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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반

팔레스트리나.. 성모 승천 미사..

by rickas 2024. 5. 11.

성모의 존재감에 대한 개신교와 카톨릭의 관점 차이는 역사적으로 유래가 깊다지만 서양 예술의 근간을 이루는 사상의 축인 기독교에서 파생된 여러가지 걸작들을 볼라치면 성모 마리아께서 안 계셨다면 어쩔뻔 했을까 하는 우려가 될 정도로 성모의 비중은 막대한 것 같다.. "복되신 동정녀 마리아께서 지상의 생애를 마치시고 몸과 영혼이 천상의 영광으로 올라가셨다" 라는 믿음은 초기 교회에는 알려지지 않았으며 신약성서에도 이에 대한 언급은 없다.. 우리가 그녀에 대해 들을 수 있는 마지막 이야기는 예수께서 그의 어머니를 사랑하는 제자인 성 요한에게 맡겼을 때 글로바의 마리아와 막달라 마리아와 함께 십자가 밑에 서 있었다는 것 정도이다.. 성모 승천에 대한 믿음은 4세기부터 시작되어 동방 교회와 서방 교회 모두에게 받아들여졌고.. 후기 교회에서는 승천 축일이 보편적으로 8월 15일에 지켜지게 되었지만.. 이 축일은 1548년 영국 교회의 성공회 기도서에서는 삭제되기에 이른다..

팔레스트리나의 성모 승천 미사는 소위 패러디 미사.. 그니깐 멜로디를 구성하는데 있어서 모테트나 세속 샹송의 일부와 같은 기존 음악 작품의 여러 성부를 사용한 미사인데.. 따라서 기존의 모테트를 기반으로 해서 어느 정도 동일한 선율을 공유하고 있다고 한다.. 특히 "마리아께서 하늘로 올려지셨으니 그들이 주를 찬미한다" 라는 문구 부분은 찬양과 저녁 기도 모테트의 첫 번째 단성 성가의 후렴 부분을 그대로 공유하고 있단다.. 이외에도 팔레스트리나는 키리에, 글로리아, 크레도, 상투스의 시작 부분에서 이 단성 성가의 주제를 자신이 적절히 의역하여 사용하고 있다.. 이는 실제로 미사의 주요 모티브를 이루고 있으며 우리에게 축일의 중요성을 끊임없이 상기시키는 역할을 하고 있다 한다.. 모테트와 마찬가지로 이 6성부 미사도 두 개의 소프라노 파트, 일토 파트, 2개의 테너 파트 그리고 베이스 파트로 악보가 구성되어 있고 소프라노의 고음을 지속적으로 사용함으로써 다성 음악에 특별한 광채를 더해주는 역할을 하게 한다.. 모테트보다 훨씬 더 확장된 형태의 성모 승천 미사에서 팔레스트리나는 자연스럽게 더 많은 대비를 보여주고 있다고 한다.. 이 곡의 하이라이트는 마지막 부분의 야누스 데이 2인데 여기서 팔레스트리나는 모테트에서와 마찬가지로 그의 최고의 대위법 기술을 아끼지 않고 화려하게 사용한다는 점을 들 수 있다는 얘기.. 오늘 새벽에 몽롱한 상태에서 들었던 판인데.. 조지 게스트가 지휘하는 케임브리지 세인트 존스 컬리지 합창단의 연주로 실려 있는 판이다.. 비도 오고 해서 그런지 평소의 시간보다 창밖이 계속 어둑한 것이 이런 음악을 틀어 놓구 있자니 뭔가 정신이 이세계를 유영하는 듯한 느낌이 들더라.. ㅋ 사실 곡은 성모 승천 축일을 노래하는 미사라서 그런 느낌이 드는 것인지 모르겠지만 경건하면서도 전반적으로 밝은 느낌이라 듣기에는 무척 편하다.. 이 곡의 초연이라 할 수 있는 첫 번째 미사는 성모 승천 축일인 1505년 8월 15일 교황 식스토 5세 앞에서 거행되었다.. 믿거나 말거나 전해지는 얘기에 의하면 팔레스트리나는 축일에 맞춰서 졸라 서둘러 미사곡을 만들었어야 했다는데.. 마감 직전 단 5일 만에 인쇄를 마쳤다고 한다.. 어쨌거나 팔레스트리나의 성모 승천 미사는 그 순수한 열정과 밝은 사운드로 인해 교황 마르첼리 미사와 더불어 가장 많이 연주되는 곡으로 남게 되었다..

연결시키는 링크는 피터 필립스가 지휘하는 탈리스 스콜라스의 1989년 녹음이다.. 내가 들었던 조지 게스트의 연주보다 뭔가 좀 더 성악가들의 목소리가 잘 컨트롤 되면서 조화를 이루는 느낌적인 느낌이다.. -_-;; 무척이나 듣기 좋은 연주라 여기다 걸어 놓는다.. 판 껍닥의 그림은 내셔널 갤러리에 있는 라파엘로의 유명한 그림 "안시데이의 성모" 이다.. 이는 페루자에 있는 성 니콜라스에게 헌정된 안시데이 가족 예배당을 위해 그린 제단화이고 제작년도인 1505가 성모의 겉옷 자락에 금으로 새겨져 있다고 한다.. 그림의 오른쪽이 성 니콜라스이고 왼쪽은 당근 세례 요한 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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