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차피 휴가라고 어디 움직이기도 뭐한 상황이다 보니 걍 집에서 죽치고 있는 시간이 많은 편인데.. 새벽에 일어나도 후덥지근한 기온은 별로 달라지지 않는 요즘이다.. 그러다 보니 일찍 일어나면 평일인데도 출근의 압박이 없는고로 걍 골방으로 직행해서리 에어컨을 션하게 틀어 놓구서는 풍악이나 울려대기 시작하는게 요 며칠 아침의 일상이 되었다.. 근데 희한한게 유독 아침에 이런저런 생각이 많이 들다보니 잡생각에 해골이 복잡해지는 것은 오히려 오후보다도 이렇게 이른 아침 시간이 더 취약한 듯하다.. 머 평상시야 어차피 일정 시간부터 일을 시작해서 정신이 없다 보면 그런 생각이고 나발이고 할 겨를이나 여유가 없지만.. 이렇게 집에 짱박혀 있는 휴가를 보내다 보니 아침 시간이 여유가 있어서 그런지 오만가지 생각이 명멸을 하곤 한다.. 사실 머 이럴 때는 무슨 명상을 하건 기도를 하건 요가를 하건 졸라 여러 대응 방법이 있겠지만.. 나야 머 중뿔난 영성이 있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독실한 신앙심이 있는 것도 아니니.. 걍 풍악이나 들으면서 햔량처럼 노니는 것이 최고의 해결책인 듯 싶다는.. 그런 의미에서 요즘 아침마다 바하를 많이 듣고 있다.. 사실 워낙에 바하에 대한 오만 뻥튀기가 심하게 행해지다 보니 마치 이 양반의 음악이 머 무슨 지고지순의 가치라도 있는 양 숭배하는 풍조가 있기도 하지만.. 이렇게 이른 새벽부터 이 양반의 음악을 듣다 보면 그게 실내악이 되었건 아님 독주곡이 되었건 그것도 아님 성악곡이 되었건 역시 이 바하라는 작곡가는 동시대의 다른 작곡가들과는 차별화되는.. 물론 그렇다고 그게 꼭 더 뛰어나다고 썰을 풀 수는 없겠지만 특별히 무언가 한칼이 있으신 양반이라는 생각이 절로 든다.. 오늘 새벽에 들은 판은 그의 칸타타 78번이었는데.. 간만에 칼 리히터와 뮌헨 바하 오케스트라의 그야말로 전통적인 연주가 담겨 있는 아르히브의 판으로 들었다.. 이른 시간에 들으니 이거 무쟈게 좋더라..
바하의 칸타타 78번은 "예수, 당신이 내 영혼을" 이라는 제목이 붙어 있는데.. 이 곡은 바하가 라이프치히의 성 토마스 교회 칸토르로 재직 중인 시기였던 1724년에 작곡한 것으로 그의 두 번째 칸타타 연작의 일부라고 한다.. 이 칸타타는 14세기 독일의 시인 요한 로프가 쓴 찬송가를 바탕으로 하고 있는데.. 원래 이 칸타타는 1724년 9월 10일.. 그니깐 삼위일체 후 14번째 일요일을 기념하여 처음으로 연주되었다고 한다.. 이 시기의 바하는 성경 구절과 찬송가를 기반으로 한 교회 음악을 집중적으로 작곡하고 있었는데.. 칸타타 78번은 예수 그리스도가 인간의 영혼을 구원하기 위해 겪은 고통과 희생을 노래하고 있다.. 머 이 당시에는 그러한 예수님의 고통과 희생이 얼추 약빨이 좀 들었을런지 모르겠지만 요즘은 워낙에 대단하신 새끼들이 노답으로 깔려서 구제불능으로 설쳐대는 고로 그 약빨이 글쎄 잘 모르겠다는.. -_-ㅋ 이 칸타타는 총 7개의 악장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합창, 아리아, 레치타티보 그리고 중창 등 다양한 성악의 형식을 포함하고 있다.. 첫 번째 악장은 합창으로 시작되는데.. 그레고리오 성가의 영향을 받은 서정적인 선율과 강렬한 화성이 조화를 이루고 있다.. 이 악장은 바로크 시대 합창 음악의 정수를 보여주는 악장이라고 한다.. 바하는 이 작품에서 대위법적 기법을 통해 각 성부가 독립적으로 움직이면서도 조화를 이루는 복잡한 음악 구조를 구현했다는데.. 특히 첫 합창과 마지막 합창에서 이러한 기법이 두드러진다고 한다.. 이 곡의 백미라 할 수 있는 두 번째 악장에 등장하는 소프라노와 알토의 듀엣 아리아는 "우리는 약하지만 부지런한 발걸음으로 서두릅니다" 라고 노래하는데 이는 신앙의 여정을 향한 강한 의지와 노력을 표현하고 있다고 하고.. 내용은 무겁지만 그 밝고 경쾌한 선율과 리듬은 무척이나 인상 깊은 무쟈게 알흠다운 곡이라 하겠다.. 머 어쨌거나 이 칸타타는 바하 특유의 감정 표현이 잘 드러나 있는 작품이라고 하는데.. 고난과 희생, 그리고 구원의 메시지가 음악적으로 잘 전달되어 듣는 이에게 감동을 불러 일으킨다고 한다.. 머 나는 종교적인 감동은 모르겠고.. 그야말로 순수하게 음악적으로 대구리를 정화시켜 주는 인상 깊은 곡이라는 느낌은 든다.. 간만에 칼 리히터의 연주를 들어보니 그 스탈이 요즘의 날렵하면서 세련된 연주들하고는 그 궤가 다른 좀 투박한 느낌이긴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양반들의 연주는 머랄까 그 오소독스함이라고 해야하나.. 하여간 거기서 나오는 자연스런 음악의 흐름과 합창 및 오케스트라의 풍부한 음색이 정말 각별하다는 생각이다..
연결시키는 링크는 당근 칼 리히터와 뮌헨 바하 오케스트라와 합창단의 동일 연주로 걸어 놓는다.. 다른 동영상도 좀 들어 보았는데.. 걍 오디오만 나오기는 하지만 뚝배기보다 장맛이라고 이 양반들의 연주 진짜루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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