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베르트의 음악을 듣다 보면 기억의 심연에 퐁당 빠져서 평상 시에는 전혀 의식하지 못하고 있던 추억을 끄집어 올리는 듯한 느낌을 받는 경우가 많다.. 좋은 기억두 있구.. 나쁜 기억두 있구.. 그치만 많은 경우 명치 끝이 아려오는 듯한.. 그래서 의식적으로 별루 다시 꺼내서 씹고 싶지 않은 그런 기억을 떠오르게 하는 것 같다.. 그래도 역시 세월은 명약이라 그런 기억에 의한 느낌은 슈베르트를 듣는 그 때 뿐이고.. 듣고 나면 땡.. -_-ㅋ 잉간에게 망각이라는 것이 없으면 어케 살았겠냐 싶다.. 그니깐 나에게 있어서 슈베르트의 음악은 심심치 않게 시간 여행을 시켜주는 매개체 역할을 해주는 셈이다.. 오늘은 판을 이리저리 뒤적이다 갑자기 슈베르트가 듣고 싶어져서 한 장을 꺼냈는데.. 이 넘의 음악도 한때는 졸라 좋아했었는데.. 머 이런저런 일이 있던 후로는 그리 자주 듣지 않게 된 곡이 담긴 판을 꺼내 들었다.. 나중에 이 음악이 국산 영화에도 쓰였나 보던데.. 괜히 기분만 상할 것 같아서 일부러 그넘의 영화를 보지도 않았던 기억두 이 음악을 듣고 있자니 떠오른다.. 슈베르트의 피아노 3중주 2번이다..
슈베르트는 그가 세상을 떠나던 해인 1828년이 시작될 무렵이 되어서야 그를 둘러싸고 있던 고통스러운 환경이 더 나은 모습으로 변화될 수 있는 단초를 잡게 된다.. 그 해 2월 두 명의 출판업자.. 한 넘은 마인츠의 쇼트라는 넘이었고.. 또 다른 한 넘은 라이프치히의 프로브스트라는 넘이었는데.. 이들이 슈베르트에게 새로운 작품에 대해 문의를 해 왔고.. 다른 쪽에서는 3월 26일에 그가 오랫동안 간직해 온 소망이 실현되기도 했다.. 이는 바로 슈베르트 자신의 작품만으로 대중들에게 연주하는 콘서트를 갖는 것이었는데.. 이 날 그의 두 번째 피아노 3중주의 초연을 포함하여 그의 작품만의 대중 연주회가 비엔나에서 개최되었고.. 슈베르트에게 있어서 이 날만은 예술적으로나 금전적으로나 대단한 성공을 거둔 날로 기록될만 했다.. 그야말로 자기 주변의 인물들에게서나 인정을 받고 이래저래 지지궁상이었던 그에게 있어서 세상에 그가 진정으로 모습을 드러낸 기념비적인 날이 아닐수 음따..
그러나 이러한 잠깐 동안의 낙관적이고 행복한 분위기는 이 작품의 출판을 위한 출판업자와의 복잡하고 지루한 협상으로 인해 산산히 부서지고 마는데.. 슈베르트에게는 이 작품의 출판이 무쟈게 중요했고 그래서리 결국은 그가 애시당초 요구했던 금액보다 훨씬 적은 액수로 프로브스트에게 넘기고 만다.. 이 당시의 음악가들은 일반적으로 그들의 중요한 작품을 음악을 좋아하는 그리고 영향력 있는 잉간들에게 기꺼이 헌정을 하곤 했는데.. 슈베르트 역시 프로브스트에게서 이러한 제안을 받게 된다.. 근데 이에 대한 슈베르트의 대답.. 이 작품은 그 진가를 알아보는 사람이 아니면 누구에게도 헌정하지 않을거임.. 바로 이것이 가장 영양가있는 헌정임.. 이라고 대답을 했다고 한다.. 슈베르트는 이 작품의 출판을 간절히 원했었기 때문에 비록 헐값에 넘어가기는 했지만 어찌 되었건 오스트리아가 아닌 외국에서 출판된 그의 첫 작품이 되었다..그러나 이는 그가 세상을 떠나기 직전에 이루어진 일이라 아마도 슈베르트가 생전에는 알지 못했을 것으로 보인단다.. 하여간에 이 양반은 사연 하나하나가 전부 지지궁상의 영화와 같은 느낌이 든다.. 졸라 불쌍한 슈베르트.. ㅜㅡ
슈베르트가 단지 가곡이나 피아노 작품만의 작곡가가 아닌 실내 기악곡의 작곡가로서도 인정을 받아야 한다면 그 첫머리에 세워질 곡이 바로 그의 피아노 3중주 2번.. 이 작품이 되겠다.. 이를 잽싸게 알아차린 양반이 슈만이었는데.. 슈만은 이 작품에 대해 당시의 음악 활동들 위로 천체의 운석처럼 지나가 버리고 말았다고 한탄을 했다.. 슈만은 이 작품이 활달하고 남성적이면서 극적이라고 표현했는데.. 첫 악장은 깊은 분노와 분출하는 동경으로 가득 차 있고 아다지오 악장은 점점 괴로움이 쌓여가는 비통함이라고 썼다.. 머 슈만 슨상님의 말에 내가 괜히 토를 달기도 그렇고.. 이 작품이 워낙에 장면마다 극적인 느낌이 드는 곳이 산재해 있는데.. 특히나 그런 느낌이 드는 부분은 4악장에서 빠르고 화려하게 진행되다 갑자기 2악장의 주제가 회상되는 부분이다.. 걍 듣고 있자면 가심이 아려오는 곡이다.. 그래서 슈베르트 슨상님의.. 이 곡이 널리 알려지고 퍼지기를 바라는 의도에는 부합되지 않거니와 미안한 일이기도 하지만 말이다.. 이런 곡은 자주 들어주면 피곤해서 안 된다.. -_-ㅋ
올리는 판은 예전에 지구 레코드에서 CBS와 RCA 라이센스가 끝나고 나서 군소 업체들의 라이센스를 찍어내기 시작하던 거의 LP 말년 시절의 음반이다.. 물론 이 곡을 징글맞게 듣게 했던 판은 보자르 3중주단의 연주였지만 오늘은 간만에 이 판을 꺼내서 들었기에 올려 본다.. 들어 보면 악기의 위치는 칼같이 잘 잡혀 있는 녹음인 것 같기는 한데.. 소리가 좀 성마른 느낌이 난다.. 조금만 더 부들부들했으면 좋았을 걸.. 당시로서는 젊었던 나름 한가닥 한다는 양반들인 시트코베츠키, 오피츠, 게링가스가 연주를 맡아 상당히 집중력이 높아 보이는 연주를 들려 주는데.. 소리가 좀 아쉽긴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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