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는 잠도 일찍 깬데다가 이래저래 심란한 김에 조용히 맘을 가다듬을 만한 판을 한 장 골라서 새벽에 들었다.. 팔레스트리나의 전례 음악이 담겨 있는 판인데.. 짧은 4성 모테트 8곡과 "그리스도의 수난을 기리는 5개의 인사" 라는 긴 제목으로 5곡의 칸티클 내지는 모테트가 실려 있는 판이다.. 이는 예수의 수난에 대한 묵상을 주제로 전통적인 성경 구절이나 교회의 예배용 텍스트를 바탕으로 만들어진 것으로 추정된다고 하고.. 특히 "인사" 라는 표현은 예수의 수난을 경배하거나 묵상하는 형식을 의미할 수 있단다.. 즉, 각각의 인사는 예수의 고난과 관련된 사건이나 감정적인 표현을 음악적으로 전달하고 있다고 하는데.. 이러한 종교적 테마는 성 주간 동안 연주되었을 가능성이 높으며 수난 주간 동안 예수의 고난과 죽음을 기리는 성가나 모테트 형식으로 구성되었을 것으로 보인다고 한다.. 특히 이 작품의 마지막에는 스타바트 마테르가 있는데.. 이 곡 전체에 깔려 있는 차분하고 내면적인 감정 표현은 슬픔보다는 경건함을 앞세우고 있는 느낌을 줄 정도로 무척이나 맘이 정화되는 경험을 하게 해 주는 곡이라 하겠다.. 연주는 에드윈 로에허라는 양반이 지휘하는 루가노의 소시에타 카메리시티카가 맡았는데.. 나로서는 금시초문의 단체이고.. 레이블 역시 어코드라는 아니 프랑스 레이블인거 같으니 아코르라고 해야 하나.. 암튼 그런 보기 힘든 레이블의 판인데.. 솔직히 언제 이런 판을 사놓았는지도 까묵었던 그런 판이다.. 아마도 샀으면 일단 한번은 들었을텐데.. 별로 기억이 없는 것을 보면 당시는 그리 느낌이 오는 그런 판은 아니었나보다.. 머 판 껍닥의 전체적인 만듦새가 좀 뽄때나 보이는 것이 아마도 세숫대야 밝힘증이 있는 내가 걍 간지나 보인다고 샀을 듯한데.. 어쨌거나 소리는 괜찮다.. 그거면 됐지 모.. -_-;;
팔레스트리나를 얘기할 때면 늘 나오는 얘기지만.. 이 양반의 이름은 태어난 동네 이름을 따서 붙여진 것으로 1525년 경에 태어났고.. 어린 시절에 대해서는 거의 알려진 바가 없다는데.. 사실 따지고 보면 이 양반의 사적인 삶 자체에 대해서 잘 알려져 있지 않다는 것이 정설이라고 한다.. 그치만 그의 작품들은 그가 지녔던 지식과 감정을 충실하게 반영하며.. 그의 감정을 직접적으로 드러내지 않으면서도 영감을 전해주는 존재로 남아 있고.. 이는 일종의 계시와도 같다고 한다.. 음악적으로 팔레스트리나는 리듬과 개인적 감정 표현에 있어서는 각별히 두드러지지 않지만.. 그의 작품은 대개가 강렬하면서도 영적인 집중력을 갖고 있는 특징이 있단다.. 팔레스트리나는 개인적인 욕망보다는 영적인 가치에 더 무게를 두었고 이는 인간이 자신의 내면을 드러내게 되는 예술에서 도달할 수 있는 가장 고결한 경지와 유사하다고 하는데.. 머 그게 가장 고결한 경지인지는 난 잘 모르겠다.. -_-ㅋ 어쨌거나 팔레스트리나는 신성한 음악이야말로 신을 향한 행동이자 창조주에게 경배하는 행위라고 여겼고.. 그에게 있어 음악은 신앙과 직결된 것으로서 깊으면서도 고요한 평화를 담아내는 수단이었다.. 팔레스트리나가 교육을 받던 시절에 음악 교육은 실습을 통한 것이었다는데.. 당대에는 제자들이 직접 노래를 부르며 배우는 방식이 일반적이었다.. 그는 이전 세대의 대가들에게서 배운 기법을 물려 받았고.. 자신의 예술적 표현에 있어서도 깊은 이해도를 갖추게 되었다고 한다.. 그는 젊은 시절부터 로마의 산타 마리아 마조레 성당에서 성가대를 지도하는 로비노 알라페르트를 통해 음악을 배울 수 있었는데.. 당시 팔레스트리나는 성실하고 인내심이 강한 학생이었고.. 성가대 연습에 열심히 참여했다고 한다.. 소위 졸라 범생이었다는 얘기.. 판 껍닥의 초상에서 느껴지는 인상도 그렇다.. ㅋ
팔레스트리나의 성격에서 눈에 띄는 점은 성실함이었다는데.. 그의 많은 작품들은 주로 종교적 의뢰에 대응하는 형태로 작곡되었다.. 주님의 수난을 기리는 다섯 인사에는 팔레스트리나의 작품으로 여겨지는 것과 마르칸토니오 인제네리 또는 몬테베르디의 초기 작품으로 추정되는 작품들이 섞여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하는데.. 아마도 첫 두 곡인 "어둠이 내렸다" 와 "의로운 자가 죽어가는 모습을 보라" 가 다른 이의 작품으로 추정된다고 한다.. 그 이후에는 3, 4, 5성부로 이루어진 6개의 찬송가로 구성된 "왕의 깃발이 나아가네" 와 성 금요일의 4성부로 된 순례 노래인 "우리가 당신을 숭배합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8성부로 이루어진 "스타바트 마테르" 로 이어지고 있다.. 스타바트 마테르는 시종일관 두 개의 4성부 합창단이 교대로 연주하게 되며 팔레스트리나는 자신의 모든 예술성을 이 곡에 담아냈다고 한다.. 이러한 이중 합창 형식은 음악에 깊이있는 입체감을 더하고 성스러운 분위기를 한층 더 높여주고 있다고 하는데.. 이는 인정이다.. 머 내 주제에 이를 인정할 만한 짬이 있는 것도 아니지만 말이다.. ㅋ 팔레스트리는 이 곡을 통해 성모의 슬픔과 비통함을 음악적으로 섬세하게 묘사하고 있지만.. 그러면서도 그의 전형적인 스타일인 절제된 감정을 기가 막히게 유지하고 있다.. 그니깐 팔레스트리나의 스타바트 마테르는 슬픔보다는 경검함을 우선시하는 것이 특징인데.. 이는 그가 가사를 명확히 전달하기 위해 폴리포니와 호모포니 기법을 조화롭게 사용하면서 불필요한 장식을 최소화 함으로써 성경 구절의 음절이 또렷하게 들리도록 만든 방식으로 차분한 경건함을 강조한 것과 연관이 깊다 하겠다.. 사실 이러한 텍스트와 음악의 조화는 르네상스 교회 음악에서 가장 이상적인 표현 방식으로 평가받았다고 한다..
연결시키는 링크는 2019년 우트레흐트 고음악 페스티발에서 글리 안젤리 제네바의 공연 모습이다.. 내가 들은 판에서는 거의 오십여명에 이르는 잉간들이 불러대는 형태라 웅장하면서 나도 모르게 졸라 경건해지는 맛은 있지만 이 링크에서는 5명의 4성과 또 다른 5명의 4성 그니깐 총 10명이 불러대는 고로 뭔가 더 내밀하면서 섬세한 감정을 불러 일으키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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