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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반

바그너.. 관현악곡집..

by rickas 2011. 5. 14.

 

 

예전에 대딩 시절.. 동숭동에는 꽤 쓸만한 까페들이 좀 있었다.. 물론 쓸만하다는 것이 순전히 내 꼴리는 대로의 기준이지만.. 딴게 아니고 클래식 음악을 틀어주던 까페들 얘기다.. 물론 학교 근처에도 그런 곳들이 심심찮게 있어서 다니곤 했지만 그래도 당시에는 동숭동에 나오면 뭔가 좀 맘이 좀 션해진다고 해야 하나.. 암튼 인간들 복작대는 학교 앞에 비히면 탁 트이는 그런 맛이 있었던 듯.. 당시만 해도 그 거리는 그렇게 인간들이 드글대지도 않았거니와.. 특히나 평일 오후 같을 때 나가면 꽤나 한산한 느낌이 들어 좋았다.. 그 당시에 비하면 요즘은 어디서 기어 나온 인간 종자들인지.. 사람들이 좀 모이는 곳이라면 어김없이 X통에 파리 꼬이는 것처럼 오글대니.. 이게 대체 인간들이 서울로 서울로 더 올라와서 그런 것인지.. 아님 예전에 비해 나와서 노는 인간들이 더 많아져서 그런 것인지.. 알 수가 없다.. 뭐.. 어찌 되었건 내 알 바 아니고.. 다만 당시의 그런 호젓한 여유를 누릴 수 있는 거리나 공간들이 이제는 내가 굴러 다녔던 곳에 가면 도저히 찾기가 힘들다는 것이 졸라 아쉬울 뿐이다.. 그나마 이제는 정말 천연기념물처럼 남아 있는 곳이.. 물론 동숭동은 아니지만 안국동 모퉁이에 있는 브람스라는 까페다.. 당시에 잘 다니던 곳들은 학교 앞은 물론이고.. 동숭동에도 이제는 남아 있는 흔적을 찾기가 어려운데.. 그 와중에 버티구 남아 있는 곳이 바로 브람스다.. 뭐 거기 얘기를 하자는 것은 아니구..

 

오늘이 클렘페러 영감님 생일이다 보니.. 영감님 판을 한 장 꺼내서 들었는데.. 마침 옛날 옛적에 다녔던 곳 생각이 나길래 동숭동 드립을 쳐댄 것이다.. 뭐냐면.. 바그너의 서곡하구 전주곡들이 짬뽕되어 있는 판인데.. 예전에 LP 끝물에 계몽사에서 EMI 라이센스를 찍어내던 시절에 잠깐 만날 수 있었던 판이다.. 물론 요즘에야 발에 채일 정도로 중고 판들이 흔한 시절이 되었지만 당시에 염병 맞을 오아시스 색히덜이 EMI 라이센스를 꽉 쥐구는 가물에 콩나기로 클래식 판을 찍어낼 때는 어휴.. 그것들을 때려줄 수도 없구.. 하여간 그러다 계몽사로 넘어가서 부지런히 클래식을 찍는다고 하기에 만쉐이를 불렀건만 얼마 안 가 LP 시대는 쫑을 쳐버리고 말았던 졸라 허탈한 기억이 어려있는 판이 되겠다.. 역시 또 삼천포로 빠졌는데.. 오아시스 얘기만 나오면 괜시리 흥분해서.. --;

대딩 시절 소개팅하러 어느 가을날.. 아마도 일요이었던 듯.. 나갔었는데.. 그 소개팅 마치구 나서 시간도 널럴하구 해서 혼자서 털래털래 인켈에서 운영하던 오디오월드라는 곳에 갔었다.. 당시에 귀한 레이져 디스크들을 틀어주던 곳이라 친구들하구두 자주 갔던 곳이었는데.. 마침 거기서 첨부터 끝까정 바그너의 탄호이져를 틀어주고 있었던 것.. 아리까리 하지만 기억에.. 아마도 레바인의 메트 연주였던 것 같은데.. 암튼.. 엘리자베스가 하도 돼지라서 기가 찼던.. 그래서리 저 꼴이라면 당연히 베누스로 갈 수 밖에 없는 것 아니냐.. --; 하면서 보았던 기억이.. 영감님이 연주한 탄호이져 서곡을 듣자니 문득 들길래 떠들어 봤다.. 근데 이 바그너라는 작자는 그넘의 사랑을 통한 구원이라는 것에 꽤나 목을 매는 것 같은데.. 지가 살아온 꼴이 갈짓자 행보를 해서 그랬던 것인지 원.. 하긴 나야 이 양반 음악을 그리 심각하게 들으려고 애쓴 적도 없고 별로 그럴 맘도 없는지라.. 쥐꼬리만한 단편적 생각으로 떠드는 것일수도 있겠지만.. 그래도 이런 단순한 서곡들만 듣더라도 으.. 이건.. 아무래도 나찌 색히덜 음악 같어.. 하는 느낌과 함께 이 양반의 갈팡질팡이 느껴지는 듯하다.. 바그너를 졸라 숭상하는 빠돌이덜이 보면 열받겠지만.. 이 인간은 하여간에 정이 안 간다..

 

근데.. 클렘페러 영감님이 연주하는 곡들은 하나 같이 졸라 멋지다.. 영감님 관현악 소리가 들을 때마다 느끼는 거지만 상당히 현이 투명한 느낌이 드는데 그게 뭐랄까.. 아주 맑게 투명한 것은 아닌.. 그리고 무지막지하게 뻥튀기 된 것 같은 스케일을 보여 주면서도 관과 현의 밸런스가 기가 막히게 잘 잡혀 있는 듯한.. 하여간에 이 판 역시 엄청 멋진 연주를 들려 주신다.. 특히나 리엔치 서곡은 바그너의 처녀작이라 그런지.. 좀 때가 덜 묻은 것 같은 느낌이 드는데.. 그래도 이 인간의 특징인 계속적인 허세는 연짱 콤보로 터진다.. 근데 이걸 정말 멋있게 표현해 내는데.. 과연 어떤 이가 이 정도로 뽄때나게 연주할 수 있을까 싶다.. 클렘페러 영감님.. 존경합니당.. 더불어 생일도 추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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