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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반

바하.. 무반주 바이올린 소나타 1번..

by rickas 2024. 10. 20.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나서의 한 달 동안은 바하를 정말 많이 들었다.. 물론 그 직전에도 많이 들었지만 어쨌거나 해골이 복잡하고 이런저런 심적 동요가 둘쭉날쭉 널을 뛸 때 나같은 경우는 바하의 음악을 많이 찾게 되더라는.. 예전에 철딱 없는 대딩 시절 엄마가 돌아가셨을 때는 심적으로 많이 힘들었는데.. 그 당시에 유일하게 위로가 되었던 음악이 바하.. 그것도 그의 무반주 바이올린 소나타와 파르티타.. 그리고 그 중에서도 특히 파르티타 1번이었다.. 다른 어떤 음악들도 전혀 귀에 들어오지도 않는데다가 들어와 본들 내가 심적인 어떤 위안을 얻을 수 없던 것들이었는데.. 유일하게 바하의 무반주 바이올린 소나타와 파르티타만은 예외였고.. 얘네덜 중 특히 파르티타 1번은 주구장창 계속해서 틀어댔던 기억이 난다.. 아마도 그뤼미오의 연주였던 것 같은데.. 암튼 그런 심적으로 불안정한 상태가 지나가고 났더니 한동안은 이 음악 듣기가 좀 힘들더라.. 듣게 되면 당시의 기억과 그때의 감정이 따올라서 그랬는데.. 머 그런 것도 이젠 졸라 옛날 일이고.. 지금은 그런 거는 없지만 걍 심란할 때 바하가 제일 귀에 와서 닿는다는 그런 이유 땜에 지난 두어 달의 기간 동안 바하를 열씨미 틀어댔던 것이다.. 이번에도 그의 무반주 바이올린 소나타와 파르티타 역시 자주 들었는데.. 이번에는 소나타 1번이 자꾸 손이 많이 가더라는.. 머 딴게 아니라 보통 석 장 짜리 전집의 첫 장 첫 곡이라 그랬던 것 같기는 하지만.. -_-;; 아무래도 세 곡의 소나타 중에서는 가장 드라마틱한 느낌이 들어서 그러지 않았을까 싶다.. 암튼 그런 의미에서 오늘 올리는 판은 바하의 무반주 바이올린 소나타 1번과 파르티타 1번이 실려 있는 판이다.. 사실 내가 제일 좋아라 하는 연주는 내가 갖구 있는 LP건 CD건 다 털어내도 레이첼 포저 누님의 것인데.. 오늘은 걍 판으로 올리려다 보니 가끔 생각날 때 꺼내서 듣곤 했던 라우텐바허 누님의 연주가 실려 있는 판을 올린다.. 내가 예전에 이 판을 구했을 때는 판 값이 그리 비싸지 않았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요즘 간혹 눈에 띄는 것들을 보면 좀 맛이 간 가격표가 붙어 있더라.. 솔직히 머 그 정도의 대단한 연주인지는 잘 모르겠는데 말이다.. 이 누님의 무반주 바이올린 소나타와 파르티타 연주는 듣다 보면 졸라 범생이가 연필을 꾹꾹 눌러 힘을 잔뜩 줘서 또박또박 쓴 글씨와 같은 느낌이 든다.. 어쨌거나 이 누님의 연주는 예전에 비버의 묵주 소나타에서도 그런 느낌이었지만 감정의 오바질이나 과장된 몸짓이 전혀 느껴지지 않는 그야말로 담백하고 절제된 연주라는.. 그래서 한편으로는 고구마와 같은 좀 답답한 면도 느껴지는 연주라는 생각이다..


