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음반

베토벤.. 교향곡 8번..

by rickas 2024. 5. 19.

어제 아침에 꺼내서 들었던 판 중의 하나를 올린다.. 원래 휴일의 아침 시간에는 교향곡 같이 소란스러울 수 있는 음악은 잘 안 듣게 되는 편인데.. 걍 판을 고르다 보이는 김에 꺼내서 들었다.. 베토벤의 교향곡 8번.. 발터 옹께서 컬럼비아 심포니를 지휘하여 녹음한 판이다.. 9번과 커플링 되어 있는 두 장짜리 판인데.. 소위 6개의 눈깔 판이다.. 얘네덜의 식스 아이 판은 들어보면 머 다 그렇지는 않겠지만 걍 내가 들었던 일부의 판들을 보자면 그 소리가 뭐랄까.. 좀 거칠지만 가공이 덜 된 날 것 같은 생생한 느낌의 소리랄까.. 머 그렇다고 딱히 무쟈게 훌륭한 녹음이라 감탄할 정도의 생각이 드는 것도 아니고.. 걍 괜찮네 정도.. ㅋ 근데 우끼는 것은 예전부터 내 귀에는 음질이 좋은 것으로 느껴지던 발터 옹의 스테레오 녹음이 전부 이 컬럼비아 레이블이라는 사실과.. 그러다 보니 옛날 발터 옹한테 퐁당 빠져 들었던 대딩 시절부터 지구 레코드의 라이센스를 포함해서 컬럼비아 레이블 판.. 나중엔 CBS 레이블로 변경되긴 했지만.. 하긴 요즘은 소니더라.. ㅋ 암튼 이 레이블의 판들을 꽤나 사 모으게 되었고.. 아마도 내가 갖구 있는 판 중에 그 흔해 빠진 노란 딱지 레이블보다 훨씬 더 많이 갖구 있지 않을까 싶다는.. 소위 과거의 전설적인 지휘자라는 양반들 중에서 내가 제일 먼저 흥미를 가졌던 지휘자가 발터 영감님인데.. 이는 딴게 아니라 예전에 어린 시절 집에 있던 발터 옹의 연주 때문이었다.. 아마도 슈베르트의 8번과 다른 녹음은 뭐였는지 기억이 안 나는데.. 어린 시절에야 지휘자고 나발이고 신경도 안 쓰고 몰랐지만 고딩 시절부터 보았던 음악동아의 여러 구라들 덕에 이 영감님 연주를 필두로 해서 소위 흘러간 옛날 지휘자들의 연주를 열씨미 찾아서 들었던 적이 있었다는.. 근데 지금 와서 생각해 보면 말년의 발터 옹께서 지휘하신 컬럼비아 심포니의 연주가 그 당시 라이센스로 제일 구하기도 쉬웠지만 나에게 주는 뭔가 특별한 느낌이 있었고.. 그게 뭐였을까 유추해 보자면.. 아마도 작은 규모의 오케스트라에서 나오는 아기자기한 느낌.. 마치 시대 악기로 연주하는 교향곡을 듣는 듯한 착각을 불러 일으킨다고 할까.. 윤곽은 오밀조밀 하지만 또렷하고 그 전개 방식은 뭔가 포근하고 투명한 현의 느낌에다가 형언하기는 힘들지만 약간은 어눌한 듯한 관악기들의 추진력까지 짬뽕이 되면서 느껴지는 그런 독특함이었던 것 같다.. 이 8번 교향곡의 연주 역시 예외는 아니어서 그런 오만가지 느낌이 그대로 묻어나는 생생한 소리가 담긴 녹음을 들려주고 있다..

