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에 집 근처에 있던 중고 오디오 가게에서 제일 인상 깊게 들었던 판 중의 하나가 린 레코드에서 나온 팔라디언 앙상블의 Excess of Pleasure 라는 판이었다.. 특히나 거기에 담겨 있는 곡들 중 제일 첫 트랙의 우첼리니의 베르가마스카와 두 번째 트랙의 마테이스의 바이올린을 위한 에어는 무척이나 신선한 느낌을 안겨 주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때 첨으로 알게 된 작곡가가 우첼리니였는데.. 나중에 지방에서 홀로 생활했을 때 그의 바이올린 소나타를 담은 CD가 나왔길래 사서 들어 보기도 하고.. 뭐 그랬다.. 그때야 한창 앤드루 맨츠가 연주하는 곡들에 대한 호기심이 만땅이었던 시절이라 이넘 저넘 사서 들어 보느라 그랬던 것 같기도 한데 암튼 예전에 LP에서 들었던 그런 느낌은 받지 못했었다..
그러다 언제이던가 중고 판가게에서 우연히 우첼리니의 이름을 발견하곤 사서 들고 왔던 판이 지금 올리는 판인데.. 오늘 아침에 좀 일찍 일어난 김에 방에서 조용히 듣다 보니 예전에 느끼지 못했던 아름다움이 여기저기 들어 차 있는 느낌이 들길래 여기다 올린다..
이탈리안 바이올린 음악은 17세기에 들어서면서 독립적인 기악곡의 쟝르로 인정을 받게 되는데.. 당시 바이올린은 슬픔과 기쁨을 모두 표현할 수 있는 인간의 목소리에 비견되었고.. 당대의 이론가였던 메르센이라는 양반은 바이올린이야말로 허디거디부터 트럼펫에 이르기까지 모든 악기들의 소리를 묘사할 수 있는 악기의 제왕이라고까지 예찬해 마지 않았다.. 이 판에 담겨 있는 음악도 바로 이런 시대 분위기에서 만들어진 곡들이라서 인간의 오만 감정의 기복이 알게 모르게 베어 나오는가 하면 다른 악기의 소리를 흉내내는 재미있는 부분이 담긴 곡들도 있다..
우첼리니는 1610년에 포를리 근처에서 태어났는데 1639년부터 1662년까지 모데나의 궁정에서 악장 노릇을 했고 1665년에는 파르마로 옮겨서 예배당의 악장 노릇을 죽을 때까정 하게 된다.. 우첼리니는 9개의 음악 모음집을 출판했는데 그 중 8개가 기악 모음집이었고 다행히도 그 중 하나만 제외하고는 나머지는 오롯이 남아서 당시 다른 작곡가들과 마찬가지로 그가 작곡자일뿐만 아니라 뛰어난 바이올린 연주자였다는 사실을 전해 준다.. 그는 아시시에서 부오나멘테와 함께 공부했는데.. 당시 베니스에서 출판된 풍부한 악보들로부터 다양한 기악곡들과 친숙해졌을 것으로 추정된다.. 그 자신의 기악곡들은 춤곡들.. 독립된 소나타..
신포니아.. 캐논.. 아리아 등등 매우 다양한 스타일을 보여주고 있고 단선율의 대규모 앙상블서부터 기교만땅의 솔로 바이올린 곡들에 이르기까지 잡다하다..
이 판에 담겨 있는 곡들 역시 잡다한 곡들이 여기저기서 발췌되어서 실려 있는데.. 뒷면에 실린 작품 7에서 발췌한 소나타 9번이 무척이나 아름답다.. 애잔한 느낌의 선율로 시작해서 바이올린 두 대가 계속적으로 대화를 나누는 듯한데.. 마치 인간 관계의 감정이 오묘하게 천변만화해 가는 듯한 느낌을 준다..
표지의 그림은 네덜란드의 화가 혼토르스트의 유쾌한 바이올린 연주자인데.. 한 잔 빨아서 불그레하게 달아 오른 취기가 무척이나 즐거워 보인다.. 이 그림이 1623년에 그려진 그림이니 시기적으로 이 음악들과 맞아 떨어지는데 사실 혼토르스트의 그림은 1622년 전의 그림들이 더 사람의 맘을 끌어 당기는 맛이 있는 듯.. 특히나 그의 대제사장 앞의 그리스도라는 그림은 예전에 이 그림을 보군 상당히 쇼크를 먹었던 기억이 난다.. 가운데 촛불의 불빛이 은은하게 방에 번지고 있고 대제사장의 깐죽이는 표정이 도전적으로 치켜 올린 손가락과 어울려서 희번뜩거리고 있는데 반해.. 예수님의 피곤에 쩔은 듯한 표정.. 그리고 두 사람의 대조적인 적과 백의 옷 색깔.. 졸라 영감 만땅으로 채워진 그림이라고 당시에 엄청 감탄을 했었다.. 암튼 그 이후 지금 표지에 있는 그림 풍으로 그림들이 밝아
졌다면 밝아졌는데 난 이전의 그림 스탈이 훨씬 더 맘에 든다.. 이는 그가 1622년부터 1624년에 걸쳐 그린 성 베드로의 부정에서도 보여주었던 극적인 드라마가 이후 그림들에서는 어째 좀 잦아든 것이 아닐까 하는 아쉬움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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