잘 알려져 있다시피 바하의 무반주 바이올린 소나타와 파르티타는 서양 음악의 하이라이트를 대표할 만한 곡 중의 하나로 자리매김 하고 있지만 이 걸작에 대한 바하 이후 시대의 태도는 달랐다.. 종종 이 작품의 가치는 낮게 평가되었고 순전히 교육적인 목적으로 만들어진 작품으로 폄하되는 경우도 많았는데.. 이들이 새로운 지적 태도에 기반한 공정한 평가를 찾게 된 것은 20세기가 되어서였다.. 이 사이클은 바하의 쾨텐 시절에 만들어졌다는데.. 1720년이라는 연도가 적힌 자필 악보는 바하가 남긴 가장 귀중한 원본 중의 하나였다.. 지금까지 이 작품에 대한 바하 자신의 저작물은 다양하게 존재한다고 믿어졌는데 새로운 바하 에디션의 설명에 의하면 작곡가의 진품 사본은 딱 한 권 뿐이고 다른 출처는 걍 카피본이었던 것으로 밝혀졌다고 한다.. 쾨텐에서 바하의 작업은 그의 직위로 인해 전적으로 악기의 창의성을 특징으로 발휘할 수 있었다는데.. 바이올린 소나타와 파르티타 이외에도 무반주 첼로 모음곡과 플루트 소나타 역시 이 기간에 작곡되었다.. 독주 악기에서는 그 시대의 정신과 스타일을 제대로 된 폭과 깊이로 포착할 수 있는 기회가 부여될 수 있었는데.. 이러한 작업에서는 엄청난 기술적 어려움이 수반되었다고 한다.. 특히나 단일 선율 라인의 연주를 위해 고안된 바이올린을 가지고 바하는 전적으로 다성 음악의 관점에서 다루고 있으며.. 현악기 베이스의 지원 없이 음악적으로 설득력 있고 화성적으로 논리적인 다성 음악 푸가를 만들어내는데 성공했다는 것이다.. 소나타와 파르티타는 통일된 형태로 계획되었고 의심할 여지 없이 일정한 사이클을 가지도록 작곡되었다.. 즉 느린 도입부와 빠른 푸가 그리고 느린 막간, 마지막으로 빠른 최종 악장으로 구성된 모든 교회 소나타 뒤에는 파르티타가 따르게 했는데.. 이는 변주를 통해 알르망드, 쿠랑트, 사라방드, 지그의 일반적 모음곡 구성을 수정하거나 규모가 큰 악장을 추가하여 구성되었다.. 머 이 다음부터 있는 해설은 바하에 대한 졸라 끝없는 예찬인데.. 바하가 이렇게 전통적인 구성을 바탕으로 이 작품을 만들었지만 그가 유럽의 무곡 형식에서 완전히 새롭고 독특한 것을 창조하는 방식은 그의 시대를 훨씬 뛰어 넘은 것이었고.. 당시의 음악 스타일에 묶여 있으면서도 시간과 공간을 초월하는 개성으로 유럽 음악 발전에 있어서 이정표를 만들어냈다는 등의 얘기를 주절주절 늘어놓고 있다.. 머 바하가 대단하신 분이란건 나도 깊이 공감하는 바이긴 한데.. 머 이 양반만이 절대 지고지순의 음악을 만들어낸 것도 아니고.. 더구나 이 양반 같이 시골 촌구석에 짱박혀서 외길 인생을 살았던 사람의 음악도 좋지만.. 글로벌하게 놀아나던 날라리들의 음악도 얼마든지 좋은 것들이 쌔발린 고로.. 걍 훌륭하신 양반들 중의 하나로 여기면 충분하다는 것이 나으 짧은 생각이다..


연결시키는 링크는 내가 좋아하는 연주 중의 하나.. 뭔 좋아하는 연주가 이리 많은지 모르겠다만.. -_-;; 세링이 1955년 모노 녹음한 음원인데.. 나는 세링이 나중에 도이치 그라모폰에서 녹음한 스테레오 판보다 CBS의 모노 녹음이 더 맘에 든다는.. 뭔가 더 예리하고 명쾌하면서도 음악적인 영감으로 가득 차 있는 듯하다고 할까.. 머 그렇다.. 곡도 짧고 해서 또다른 연주를 하나 더 걸어 놓는다.. 이자벨 파우스트의 2015년 2월 16일 밀라노 실황 되겠다.. 이 언니의 연주는 겉으로는 진지하면서 졸라 이성적인 것 같지만 내면적으로는 감정이 천변만화 하는 듯한 느낌을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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