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딩 시절 음악 시간이 생각난다.. 아마도 5학년 아니면 6학년때 아니었나 싶은데.. 당시는 음악실이래야 풍금이나 피아노 정도 있고 거기서 노래나 부르고 그러던 시절이었고 머 별시리 음악을 재생해서 들려 준다거나 하는데 신경을 쓰지는 않았었다.. 음악책에 보면 고리타분한 음악가와 작품 해설 등등 그런 것들이 실려 있었는데.. 그 중에 아마도 이 곡을 들어봅시다.. 해서 들으라고 표시해 놓았던 곡들이 있었던 것 같다.. 담임 선생이 그나마 조금이라도 성의가 있으면 거기 나오는 음악을 구해다가 코찔찔이 초딩 색퀴덜한테 틀어주곤 했었는데.. 당시에 졸라 지겹게 틀어 주었던 곡 중에 브람스의 헝가리 무곡 5번이 있었다.. 카르멘 모음곡 중의 몇 곡도 있었던 것 같고.. 생상스의 백조.. 모짜르트의 터어키 행진곡.. 머 기타 등등.. 요즘이야 그런 곡들을 들어 보라고 하면 걍 인터넷에서 다운 받아서 시험 대비용으로 수시로 듣다가 내쳐 버렸을텐데.. 당시에는 걍 음악 시간에 테이프에 녹음되어 있는 것을 졸라 후즐근한 카셋트 라디오에다 넣어서 반복해서 틀어 주었고.. 우린 그걸 사뭇 집중해서 듣기도 하고 그랬던 것.. 그래서리 헝가리 무곡 중 5번 곡은 어렸을 적부터 내 귀에 들어와 박혀 버렸고.. 꽤나 맘에 들었던지 그 이후 내가 판을 사서 듣게 되면서는 이넘저넘 사서 듣게 되었다.. 대개는 관현악 곡으로 편곡된 발췌반들이었는데.. 첨으로 전곡이 실려 있는 판을 사게 되었던 것은 부다페스트 페스티벌 오케스트라의 연주로 서울음반에서 찍어 냈던 라이센스 판으로 기억된다..
나중에 알고 보니 이 음악이 원래 브람스가 피아노 연탄용으로 작곡한 것이었고.. 그래서리 피아노로 연주한 판을 구하다 보니 마땅히 눈에 띄는게 없다가 우연히 구했던 판이 지금 올리는 라베크 자매가 연주한 판이다..
브람스는 그가 헝가리 민속 음악이라고 믿는 것으로부터 헝가리 무곡의 멜로디와 리듬을 그려내는데 있어서 진짜 마자르의 대중 음악을 완전하게 인계받은 집시의 전통을 구현했다고 한다.. 이러한 전통은 후에 음악사가이기도 했던 바르토크나 코다이에 의해서도 복원이 이루어진다.. 따라서 브람스의 무곡은 집시 음악의 특징인 트레몰로.. 싱코페이션.. 치환된 악센트와 같은 특징들로 가득 차 있다.. 첫 두권은 1869년 발간되었는데 여기서 브람스는 이미 존재하고 있어서 사용되고 있던 주제들을 이용했다고 한다.. 즉.. 1, 2, 8, 9번은 차르다슈.. 3, 10번은 혼례 무곡 등등 헝가리의 전통적인 양식들에서 나온 것들이었다.. 그리고 나중의 두 권은 1880년 발간되었는데 이 때는 상당한 방향의 전환이 있었다.. 머냐면.. 브람스는 그때까지의 오리지널 소재들을 제껴 놓고 집시 스탈이 스며있는 상상력에 자유를 부여하면서 그 자신만의 독특하면서도 저속함이 없는.. 그러면서도 대중성이 확보된 리리시즘으로 가득찬 음악을 만들어냈다는 것.. 그런 의미에서는 드보르작의 슬라브 무곡과 상당한 유사성을 갖는다고 하겠다..
피아노 음악은 깜깜하게 불을 꺼 놓고 들어야 제 맛.. 이 곡 역시 불을 꺼 놓고 듣고 있노라면 관현악 판에서는 느낄 수 없는 미세한 감정의 떨림.. 아련한 향수.. 그런 것들이 곳곳에서 반짝거리고 있음을 알 수 있다.. 특히나 각 무곡들마다 가지는 유니크하고 흉내낼 수 없는 톤 칼라의 미묘한 변화를 표현하는데 있어서는 역시 이 피아노 판이 발군이 아닌가 싶다..
근데 라베크 자매의 이 판은 1981년 판이니 두 양반이 꽤나 젊었을 적 연주인 것 같은데.. 나름 신경 써서 자켓 사진을 찍으려고 했던 것 같지만 어째 좀 시망인 듯.. 무신 호러 영화 포스터도 아니고.. -_-ㅋ
녹음은 연주가 그래서 그런지 똘망똘망하고 아주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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