베토벤의 8번 교향곡에 대한 얘기들을 쭉 보다 보니깐 가디언지에 흥미있는 해설이 있던데.. 무식한 내가 읽어 보아도 상당히 공감이 가는 내용이라 일부만 짧게 옮겨 보자면.. 8번 교향곡은 19세기 교향곡 중 가장 짧고 이상하지만 무쟈게 설득력이 있는 교향곡 중의 하나란다.. 8번 교향곡은 1814년 비엔나 콘서트에서 그의 7번 교향곡 및 웰링턴의 승리와 함께 초연되었는데.. 당시의 기록에 의하면 이 8번 교향곡에 대해 "보편적인 기쁨" 을 의미하는 종류의 박수가 쏟아져 나오지는 않았고.. 또한 "열광을 일으키지 않았다" 라고 전해진다.. 이 글의 필자는 대중의 반응이 완전히 당혹스럽지 않았다는 사실에 오히려 놀랐다고 한다.. ㅋ 8번 교향곡이 상대적으로 작은 규모와 짧은 연주 시간에도 불구하고 뛰어난 점은 베토벤이 다른 교향곡의 더 큰 캔버스에서나 담을 수 있었던 것보다 구조적으로 더 급진적일 수 있다는 점이라고 한다.. 교향곡 8번에는 마지막 화음 뒤에도 남아 있는 열린 공간이 있고.. 답이 없는 상태의 질문이 있으며.. 의도적으로 조여지지 않은 느슨한 결말이 있다는 점에서 그 독특한 특징이 있단다.. 8번 교향곡은 느린 악장이 없는데 일반적인 아다지오 악장 대신 2악장에 장난스러운 알레그레토 스케르잔도가 있다.. 이 악장은 베토벤의 친구인 요한 마엘젤이 발명한 메트로놈의 패러디로서 아다지오를 대신하는 전례 없는 인터메조로 인정을 받고 있다.. 그치만 여기서의 인터메조는 단순히 "부수적" 이라는 의미에서가 아니라 이 교향곡의 중심적이고 역설적인 본질을 구현하는 악장이라고 한다.. 첫 번째 주제의 지저귀는 소리와 이에 응답하는 베이스 라인, 피아니시모 바로 옆에 포르티시모를 배치하는 극단적인 역동성, 서로 맞물리는 오케스트라의 호케트 기법과 같은 질감, 그리고 뒤틀린 음악 메커니즘은 초기 로맨틱 오케스트라의 악장이라기보다는 스트라빈스키 오케스트라의 원시적인 스케르초처럼 들린다고 한다.. 이것이 바로 이 교향곡의 역설이라 할 수 있다는데.. 경쾌하고 재치있는 말을 하고 있는 것 같지만 실제로는 베토벤이 우리의 귀 앞에서 교향곡을 개혁하고 있는 것이라는 얘기이다.. 베토벤은 질감, 리듬, 관현악, 화성적 발명이 표현의 강렬함을 대신하는 교향곡을 만들려고 노력하고 있다는 것.. 이 작품은 전통적인 느린 움직임 없이도 이룰 수 있는 음악적 상상력과 작곡 기법의 엄청난 도약이며.. 베토벤은 이 작품에서 기존의 모델이나 형식이 아닌 자신만의 논리를 만들고 그에 따르는 질문에 음악적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한다.. 머 구구절절 맞는 얘기라고 생각한다.. -_-ㅋ 근데 따지고 보면 베토벤의 교향곡이 적어도 3번 이후로야 어느 것 하나 개혁적이지 않은.. 사실 이 개혁적이라는 말이 좀 애매한 표현이긴 하다.. 걍 신박한 정도로 해두자.. -_-;; 그니깐 어느 것 하나 신박하지 않은 작품이 있었나 싶은데.. 그 중에서도 이 8번 교향곡은 곡 자체의 규모가 작다고 해서 그 의미하는 바가 단순히 쉽게 생각할 수 있는 과거로의 회귀가 아닌 더 컴팩트하게 희깐한 시도를 하고 있는 교향곡이라는 점에서 그 특별한 의미가 있는 것 같다..

연결시키는 링크는 파보 예르비가 지휘하는 프랑크푸르트 방송 교향악단의 연주되겠다.. 졸라 역동적이고 에너지감 뿜뿜하는 연주인 듯하다.. 그치만 좀 촐싹맞아 보이는 면도 없지는 않다는.. -_-;;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