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에도 내친 김에 오페라 판을 한 장 올린다.. 당연히 지난 여름 휴가 때 들었던 곡.. 벨리니의 몽유병 여인.. 사실 이외에도 이번 휴가 때 오페라나 좀 듣자고 생각해서 몇 개 더 들었는데 그걸 어느 세월에 여기다 다 올릴지는 기약이 없고.. 지금은 별로 내키지도 않는다.. 모짜르트의 코지 판 투테와 후궁 탈출, 베르디의 리골레토와 가면무도회, 로시니의 세비야의 이발사 등이 걔들인데.. 언제건 내킬 때 차차 올려 볼 생각이다.. 오늘 몽유병 여인을 고른 것은 나으 변함 없는 칼라스 누님에 대한 충성심을 보여주기 위한 것.. 먼 개소리냐.. -_-;; 그보다는 앞서 올렸던 판들이 하나는 순애보적 사랑이고 다른 하나는 개막장의 싸랑이었지만 둘 다 공통적으로 여쥔공이 골로 가는 비극으로 끝나기에 오늘은 쥔공이 골로 가지 않는 졸라 유쾌한 해피 엔딩의 작품을 올려 보자는 생각에 몽유병 여인을 고르게 되었다.. 그나저나 이번에 오페라 판들을 꺼내 들으면서 느낀건데 사실 스토리야 그리 꽉 짜여 있는 탄탄한 구조를 기대할 수는 없다고 하더라도.. 그래서리 원래 그런거에 신경 쓰면서 오페라를 듣는다는건 말이 안되는 얘기라고 생각했지만.. 신경을 안 쓴다는 개념을 넘어서 어느덧 그 줄거리를 따라가고 있는 나를 보면서 흠칫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는.. 남자가 나이를 먹으면 연속극이 좋아지고.. 갬성이 젊었을 때와는 많이 달라진다던데.. ㅅㅂ 이게 그런 것인가.. 하는 당혹감이랄까.. 머 그런 느낌도 들었다.. ㅋ
많은 벨 칸토 오페라의 레퍼토리와 마찬가지로 몽유병 여인 역시 사실상 19세기 후반과 20세기 전반에 전세계 무대에서 사라졌고.. 베르디나 바그너의 보다 드라마틱 하면서 본능적이고 통찰력 있는 작품으로 대체되게 된다.. 그치만 1950년대 들어서 툴리오 세라핀이나 마리아 칼라스 같은 헌신적인 예술가들이 개척한 리주마찌오네 riesumazione 로 알려진 벨 칸토 부흥이 일어나서야 몽유병 여인은 비로소 가장 화려하게 무대로 돌아올 수 있었다.. 내지의 해설은 역시 칼라스 빠돌이가 적은 것으로 보여지는데 이를 대충 옮겨 보자면.. 여러 측면에서 몽유병 여인은 칼라스의 레퍼토리에서 찾을 수 있는 가장 뛰어난 오페라 중 하나라고 한다.. 우선 칼라스의 무대 존재감이라는 것은 일반적으로 장엄함이나 위엄이라고 정의될 만한 느낌을 주었는데.. 1955년 그녀가 라 스칼라에서 전설적 공연을 했을 적에 보여주었던 세련된 우아함은 그녀가 여기서 연기해야 하는 졸라 촌구석 시골 마을의 촌뜨기 소녀와는 거리가 먼 것이었다.. 원래 쥔공인 아미나는 보컬적으로 갈리 쿠르치나 토티 달 몬테와 같은 유형의 가볍고 예쁜 목소리에 어울리는 역할이며 칼라스의 노르마와 같은 역할을 기대하기는 어려운 유형이라는데.. 19세기의 주요 소프라노 대부분은 이러한 두 가지 역할을 능숙하게 불렀다고 한다.. 벨리니가 당시 최고의 가수였던 지우디타 파스타를 위해 두 역할을 모두.. 그것도 같은 해에 썼다는 것은 사실인데.. 파스타는 이 두 개의 오페라와 도니제티의 안나 볼레나까지 포함하여 세 가지 작품에서 엄청난 성공을 거두었다고 한다.. 이는 그 이후 가수들의 목소리에 따른 역할의 호불호와는 차원이 달랐다는 얘기로 이를 1950년대에 대담하게 되살린 것이 바로 칼라스 누님이라는 얘기이다.. 1955년의 번스타인과 함께 했던 전설적 라 스칼라 공연도 음반으로 발매되었지만 오늘 올리는 판은 1957년의 라 스칼라 공연이다.. 1957년 공연 역시 2년 전과 유사한 센세이션을 불러 일으켰다는데.. "칼라스의 감탄할 만한 몽유병 여인.. 승리의 환영과 황홀경에 빠진 관객" 머 이런 헤드라인들이 당시 신문 지상을 뻑쩍찌근하게 장식했다고 한다.. 1955년의 공연을 위한 리허설에서 칼라스는 자신이 값비싼 보석으로 휘감고 공연해야 한다는 당시 연출을 맡은 비스콘티의 생각에 자신은 시골 마을의 소녀를 연기하는 것이라고 토를 달자.. 비스콘티 왈.. "아니오.. 당신은 마을 소녀가 아닙니다.. 당신은 마을 소녀 역할을 맡은 마리아 칼라스라는 사실을 잊지 마세요.." 라는 대답을 했다는 얘기가 있다.. 즉, 칼라스는 무대에서 시골 소녀 아미나 역이었던 것과 동시에 시골 소녀 아미나를 연기하는 디바이기도 했던 것이다..
오페라의 스토리는 잘 알려져 있는고로 짧게 요약하자면 총각 지주 엘비노와 물방앗간집 양녀 아미나가 결혼을 앞두고 아미나의 몽유병으로 인한 오해에 휘말려 파혼이 되고 마는데.. 결국은 오해가 풀리고 둘이 씐나서 결혼을 하게 되었다는 얘기이다.. 역시 이러한 해피 엔딩에 이르기까지 여쥔공이나 남쥔공이 무슨 처절한 노력을 한 것은 딱히 없고 걍 우연히 님쥔공이 여쥔공의 몽유병과 그녀의 순정을 깨닫고서는 오해가 풀리는 설정이다.. 걍 우연과 재수로 맞이하는 행복한 결말이라 하겠다.. 머 그런 맥빠지는 줄거리도 워낙에 노래가 좋으니 충분히 수긍이 되고 만다.. 연결시키는 링크는 아미나의 아리아 두 개를 걸어 놓는다.. 하나는 역시 칼라스 누님의 "아 믿을 수 없어라" 와 다른 하나는 나탈리 드세이의 "아 기쁜 이 가슴" 이다.. 칼라스 누님의 영상은 1965년 파리에서의 콘서트 실황이니 이미 목소리는 55년이나 57년의 음반에 댈 것은 아니지만 썩어도 준치라고 칼라스는 역시 칼라스다.. 댓글에 달린 칼라스 빠돌이들의 신앙 고백이 졸라 우끼다.. ㅋ 후자는 메트의 공연 실황인것 같은데.. 드세이한테 치마를 깡뚱하게 입혀 놨더니 진짜 초딩이 깡총거리고 뛰어다니는 느낌.. ㅋ 그치만 분위기는 그래서 그런지 진짜 즐겁다..
뽀나쓰.. 남녀 쥔공 칼라스와 몬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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