가 메인으로 사용하는 기기들을 깔아 놓구 제대로 음악을 듣는 장소는 거실인데 일케 방을 불하받구 이것저것 정리를 하구 나서는 적어도 주말에는 주로 이 방에서 머물게 되는 습관이 생겼다.. 책상하구 책꽂이 위치를 좀 바꾸고 기기들 위치를 좀 조정했더니 그리 넓은 공간은 아니지만서도 음악을 듣기에는 그럭저럭 각이 나온다.. 스피커 뒤에 있던 짐들과 책꽂이 같은 것들을 싹 치우고 정리했더니 어째 소리가 좀 날라 다니는 느낌이 들길래 알리에서 흡음재라구 파는 싸구려 우레탄 폼으로 된 음향 블록을 사서 쳐발쳐발 했더니만 소리가 좀 가라앉으면서 안정이 된 듯도 하다.. 솔직히 이 정도 퀄리티의 제품이 성능이랄게 머가 있겠냐.. 그냥 싼 맛에 사서 걍 시각적인 플라시보 효과를 얻음 된거지.. 머 전기줄 하나만 바꿔 연결해도 천상의 소리로 둔갑하구 무슨 받침대를 받쳤더니 지저분하던 저역이 존나 깨끗해진다는데 이 정도 효과야 약과가 아닐까 싶다.. -_-;; 사실 소리와는 아무 상관이 없는.. 그치만 분위기를 좌지우지 할 수 있는 것으로 내가 이 방에서 제일 신경을 썼던 부분은 조명이었는데.. 천정에 매달린 방의 등이야 당연히 내가 형광등 색을 졸라 싫어하는 고로 전구색 등으로 쓰고는 있었지만 음악 들을 때 이 등을 켜 놓구 환한 상태로 들을 거는 아니기에 적당히 이쁘면서 자리를 차지하지 않는 그리고 전구색 빛을 비춰 주는 스탠드를 구해서 사용할 생각이었다.. 근데 이것도 역시 찾다보니 알리에서 발견을 했구 지금의 위치에 자리를 잡았는데 이 넘이 꽤 귀엽다.. 거기다 방에 불을 끄구 이 스탠드만 켜 놓으면 예전의 백열전구 스탠드에서 나오는 불빛의 느낌이 들어서 넘넘 좋다.. 마치 옛날 내가 어릴 적 놀러 가곤 했던 삼촌 방에서 느껴지던 분위기인 듯해서 이 스탠드 불을 켜 놓은 첫 날에는 삼촌 생각에 송어를 틀어 놓구 들었다는.. ㅋ
근데 진짜 소리라는 것이 각각의 기기들이 주고 받는 전기적 신호는 처음이나 지금이나 마찬가지일텐데.. 그래서 과학적으로는 졸라 이해가 안 가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덜끼리 안정을 찾아가는 것인지.. 아니면 내 귓구녕이 이 소리에 알게 모르게 익숙해져 가는 것인지.. 아무래도 후자가 내 생각에는 훨씬 논리적으로 맞을 것 같긴 하다만.. 암튼 소리가 처음 이 방에다 이 기기들을 연결해 놓구 듣던 때 보다도 요즘이 훨씬 좋은 소리가 나는 듯하다.. 머 좋다고 느껴지면 그걸로 된거지.. 거실에서 듣는 메인 시스템의 소리하고 비교해 보아도 공간적인 비좁음 때문에 생기는 답답함이야 있지만 그래도 소리 자체는 더 부드럽고 매끈하면서 음이 습기를 머금은 듯 좀 촉촉한 느낌이 든다고 해야 하나.. 꼴을대로 꼴은 브라운 턴에 매달아 놓은 헬리콘과 클라인 프리의 조합이 이 정도일 줄은 몰랐다는.. 머 문제일 것 까지야 없지만 내 경우는 일케 소리가 맘에 들게 되면 더 무언가를 새로이 해보겠다는 진취적 생각은 거의 들지 않아서리 그냥 이대로 주구장창 이 기기들을 사용하게 된다.. 그런거 보면 난 본격적인 오디오쟁이 하기는 천성적으로 틀려먹은 듯.. 그치만 여기서 함정은 거의 들지 않는다는 것이지 전혀 들지 않는다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 ㅋ 그니깐 언제 또 발동이 걸릴지는 모르는 일이긴 한데.. 사실 이제는 크게 관심이 가는 것두 없다는.. 포노 앰프나 메인으로 쓰던 넘을 대체할 만한 똘똘한 넘이 나오면 모를까.. 아마도 그리 되면 턴도 덩달아서 바꾸게 되지 않을까 싶은데 그건 메인으로 쓰는 기기들 얘기고 얘네덜은 걍 계속해서 사용할 듯하다.. 과연 그럴까.. -_-;;
어제 저녁 때 들은 판 중에 또 다른 서곡들이 실려 있는 판이 있었는데.. 네 곡이 들어 있는데 이게 좀 얄궂다.. 바비롤리 경이 지휘하는 할레 오케스트라의 파이 반인데 이거 기획한 잉간이 좀 악취미인지 아님 지 나름의 유머 감각인데 한개두 안 우끼는 그런 스킬의 소유자인지 모르겠지만.. 앞면에는 바그너의 명가수 전주곡과 멘델스존의 핑갈의 동굴 서곡이 실려 있고 뒷면에는 바그너의 탄호이저 서곡과 베르디의 운명의 힘 서곡이 실려 있더라.. 아니 앞 뒷면으로 같이 있는 이 양반들은 서로가 인간적으로나 음악적으로나 넘나두 양극단에 서 있는 양반들인데 머 굳이 이렇게 사이좋게 커플링을 해 놓을 필요가 있었을까 싶다는.. -_-;; 사실 이 판을 여기다 포스팅 할지는 모르겠지만 암튼간에 이 판에서 제일 인상 깊은 연주는 운명의 힘 서곡이었다.. 끈적거리지 않는 담백하면서도 스케일이 큰 박진감 쩌는 연주를 들려 주는데 그 김에 이 곡을 하나 링크로 걸어 놓는다.. 2006년 마린스키 극장의 신년 음악회 실황이라는데 이번 러시아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맛탱이가 가게 된 게르기예프의 지휘이다.. 예의 그 이쑤시개 신공을 보여주는데 볼수록 우끼지만 연주는 졸라 머찌다.. ㅋ 글구 보니 운명의 힘을 초연한 곳이 상트페테르부르크일텐데.. 코로나도 끝나구 그넘의 러우전쟁만 아니었음 올 여름 휴가는 상트페테르부르크로 갈 생각이었는데 망할 또라이 새끼들 두 마리 때문에 다 텄다.. ㅅㅂ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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